선우정아 <그러려니>
엊그제 갑자기 눈이 내렸다. 겨울의 끝을 아쉬워하듯 매섭게도 내렸다. 창밖에 서서 가만히 눈 내리는 걸 구경하다 문득 쓸쓸해졌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가끔 찾아오는 적막감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 서둘러 라디오를 켰다. 처음 듣는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가사가 내 마음 어느 한 구석을 건드렸다.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막지 못해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쓸쓸히 그러려니
선우정아의 <그러려니>란 곡이었다.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란 한 줄에서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비눗방울처럼 퐁퐁퐁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몹시도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들, 그들 옆에는 함께 차를 마시고 웃었던 내 모습도 함께 겹쳐졌다. 꿈을 이야기하고 발그레한 얼굴로 사랑에 대해 말하던 모습. 어딘가 부족하지만 그마저도 다 품어줬던 그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피어올랐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 이제는 연락하기 애매해진 사람들. 그들도 나를 이런 가사 한 줄에 기억해줄까? 연락은 안 하더라도 좋았던 시절의 기억에 나를 포함시켜준다면 좋을 텐데. 어려서 잘 몰랐고 서툰 표현이라도 잘도 알아채 준 그들이 이 노래에 한꺼번에 떠오를 줄이야. 매섭게 내리는 눈처럼, 우리의 시간도 그렇게 흐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