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인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의 끝에는 늘
추신이나 착어(着語) 따위가 꼬리표처럼 붙어있다
상표처럼 매달린 짧은 말을 하기 위해
긴 문장은 아득한 침묵을 돌아서 그대에게 간다
이럴 때가 있다
마음이 움직여 결이나 떨림을 읽고 글이 이끌릴 때
애초의 그것과 육화된 문장이 서로 낯설어할 때
처음의 떨림이 있는 것도 같고
마지막의 낯선 안에 있는 것도 같을 때
이 우주적인 혼돈의 한때를 통과해야만 그대에게 간다
몹쓸 그리움
나 그대를 몹시 사랑한다
그대가 길게 내뿜던 담배 연기를 감싸주던
새벽 한시 맥줏집
말라비틀어진 대구포와 김빠진 생맥주 사이에는
절망만이 있었다
온전히 그대를 사랑하기 위하여
모래 위에 집을 짓거나
장미의 상심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는 일은
운명이 시킨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