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꼬가 쪼꼬했네~
" 엄마 쪼꼬가 이상해요."
" 왜?"
" 계속 저러고 있어요"
"..."
소파 밑에 코를 박고 있는 쪼꼬가 이상하긴 하다.
원래 이불 안에 얼굴만 집어넣으면 다 넣은 줄 알고 자는 녀석이긴 하지만, 굳이 불편하게 소파 밑에 얼굴을 구겨 넣고 한참을 저러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삐졌나?
먹돌이자, 우주최강 겁쟁이 쪼꼬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뒤태가 너무 귀여우니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ㅎㅎ역시! 쪼꼬가 쪼꼬했네.
소파 밑에 떨어진 간식을 발견하고는, 꺼내 먹고 말겠다는 의지로 고군분투하는 중이었던 것이었다.
어느 녀석이 흘린 간식인지, 집념의 쪼꼬는 드디어 물고 튀어버렸다.
쪼꼬는 네 마리 중 제일 먹성 좋고 뚱뚱한 놈이다.
보통 치와와는 3kg 미만이 정상인데, 쪼꼬는 무려 5kg이 넘는다.
먹돌이 쪼꼬는 태생적으로 겁이 많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안전한 집안에서도 뭐가 그리도 긴장이 되는지 한 발을 들고 두려움의 눈빛으로 꼼짝 않고 서 있기를 가끔 하는데, 그럴 때마다 뚱마는 간식주기와 안아주기로 안정을 시켜주곤 했었다.
그래서인가, 먹돌이 녀석은 뚱마 새끼답게 조만간 치와와계의 고도비만 일인자 6kg을 찍을 것 같다.
아랫니가 나와 부정교합의 턱을 가진 쪼꼬는 받침이 되는 곳만 있으면 턱을 올려놓는다.
특히, 혼나거나 감금당했을 때 애교 필살기로, 뚱마가 더는 대노하지 못하게 하는 절대적 짠함을 연기할 때 자주 주걱턱을 활용한다.
쪼꼬는 세상에서 간식하고, 그 간식을 주는 뚱마를 제일 좋아한다.
퇴근 후 다시 출근의 시작인 직장맘은 아들이 많이 도와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집에서 할 일이 너무 많다.
매일 해도 매일 쌓여있는 집안일에, 식사 준비에 정신없는데, 엄마병에 걸린 쪼꼬는 눈치 없이 늘 붙어있으려고 한다.
순간 욱해서, 아니 자주 욱해서 혼을 내면 두려움으로 가득 찬 왕 눈은 겁을 잔뜩 내면서도 앞발은 또 뚱마를 끌어당기고 있는 쪼꼬이다.
어느 날은 설사를 심하게 하는 쪼꼬가 칭얼대며 자꾸 자기를 안으라 해서, 아기처럼 업고 집안일을 했는데, 녀석은 업혀있는 불편함에도 뚱마랑 붙어있는 것이 좋은지 졸고 있었다.
그렇게 잘 때도 늘 붙어있으려 하고,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뚱마가 뭔가를 혼자 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방해꾼 쪼꼬가 나타나 자기를 안으라고 끌어당기는 뚱마바라기이다.
현재 잠시 위탁 중인 세 마리의 치와와가 언젠가는 제 집으로 가야겠지만, 쪼꼬는 여기 뚱마 곁에 남겨야 할 것 같다.
이건 뚱마의 선택이 아닌 예민한 쪼꼬의 강력한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스테이하는 것으로 상황이 굳어졌다.
그러니, 쪼꼬야!
우리 오랫동안 같이 살아야 하니, 늙은 뚱마 좀 제발 그만 귀찮게 따라 다니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