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이 Nov 07. 2023

뭐 하고 있니?

일인자 탱이

탱이는 울 집에서 유일한 단모 치와와이다.

탱이는 추위를 많이 탄다.

탱이는 잠꾸러기이다.

탱이는 고집이 세다.

탱이는 못됐다.




탱이는 우리 집 강아지 네 마리 중 서열 1위이다.

3kg밖에 되지 않지만 덩치 큰 멍이를 너끈히 물리치는 성깔이 보통이 아니다.

자유배식을 하는데 사료를 채우면 어디선가 탱이가 나타나, 자기만의 밥그릇인양 딴 놈은 근처도 못 오게 하찮은 이빨로 으르렁대며 한참을 지킨다.

그러면 착한 멍이는 근처도 가지 않고, 쪼꼬는 한발을 들고 신중하게 기회를 노리고 있고, 쫑이는 상황파악도 못하고 먹으러 가다 매번 탱이한테 혼난다.




겨울이 다가오면 우린 거실에서 모두 모여 자기를 선호한다. 추워서 모여 자는 것이 아니라, 긴 겨울은 왠지 그래야 잘 날 것 같아서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탱이는 이불만 보면 기어들어간다.

기술적으로 들어가서 자기보다 몇 배나 무겁고 큰 이불 안에서 즐기고 있다.

일부러 베개를 올려서 무게감을 줘봐도 타격 1도 없이 잘도 있다.


성장기 아드님들이 더운걸 극도로 싫어해서, 겨울에 난방을 켜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작년에 통장이 일부러 집을 찾아왔다.

구청인가 어디에서 독거인 혼자 있는 거 아닌지 확인해 보라고 지시를 했다나, 고독사가 많은 세상이다.

여하튼, 우리 집은 단모 탱이가 겨울나기에는 혹독한 하우스이다.



성깔은 더럽지만 몸이 약한 탱이는 하루종일 자는 게 일이다.

자기보다 큰 인형을 물고 놀다가도 금방 지쳐서 잠들고, 앉아 있다가도 할매처럼 어느새 앉아서 졸고 있는 탱이다.



몸은 약하지만, 고집은 황소고집이다.

길 가다가도 갑자기 뭐가 맘에 안 드는지 멈춰 버릴때가 많다.

기다리다 안 되겠다 싶어 줄을 끌어당기면, 그냥 철퍼덕 엎드려 버티기에 돌입한다.

가자고 달래보고 윽박까지 질러도 코 먹는 소리만 내면서 움직이질 않으니, 결국 하찮은 몸뚱이를 뻔쩍 안고 와야 한다.

걷기 싫으니까 안으라는 건지, 다른 곳에 볼일이 있는 건지, 쪼만한 녀석이 다른 강쥐들은 안 부리는 고집이 어마하다.

뻑하면 멍이한테 시비를 걸어 혼을 내봐도 그때만 겁 먹은 척하는, 아주 성깔이 드러운 녀석이다.





진료 받으러 간 병원의 수의사 샘이 너무 귀엽다며, 단모 치와와 중에 제일 이쁜 것 같다고 했다.

내 눈에는 미간이 너무 멀고, 눈도 과도하게 돌출해서 멍청해 보이는데 귀엽다니, 그러고 보니 귀엽기도 한 것 같기도 하다.


탱이는 코가 너무 짧고 호흡계 쪽이 안 좋아서, 잘 때마다 탱크 지나가는 소리를 낸다.

저 작은 몸에서 어마무시한 코골이 소리를 내는 것이 신기하지만, 무엇보다 매일 듣고 살려니 정말 시끄럽다.가끔은 발로 툭툭 쳐서 깨워버리면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탱크를 몬다.

웬만한 아저씨들 술 취해 코 고는 소리보다 더 크단 말이다.




탱이는 고집도 1등,

허약한 것도 1등,

서열도 1등인 게 못 마땅하지만,

사랑스럽긴 하다.

특히, 강쥐 중에 발바닥 꼬순내가 제일 향기롭다.


오직 바라는 것은 하나!

탱아, 제발 늦은 밤에 탱크 좀 그만 몰아다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런 날이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