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요리계급전쟁> 6,7화 팀전을 보고
사회초년생일수록 리더의 자리는 멀게만 느껴진다. 리더는 당연히 팀원의 성과를 평가하지만, 팀원 역시 리더를 보고 좋은 점은 배우고, 나쁜 점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연공서열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는 언젠가 크든 작든 리더를 맡게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보고 겪는 리더들은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Netflix "흑백요리사" 6~7화에 이어진 팀전을 보며 좋은 리더에 대해 생각해 본다.
좋았던 리더의 포인트
(최현석, 트리플스타)
계획이 있다: 최현석 셰프는 다 계획이 있다. 물론 그에게는 다른 백팀을 구경하며 전략을 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다른 흑팀도 마찬가지였다.(리더가 정해지지 않았긴 했지만) 좋은 재료를 확보한다는 제1전략 하에 팀원들을 헤쳐 모은다. 요리를 처음 시작하는 그날로 돌아간다는 뜻에서 미역국을 선정하고 심사위원들을 속이는(?) 빌드업도 좋았다.
물론 그의 전략 실행 과정에서 팀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Trust me” 라며 밀어붙이는 모습은 아쉬움이 있었다. 첫 번째 경기를 지켜본 후였기에 팀원 들을 무조건 리더를 따르겠다고 마음먹었었고, 단기 프로젝트에는 그런 추진력이 적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장기적으론 소통의 부재로 갈등이 발생했을 것이다.
얄미움도 불사한다: 최현석 셰프의 리더십이 인상 깊었던 것은 팀을 위해 뻔뻔함도 감수한다는 점이다. 그는 대파가 부족하자 다른 팀에 몇번이고 가서 대파를 얻어온다. 팀에 필요한 재료는 얻어내겠다는 집념. 그렇게 체면을 불사하고 얄미운 캐릭터로 보여도 팀을 승리로 이끌려는 의욕이 좋았다.
임파워: 트리플스타는 막내지만 리더가 되었다. 혼자 양식분야를 주로 하는 셰프였기에 조율하기 위해 스스로 리더가 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혜안도 있었다. 나이가 어리면 여기저기 끌려다닐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팀원들을 조율하고 동기부여했다. 리더가 먼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팀원에게 동의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테이스팅도 그렇고 역할분담도 그랬다. 그렇기에 팀원들도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느끼게 하고 방향이 공유되었다. 이와 함께 팀원들에게 칭찬을 통해 의욕을 돋우고,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물론 흑팀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신의 분야가 확고한 팀원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서번트 st 리더십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또한 리더가 팀원들의 강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했기 때문에 팀워크가 조화로웠다고 생각한다.
답답했던 리더의 포인트
(불꽃남자, 조셰프)
우왕좌왕, 불안불안: 리더가 역할을 부여하지 않고, 팀원이 각자가 자신이 할 일을 말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단점이 드러난다. 물론 뛰어난 팀원들의 의견을 잘 통합하면 좋았겠지만 각자 마음이 급해 앞만 보고 달려가니 오히려 리더가 우왕좌왕한다. 조은주 셰프는 팀원들의 역할을 확인하고 부여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좀 더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불꽃남자의 경우 상대팀의 움직임에 가장 먼저 흔들린다. 팀원들이 각자 중심을 지키려고 하지만 제일 먼저 동나는 생선들을 구하려 뛰어나간다. 하지만 나가기만 할 뿐 정작 빈손으로 돌아온다. 회의 중에도 자꾸 불안한지 어슬렁거린다. 결국 백팀은 가지고 싶었던 재료를 다 가졌고, 급기야 최현석 셰프의 꼬임(?)에 대파를 내주어 그들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
불명확한 지시: 주어 없는 화법은 팀원들을 혼동하게 만든다. 조 셰프는 주어 없는 문장을 구사한다. 그래서, 소스를 누가 한다는 말이지? 생각하게 만든다. 정확히 사람을 지칭해 줘야 역할이 부여되었다고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니까 의도가 정확히 전달이 안된다.
부족한 정보공유: 고기 조리법이 다양하다 보니 혼선이 빚어진다. 누군가는 튀기지 않을 테니 껍질을 태우고, 누군가는 튀기면 되는데 왜 껍질을 태우냐고 하고, 누군가는 빨리 삶아야 한다고 하고. 고기의 조리방식을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결과물을 완성하긴 했지만 리더가 팀원들이 각자 생각하는 방식을 공유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또한 중간에 매쉬드 포테이토가 소스로 바뀐 사실도 공유가 안되어 팀원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물론 팀원의 태도도 긍정적이진 않았다)
실행력 부족: 튀김기 온도가 안 오르는 상황에 의견일치를 보이지 못한다. 리더는 튀김기의 온도를 기다리는 방법을 택했고, 다른 이들은 알아서 빠르게 행동하는 방법을 택한다. 맥없이 기다리기보다 무슨 일이든 해보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덜 불안하다. 변명해 보자면 레시피를 리더가 잘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불꽃남자의 인터뷰는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조율이 쉽지 않고, 서로 정말 100% 믿어야 하고 의지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팀은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인 것이다. 서로 100% 신뢰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지 않을까. 서로가 약점을 보완해 주고, 서로가 자신의 역할을 최대한 해내려고 노력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물론 이런 셰프들의 리더십 비교는 프로그램에 의해 편집된 아주 단편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헤드로 일하고 있는 분들인 만큼 각자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구축해 왔을 것이다.
몇 시간 남짓한 대결 과정으로 본 것이기 때문에 단기 프로젝트 관점에서 탑다운 방식의 전략적이고, 팀원들에게 역할과 동기를 부여하는 그런 리더십이 좋은 평가를 받을 거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