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무지개 눈물>_행복한 울보되기
저는 어릴 때부터 울보였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이대로라면 아마 앞으로도 울보일 것 같습니다.
덕분에 눈물을 꾹 참는 방법, 다른 사람이 눈치 못 채게 슬쩍 닦는 요령을 익혔어요. 울고 나서 들키지 않는 표정도 연습했고요. 눈물이 날 것 같은 상황에서 눈물이 터지기 전에 조용히 빠져나오기 좋은 핑계까지 여러개 만들어 놓았습니다. 눈물에 관련된 여러 기술들을 부단히 단련하며 살았던 걸 보면, 어지간히 울보였구나 싶어요. 그리고 동시에 드는 생각. 참 눈물을 필사적으로 숨기며 살아왔구나.
그래서인지 이 책을 함께 읽을 때마다 아이들에게도, 제 안의 어린이에게도 이렇게 말해주곤 합니다.
“눈물 참느라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눈물에 어떤 마음이 들어 있는지, 함께 들여다보면 좋겠어. 오래 걸리면 어때.
참고 싶었는데도 눈물이 나면?
어차피 눈물난 김에 그냥 맘 놓고 실컷 울어보자.
그러고 나면 한결 가벼워질 수도 있어.”
그리고 물어요. 우리, 행복한 울보가 될 수 있을까.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는 동안 저는 선생님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제 얘기를 꺼내놓아야 해요. 제가 예전에도 울보였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울보일 거라고요. 제 고백을 들은 아이들은 까르르 웃기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기도 합니다.
반응 1: “어른이 왜 울보예요? 난 아닌데요.”
(목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큽니다.)
반응 2: “선생님, 진짜 울보예요?"
(조금은 반가운 듯한 눈빛으로)
그런데 놀라운 건, 정 반대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결국엔 다 울보라는 사실이에요. 어린 시절의 우리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요.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아니라고 말한 쪽도, 여전히 망설이는 쪽도, 모두 울보여도 괜찮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을 뿐이죠.
이렇게 제가 먼저 조금 무장 해제되면 아이들은 자기 눈물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털어놔도 되겠다 안심한 걸까요? 우리는 어느새 같은 편이 되어 있어요.
우리는 같이 웃고, 조금은 들떠서 자기 얘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수업 목표나 책의 주제 같은 건 잠시 내려두어도 좋습니다. 지금부터가 아이들의 마음이 말하는 시간이에요. 엄마 아빠에겐 왠지 말하기 뭐 했던 이야기들, 다른 선생님에겐 하지 못한 이야기들 말이에요.
어린이병원 병원학교에서 <무지개 눈물>을 읽은 날이었습니다. 아이는 지금 소아암을 겪고 있고, 병원 생활을 오래 하고 있어요. 그래서 눈물이라는 주제가 혹시 무겁고 아프게 느껴지진 않을까 살짝 걱정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웬 걸요, 전혀 아니었어요.
아이의 눈물에는 꿈이 담겨 있고, 사랑도 함께 담겨 있었어요. 참 예뻤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눈물에 대해 이야기하더라고요.
저는요, 엄마가 우는 걸 딱 한번 봤어요.
병원 검사하러 들어가는데 돌아보니까 엄마가 울고 있었어요.
그 뒤론요, 엄마가 한 번도 안 울었어요.
근데 엄마는 밤에 울어요.
내가 자고 있을 때만 조용히 울어요."
어른들은 몰라도 아이들은 다 알고 있어요. 제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모든 걸 품고 있으면서도 투명하고, 기꺼이 용서하고, 다시 사랑할 줄 아는 존재들이에요.
말이 목 끝에 걸려 한동안 가만히 있었습니다. 아무말 없이요. 그때 자기 눈물방울들을 만지작거리던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말합니다.
"선생님! 꽃송이 같죠?
제 눈물이 모여서 꽃이 피었어요."
정말로, 꽃이 피어 있었어요. 눈물을 머금고 피어난 꽃송이 앞에서 아무 기술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눈물을 꾹 참는 방법도, 눈치 못 채게 슬쩍 닦는 요령도, 들키지 않기 위한 표정도 그 순간만큼은 모두 잊었어요.
어떻게 되었냐고요? 그냥 울었습니다. 이상하게 부끄럽지 않더라고요. 행복한 울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정말로 꽃으로 피어난 마음을 보았으니까요. 그리고 무지개가 되어 떠오를 눈물 하나를 기쁘게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이 글을 씁니다.
<함께 나누면 좋은 질문들>
Q. 우는 건 왜 부끄럽게 느껴질까요.
Q. 아름답고 특별한 눈물은 언제 나올까요.
Q. (내 눈물방울을 떠올리며)
그때, 나에겐 어떤 말이 필요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