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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뿌리를 찾아서

10여년이 지나 모교를 둘러보았다.

by 자상남

https://youtu.be/NXt-YY3Xt8Q


레포트를 쓰느라 한 달밖에 없는 방학의 절반을 할애했다. 모든 것을 내려 놓지 못한 자유는 알 수 없는 아쉬움을 가져다 준다.


날씨가 맑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햇빛을 즐기다가 문득 모교를 가보고 싶었다.


중학교를 시작으로 모교를 찾아가 보았다. 바쁘고 정신없이 시간이 흐를 때 그 시간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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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문으로 들어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렸다. 이곳은 점심시간 할 일 없던 남학생들이 은근 여학생들에게 어필하며 수다를 떨던 곳이었다. 사춘기의 남여가 함께 다녔던 우리 학교는 늘 시끌벅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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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너무 썰렁해 위층으로 가지 못하고 1층에서만 있었다. 우리 때 쓰던 신발장이 그대로 있엇다. 저 회색 돌도 그 자리에 있다. 단지 초록색의 페인트만 칠해져 있을 뿐이다. 내가 독일에 다시 돌아가면 산뜻한 민트향의 페인트를 칠하듯 새 학기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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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이 강했던 교정이 어느새 밝은 주황색으로 바뀌었다. 교복을 입고 1층 과학실로 향하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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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위로 구름다리가 있다. 이제는 많이 생각나지 않는다. 항상 "뛰어 다니지 마라"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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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교실들이 새로 생겼다. 교육의 질이 높아졌지만 한편으로는 학생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내가 학교다닐 때 한 학년에 8개반이었는데, 지금은 3개반밖에 없다고 한다. 출산율이 줄어드니, 산골의 우리 학교는 더욱 찬밥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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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작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 매점이 있었다. 컨테이너의 창문으로 손만 넣어 간식을 샀었다. 10여년 전엔 지붕이 없던 쓰레기장에 지붕이 생겼다. 학교의 주사 아저씨께서 늘 직접 들어가 못다한 분리수거를 하셨던 기억이 있다. 세월은 흘렀지만, 보도블럭이 새로 들어와 더 세월이 흐른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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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학생이 주인인데 왜 중앙현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까? 늘 그것이 궁금했다. 한적한 학교에 내 또래 젊은 여선생님들이 모여있었다. 그 선생님들은 나를 의식했다. 삐죽삐죽 나를 쳐다보다 사무실에 들어가더니 왠 나이든 남자 선생님이 오셨다. "누구십니까?", "아 네, 졸업생인데 모처럼 둘러보고 싶어서요."


알고보니 우리 때 계셨던 선생님이 다시 들어오셨다. 학생수가 줄어들었음을 안타까워 하셨다. 만수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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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장 신나는 시간은 점심시간과 체육시간이었다. 우천도로를 따라 정해진 순서대로 반별로 내려갔다. 왜 학교에 있는 우천도로들은 디자인과 제질이 모두 같을까? 궁금하다.


체육시간은 운동도 재밌지만 몇 안되는 여학생을 보는 시간이었다. 우리 학교는 분명 남녀공학이지만 분반이어서 교류가 없었다. 근데 졸업할 때가 되니 많은 여학생 친구들을 사귀고 있었다. 어메이징-. 쥐구멍에도 볕들날 있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어떻게든 방법은 찾아내기 마련이다. 원하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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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바닥에 물이 고였던 곳인데 새 보도블럭이 깔려 빗물걱정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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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벽돌 자리에 매점이 있었다. 매점은 사라졌다. 학생수가 줄어들고 학교가 변하고, 사회가 변했다. 우리도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고, 변화에 적응할 것이다. 치열한 순번 경쟁을 하던 중학교 친구들은 다 무얼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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