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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숲이 있어서 걸었다

by 자상남
소녀시대 - complete, Youtube



학기가 마무리 되었다. 방학 때 한 과목 시험을 공부해야 하지만 홀가분하다. 정말 바쁜 세 달을 보냈다. 사실 상 한 학기의 대부분을 시험기간으로 보냈다. 첫 학기에 비해 두 번째 학기는 나름대로 심적인 부담이 줄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근데 그것이 꼭 학기가 쉬워서라기 보다는 내 몸이 독일 대학원 공부에 적응을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여러 요소가 있었겠지만, 이번 학기는 분명 한 단계 진보했다. 건강상으로도, 공부로도.


그 중 하나는 거주환경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드디어 제대로 된 집을 구하게 되면서 완전히 만족하진 않지만 여러 모로 편리하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어디 걸을 코스가 마땅히 없던 지난 임시거처에서 나는 어떻게 한 학기를 살았던 걸까?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와 집에서 보냈다. 논문을 읽거나, 쉬거나, 잠시 장을 보고 음식을 해먹는 것 이외에는 역시나 딱히 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동네 근처에 아주 좋은 산책 코스를 발견했다. 나는 하루에도 2-3번씩 나가 30분 코스를 한 바퀴 돌고 왔다. 걷기 운동도 되고 일시적으로나마 스트레스도 관리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더불어, 날씨가 맑고 시원한 지난 봄에 이 길을 걷노라면 사색하기 딱 좋아 더욱 애용하게 됐다.


집을 나와 조금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다보면 이렇게 아파트? 단지 내 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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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에서 흔하지 않는 중산층 이상이 살 법한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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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없을 것 같은 곳에 이렇게 숲길이 조성됐다. 집들이 양 옆으로 이어져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유럽의 여유를 만끽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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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걷지만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훨씬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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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갈까 왼쪽으로 갈까. 나는 처음에는 오른쪽으로 나머지는 전부 왼쪽으로 갔다. 인생에도 마찬가지로 가야 할 갈림길 앞에서 선택의 순간이 오곤 한다. 양쪽 길을 다 가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의 지름길이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는 늘 도박아닌 도박을 해야 한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다음 길을 정하게 된다.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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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이어지더니 점점 민가는 줄어들고 숲이 우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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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인 아이들 놀이터. 거의 119 구조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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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이 올라가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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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된 길에서 점점 경계가 모호해지는 흙바닥으로 변한다. 아스팔트를 걷지 않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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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도로 나무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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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곳. 나만의 코스 마지막 부분에 왔다. 이제 반환점이니 돌아가자. 커다란 나무들이 정돈되게 이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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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씨와 시원한 봄공기를 만끽하며 이렇게 3-40분의 숲길을 돌았다. 이번 학기 '생존'의 숨은 공신이 아닐까. 아, 물론 아직 학기가 완전히 끝난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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