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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상남 Jun 25. 2019

#9. 첫 바베큐 파티

바베큐 문화는 어쩌면 서양 문화의 큰 축이 아닐까? 넓은 공원, 맑은 공기, 낮은 건물들.. 여유라는 존재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유독 갈망하는 존재인데, 특히 공원에서의 바베큐는 그 대표 격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바쁜 학기 일정 탓에 사람들과의 교류도 별로 없고 늘 집과 학교만을 왔다 갔다 했다. 조금은 적응된 두 번째 학기가 되어 비로소 바베큐 파티 초대에 응했다. 


우리 장학재단에서는 매 학기 지역 장학생들이 모여 학기 마무리 바베큐 파티를 연다.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는 것이 목표다. 할당량의 논문을 미리 읽고 나도 참여했다. 


도시 내에 큰 공원이 있었다. 근데 단 한 번 가봤다. 멀기도 멀고, 무엇보다 공원이 유료다. 느낌은 딱 서울의 올림픽 공원이었는데 말이지. 그런데 장학재단에서 손을 썼는지 입장료가 대폭 할인됐다고 한다. 게이트에서 관리인이 무전을 주고받더니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건넸다. 


공원이 너무 넓어 입구를 한참 헤맸다. 가끔 구글맵은 잘 맞지 않는다. 분명 안내하는 대로 갔는데, 그곳의 게이트는 입장용이 아닌 곳이었다. 


걷다 보니 승마장이 있었다. 


말이 풀을 뜯고 놀고 있었다.



뺑뺑 돌기만 30분째. 뭐 괜찮다. 살다 보면 돌아갈 때도 있는 것이지. 그래서 여유가 중요하다. 



우여곡절 끝에 입구를 찾아 공원으로 들어왔다. 알고 보니 트램을 내린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웠다. 서울 올림픽 공원의 넓은 잔디밭의 나무 한그루가 생각났다. 


시작한 지 20분 정도 지났을 때 도착했다. 삼삼오오 가져온 음식과 재단에서 준비한 고기들이 쌓여있었다. 공원에는 이렇게 바베큐를 할 수 있는 커다란 화로가 준비돼 있었다. 



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 받은 서서 이야기를 계속 했다 . 독일 사람들은 정말 이 사람 저 사람 붙어서 잘도 이야기를 한다. 알고 보면 처음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도 말이다. 재미없게 노는 것이 독일인들의 단점이라면, 누구에게라도 말을 붙이면서 대화를 오래 끌어갈 수 있는 것은 어찌 됐든 장점이다.


두루미? 학? 너무 커서 식겁했다. 짐승은 알고 보면 무섭다. 고기 냄새를 맡고 걸어왔는데, 스탭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가서 말을 건넬 뻔했다.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가 생각났다.



배불리 고기를 먹었다. 장학생 모임에는 Altstipendiat이라 하여, 졸업한 동문들도 가끔 온다. 한 부부와 갓난아기가 왔는데, 장학생 동문이 결혼했단다. 그들과 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재미있었다.



물도 있고, 꽃도 있고 나무도 있고. 없는 게 없다.


장독대 같은 버섯도 있고, 소파 같은 벤치도 있었다.



나도 슬 나이가 드는지 거들떠도 보지 않던 꽃이 이뻐 보였다. 

빨간 스머프? 제주도 돌 하르방 사촌인 줄 알았다.


맛있는 음식과 산책이 함께한 하루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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