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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첫 바베큐 파티

by 자상남

바베큐 문화는 어쩌면 서양 문화의 큰 축이 아닐까? 넓은 공원, 맑은 공기, 낮은 건물들.. 여유라는 존재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유독 갈망하는 존재인데, 특히 공원에서의 바베큐는 그 대표 격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바쁜 학기 일정 탓에 사람들과의 교류도 별로 없고 늘 집과 학교만을 왔다 갔다 했다. 조금은 적응된 두 번째 학기가 되어 비로소 바베큐 파티 초대에 응했다.


우리 장학재단에서는 매 학기 지역 장학생들이 모여 학기 마무리 바베큐 파티를 연다.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는 것이 목표다. 할당량의 논문을 미리 읽고 나도 참여했다.


도시 내에 큰 공원이 있었다. 근데 단 한 번 가봤다. 멀기도 멀고, 무엇보다 공원이 유료다. 느낌은 딱 서울의 올림픽 공원이었는데 말이지. 그런데 장학재단에서 손을 썼는지 입장료가 대폭 할인됐다고 한다. 게이트에서 관리인이 무전을 주고받더니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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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이 너무 넓어 입구를 한참 헤맸다. 가끔 구글맵은 잘 맞지 않는다. 분명 안내하는 대로 갔는데, 그곳의 게이트는 입장용이 아닌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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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승마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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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풀을 뜯고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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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뺑 돌기만 30분째. 뭐 괜찮다. 살다 보면 돌아갈 때도 있는 것이지. 그래서 여유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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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입구를 찾아 공원으로 들어왔다. 알고 보니 트램을 내린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웠다. 서울 올림픽 공원의 넓은 잔디밭의 나무 한그루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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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한 지 20분 정도 지났을 때 도착했다. 삼삼오오 가져온 음식과 재단에서 준비한 고기들이 쌓여있었다. 공원에는 이렇게 바베큐를 할 수 있는 커다란 화로가 준비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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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 받은 서서 이야기를 계속 했다 . 독일 사람들은 정말 이 사람 저 사람 붙어서 잘도 이야기를 한다. 알고 보면 처음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도 말이다. 재미없게 노는 것이 독일인들의 단점이라면, 누구에게라도 말을 붙이면서 대화를 오래 끌어갈 수 있는 것은 어찌 됐든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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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학? 너무 커서 식겁했다. 짐승은 알고 보면 무섭다. 고기 냄새를 맡고 걸어왔는데, 스탭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가서 말을 건넬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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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문워크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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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리 고기를 먹었다. 장학생 모임에는 Altstipendiat이라 하여, 졸업한 동문들도 가끔 온다. 한 부부와 갓난아기가 왔는데, 장학생 동문이 결혼했단다. 그들과 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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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있고, 꽃도 있고 나무도 있고. 없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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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같은 버섯도 있고, 소파 같은 벤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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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슬 나이가 드는지 거들떠도 보지 않던 꽃이 이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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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스머프? 제주도 돌 하르방 사촌인 줄 알았다.


맛있는 음식과 산책이 함께한 하루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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