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도 직업이 될 수 있잖아요!
[부천생활문화기획프로젝트 by MJ특파원]
내 삶의 스위치 : 부캐와 본캐
첫 번째 시리즈. 상인들의 두 얼굴
덕업일치? 자기가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음
-주기환 사장님 / 소속: 서부 화장품 도매 / 부캐: 장풍
안녕하세요. 부캐를 찾아다니고 있는 인터뷰어 MJ입니다 :)
부천 오정구에 있는 제일시장에서 가게를 하고 계시는 주기환 사장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화장품 가게를 하고 계시는 사장님이신데요, 저도 종종 이용하던 가게여서 구면이라 부캐 인터뷰 스타트를 부탁드려봤습니다. 얼굴을 보자마자 화장품 가게 사장님답게 얼굴에서 바뀐 점을 바로 캐치하셔서 깜짝 놀랐어요:-D
이번 인터뷰는 부천 생활문화 특파원 활동 중이신 은빈 특파원님과도 함께 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좀 길지만, 흔치 않은 부캐와 본캐가 동일한 분이시니 꼭 끝까지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MJ: 안녕하세요~
예뻐지셨네요. 눈썹 뭐 하셨어요?
MJ: 네! 어떻게 아셨어요?
아~ 내가 화장품을 35년 해서 보면 알아요. 직업이 이거잖아요. 얼굴 인상이 확 바뀌었네요. 얼굴이 더 밝아졌어요. 하하 35년 했으니까. 아 한 31년 됐구나. 여기 제일시장에서는 20년 넘게 했고, 그전엔 회사 다니면서 유통하고..
MJ: 역시 화장품 가게 사장님 답네요. 사장님의 본캐로서 여기서는 어떤 것을 팔고 계시나요?
저희 가게는 화장품 가게니까. 화장품 판매하는데, 요즘 온라인이 활성화되어서 이런 오프라인 매장이 잘 안돼요. 그나마 여기는 전통시장에 있다 보니까, 3가지를 겸용해서 장사를 잘되게 하려고.. (MJ: 3가지요?) 네~ 화장품 장사만 하기엔 너무 힘들고, 저희는 이제 유통 도매도하고 그리고 생활용품도 많이 해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뭐가 잘 나가냐면, 손 세정제 같은 게 잘 나가잖아요, 그것만큼 잘 나가는 올해의 최고 히트작이 하나 있어요. 바로 비누예요 비누. 비누가 올해 진짜 뭐, 제가 30년 판 것만큼 올해 나가요. 돈은 크게 안되는데, 어쨌든 사람이 많이 들어오고 많이 나가면, 장사는 이득이 되는 거니까. 올해는 비누를 많이 접목시켜가지고.. 매출이 작년보다 올해 더 늘었어요. 온라인의 장점이 있지만, 온라인으로 할 수 없는 게 꼭 있거든, 오프라인 매장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있어요. 찾으면.
MJ: 부천에 다른 시장도 많은데, 이곳 오정구의 원종 제일시장에 오시게 된 계기는 뭔가요?
그거는 제가 23살부터 화장품 유통도매를 32살까지 했는데, 그때 도매상이 문제가 있어서 가게가 닫게 되었어요. 그때 창고에 재고가 2억 넘게 있었는데, 그 친구한테 이제 유통을 할 수 없는 물건이라, 소매로 물건을 없애야 하는 물건들이라, 친구한테 이 근처에서 가장~사람이 많은 시장이 어디냐 소개 좀 해줘라 했더니 소개받은 곳이 여기 원종 제일시장이었어요. 그때가 이제 32살이었으니까 내가 지금 53이니까 거의 20년 전인데, 여기를 소개해주더라고요. 그렇게 하다가, 여기에 왔을 때 가지고 온 2억 가량의 재고를 2년 안에 다 소진시켰어요. 그러다 보니까 원래 소매는 관심이 없었는데, 아니 이게 소매도 재밌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20년 이상 여기에 눌러앉아있어요.
MJ: 이제 진짜 질문 시작이에요. 사장님의 ‘부캐’, 부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아 제 취미생활은 일단 4가지가 있는데, 네 4가지가 있는데, 일단,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취미이자 직업인데. 직업도 취미가 될 수 있잖아요. 진짜 취미는 원래 화장품이에요. 평생 화장품이, 직업이자 최고 좋아하는 취미이자인 것이 화장품이고. 평생 이것밖에 안 했어요. 두 번째 취미는, 2위가 배드민턴이고 이게 첫 번째인 줄 아셨죠? 3위가 낚시고 4위가 하나 있는데, 나무 가꾸는 거예요. 유실수라던가 약초나무, 소나무 등 실제로 하고 있어요. 그게 취미들이고 순위를 정하라면 뭐하지만, 아무튼 가장 좋아하는 취미 4가지예요. 4가지다 지금 하고 있어요. 진행 중.
MJ: 와, 엄청 많으시네요. 그 화장품이라는 게, 정확하게 궁금한데, 화장품을 판매하시는 게 취미가 되는 건지, 화장품을 만들어 본다거나 가 취미이신 건지?
화장품.. 뭐 다 해봤어요. 23살 때는 회사를 다녔고, 회사 다니는 게 무료해서 유통회사에 취직을 했어요. 그것도 좀 따분해서 내가 차를 사서 유통을 해봤어요. 그것도 돈이 별로 안돼서 아모레라든지 LG화장품이라든지 대리점을 한번 내봤어요. 지역 대리점. 그것도 또 하다가 성이 안차서. 화장품 유통 도매상을 차렸어요. 그랬다가 그것도 또 식상해서 그만두고 제조도 한번 해봤어요. 내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그러다 이게 잘 안돼서 재고가 발생하고 해서 소매 여기까지 왔는데, 23살 때부터 이제 화장품의 과정 과정들이 취미인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면 직장 가야 되는 생각에 20-30분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1시간 전에 깨요. 오늘은 화장품을 어떻게 기획해서 어떻게 팔까. 그니까 너무 좋은 거야. 빨리 가서 화장품 판매하고 유통시키고 싶은 그런 게 있어가지고. 그게 23살부터 지금 53살까지 항상 똑같아요. 이게 바로 천직이라고 하죠? 화장품을 팔아서 뭐 돈을 얼마 벌고 하는 것은 둘째 문제고, 도매든 소매든 기획은 같아요. 1억을 기획을 하든 1천 원을 기획을 하든 기획은 같다는 생각에, 아침마다 오늘은 이렇게 이렇게 해서 팔아야겠다 하는 즐거움이 있어요.
MJ: 어떤 계기로 화장품에 발을 들이시게 되었나요?
군대 제대하고 동기들이랑 제대하고 농수산 유통을 잠깐 서너 달 했었어요. 망했어요. 괴로운 시간이었는데, 그냥 다 잊고 돈은 벌어야 하는데 생각 안 하는 곳에 취직하자 해서 부천시 원미구 옥수라는 곳의 벼룩시장에서 운전기사를 구하니까 오라고 하더라고요. 가까우니까 출근했는데. 가보니까 화장품 회사더라고요. 저는 화장품 회사인지 몰랐어요. 영업부였어요. 옥수 화장품. 그게 이제 시초였죠, 운전기사로 들어갔는데, 거기 옥수 화장품에서 몇 달 있다 보니까, 이제 배달하다 보니까 이제 화장품 경로를 좀 알게 됐죠. 그러다 신촌 도매상에서 저를 스카우트해갔어요. 그러다 거기서 잘하니까 LG화장품이 상동에 있었어요. 거기서 또 스카우트가 돼서 또 이렇게 올라오면서 시작했어요.
은빈: 화장품을 사장님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니 완전 그거밖에 안 했어요. 군대 제대하고 오로지 30 몇 년간 그것밖에 안 했으니까. 다른 직업이 없어요 나는. 그 잠깐 3개월 농수산유통한 것만 빼면?
MJ: 그럼 사장님의 본캐도 화장품이신데 부캐도 화장품이신 거예요?
네 그럴 수 있죠. 그렇죠. 취미이자 직업인, 그니까 천직이 된 거죠. 제 아들딸한테도 항상 이런 얘기를 해요. 일은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설렐 수 있는 가장~즐거운 일을 찾아라. 즐겁지 않으면 평생 재미가 없다. 아빠는 화장품 하면서 30여 년간 아침에 일어나서 설렌다. 그런데 돈은 중요하지 않고, 설레 하고 즐거우면 돈도 따라올 수 있고, 그니까 그런 즐겁지 않은 일은 하지 말아라. 인생 짧은데 뭔 재미가 있겠냐. 하는 일이 즐거워야. 어떤 일을 해도 돼요. 직업은 중요하지 않아. 그런데 즐거워야 해. 억지로 끌려가는 일은 재미가 없어. 그래서 내가 직업이 취미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일맥상통한 말이죠. 어떻게 직업이 취미가 될 수 있나 하지만 나는 그랬어요. 화장품 판매를 기획하고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어. 그리고 미쳤어요. 그래서 그런…
MJ: 그럼 부캐이자 본캐인 화장품. 화장품으로 사장님이 가장 재미있어 하시는 점이 뭐예요?
상품기획. 이게 어떤 거냐면요. (손님 오심) 네 아까 뭐 물어봤죠? 아, 장사를 몇십 년 하다 보면 오프라인 매장들이 많이 닫아요. 그래서 어떡하면 안 닫을까. 온라인이 활성화되는데 어떡하면 안 망하고 유지를 시킬까 기획을 하기 시작하는데, 즐거움이 뭐냐 면. 여기 가게를 와야지만 할 수 있는 그런 상품들을 어떻게 구비를 해서 기획을 해서 팔아봐야겠다. 해서 저기 밖에 보면, 바구니들이 있어요. 저거를 처음에는 한 10-20 바구니를 했어요. 했는데 반응이 좀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서 또 그 바구니를 그때그때 상품이 좋은 게 있을 때 늘리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 시작은 20개 정도였는데, 상품이 또 좋은 것들이 있잖아요. 좋은 것들을 선별해서 좀 늘려서 30-50개가 되고. 그러다 보니 지금은 바구니가 105 바구니예요 105 바구니로 눌었는데. 그거를 계속 장사를 잘하기 위해서 또 물건을 바꿔요. 105 바구니를. 봄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또 화장품들이 바뀌거든요. 그렇게 해서 장사를 또 몇 년 하니까 그러더니 5년 또 지나니까 사람들 눈이 또 식상해지는 거예요. 장사가 또 안돼. 또 방법을 구축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상품이 몇 년이 지나서 식상해지면, 계절별로 뚜렷해요 화장품이. 틀려요. 그래서 여름에는 겨울 거를 또 빼고 해서 기획을 해요. 그런 식으로 4계절 운영을 해요. 그렇게 해서 기획을 하다 보면 품목이 한 20가지가 새로 들어왔는데 어떤 거는 실패도 있어요. 실패하면 그냥 손님들 줘버려요 서비스로. 그냥 손해를 보고 줘버리고. 잘 나가는 걸 넣고 아닌 걸 뺐을 때. 잘 나가면 기분이 좋죠.
은빈: 여기 뒤쪽 공간은 단골 오시면 쉬다 가고 하는 공간인가요?
아니 여기가 아니고, 요 앞에다 해놨어요. 여기 앞에다가 할머니들 저희가 한 이삼십 분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를 다 해놨어요. 여기 보시면 쫙 앉아있어요. 왜냐면 할머니들이 돌아다니다가 앉을 곳이 없잖아요. 그래서 앞에다가 해놨어요. 그러다가 화장품 필요하시면 다 사시더라고요. (MJ: 이렇게 손님이 또 생기겠네요.) 그렇죠. 이것도 전략이죠. 장사하는 데는 항상 사람이 있게 해야 좋아요. 그래서 전략이지. 거기에 월세를 30-40 줘도 되는데, 그런데 포기하고, 쉬시라고. 그런데 또 이게 돌아와요.
MJ: 인터뷰를 다니면서 사장님들의 부캐에 이름과 나이를 정해 보고자 하거든요? 사장님의 부캐에 새로운 닉네임을 지어준다면?, 사장님은 부캐와 본캐가 같으시지만 그래도(웃음)
저의 부캐 활동인 화장품과 배드민턴 활동 둘이 포함해서, 저는 닉네임이 평생 하나밖에 없어요. ‘장풍’. 이건 누가 지어줬어요. 배드민턴 치면서 아는 사람들이. 제가 직업이 화장품이잖아요.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사람들이 장품아 장품아~ 그랬어요. 그래서 이게 나중에 장풍이 되어가지고. 배드민턴 쪽에서는 제 이름을 몰라요. 장풍으로 알아요. (MJ: 이중적인 의미가 있는 이름이네요, 화장품과 장풍처럼 배드민턴 치시는 모습)
나이는 생각해 본적이 별로 없어서.. (MJ: 희망사항?) 희망사항이라면, 39살. (MJ: 왜 하필 39살인가요?)
19살도 29살도 안 바라고. 39살 하면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이때 배드민턴을 처음 시작했는데, 레슨을 안 받았어요. 제가 아마 레슨을 받았으면 대한민국 동호회에서 1위가 됐을 거예요 (웃음) 그냥 쳤어요 저는. 운동신경으로. 전국 대회도 나가요. 근데 자세가 안 좋아. 레슨을 안 받아서. 그래서 39살로 돌아가면 레슨을 받으며 시작했을 텐데 조금의 아쉬움. 그것 때문에.
MJ: 사장님이 부캐를 또 만든다면 어떤 걸 하고 싶으세요?
하나가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나무 심은 거 더 심어보고 싶어요. 일단은 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장사에 묶여 있다 보니까 시간이 많지 않아요. 매일 가고 싶은데 여의치가 않아서 예쁘게 못하고 있거든요. 나무들 전지도 해야 하고, 거름도 줘야 하고. 잘 가꿔야 해요. 자식새끼들 가꾸듯, 잘 돌보지 않으면 나무들도 죽어요. 죽어.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것들을 더 하고 싶어요. 과일나무도 엄청 많이 심어놨어요.
MJ: 이 정도면 인터뷰 엄청 충분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화장품을 이렇게 사랑하시는지 몰랐어요. 대단하세요.
그래서 자식들한테도 돈벌이가 안돼도 좋아하는 것을 해라. 그래서 직업은 의사 박사 하면 좋겠지만. 바라지도 않아. 피곤하잖아 그런 거는. 그냥 즐거운 것. 마음 설레는 직업을 해라. 그런데 이런 걸 찾는 게 쉽지 않죠.
-인터뷰어 MJ의 후기
첫 번째 인터뷰라 조금 서툰 부분도 있었는데, 즐겁게 대답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었어요. 즐거운 걸 하고 살으라는 말이 흔한 말 같지만 직접 들어보니 너무 감동으로 다가왔네요. 앞으로도 부캐 장풍의 활발한 활동 응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