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섬》용산구 양녕로 445

예술 공간이야기

오늘은 소개할 곳은 결이 다른 예술공간입니다.

점점 좋아지는 햇살 받으며 산책도 하고 조용히 사색하기도 좋아서, 저도 평일에 시간이 되면 종종 가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까진 사람이 적어서 다닐만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사람 적을 때 다녀오시라고 쓰고 있던 글 대신 이 글을 먼저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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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 © 네버레스 홀리다


한강대교(용산구 한강로 3가와 동작구 노량진을 연결) 아래엔 가로로 놓인 작은 섬이 있습니다. 노들섬이죠. 2019년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개장했는데, 이듬해 코로나 악재가 겹쳐 그동안 시설을 온전히 이용할 수 없었어요. 다행히 올해 3월부터 실내외 공간들과 시설들이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제 생활권이 강북이다 보니 한강은 정말 마음먹고 가게 되는 곳인데, 작년에 너무 못 돌아다녀서 그런지 올해는 자주 안 갔던 곳들이 갑자기 궁금해지더라고요. 노들섬도 여러 번 '가야지 가야지' 했다가 이런저런 핑계로 계속 미뤘었는데, 근처에 일이 생겨서 겸사겸사 다녀왔죠. 매번 지나가기만 했던 한강대교에 내려 본 것도 진짜 오랜만이었고요.


한강대교는 한강에 놓인 첫(1917년) 인도교입니다. (첫 다리는 1900년 완공된 한강철교예요.) 당시 한강대교 아래 섬을 나카노시마(중지도, 中之島)로 불렀는데, 1987년 서울시 주도로 한강 제1 중지도를 '노들섬'으로 제2 중지도를 '선유도'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죠. (지하철 3호선 '중앙청 역'도 이때부터 '경복궁역'으로 불렀대요.) 이 이름은, 예로부터 한강을 사이에 둔 용산의 맞은편을 '노들' 또는 '노돌'이라 부른 데서 기인하는데, 일설에 따르면 이 '노들(노돌)'은 '백로(鷺)가 노닐던 징검돌(梁)'이란 의미라고 하죠. 덧붙이자면 이 지역은 예부터 수양버들이 울창하고 경관이 빼어나 일찍부터 시인 묵객의 자주 다녀간 곳으로, 조선 태종 14년(1414년) 이곳에 나루(津)가 만들어지며 노들나루, 한자로 '노량진(鷺梁津)'으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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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1917년 한강 인도교 개통 당시 (우) 문화예술공간이 들어서기 전 노들섬

이미지 출처: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4364.html


1860년대 김정호(1804-1866 추정)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제1첩 경조오부도(京兆五部圖, 서울의 중부와 동서남북부)'를 보면, 지금 여의도 위치에 있던 ‘백사주이십리(白沙周二十里)’라 불린 엄청난 규모의 모래섬(백사장)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래의 용산 아래에도 모래밭 마을인 '사촌'이 있었다고 하고요. 조선시대엔 궁궐에 진상할 만큼 이 지역 물맛이 기가 막혔고, 해넘이 풍경을 ‘사촌모경(沙村暮景)’ 이라 하여 용산 팔경 중 하나로 꼽을 만큼 풍경도 수려했던 곳이었대요. 주목할 건 정조대왕 화성 행차길에 쉬어가던 노량행궁이 이 건너에 위치했는데, 한강을 건널 때 사용한 주교(舟橋, 배다리)의 위치가 현재의 노들섬을 지난다고 하죠. 그만큼 이곳의 도하 조건이 좋았대요. (정조대왕 능 행차 관련해서는 "의궤" 관련 제 이전 블로그 글을 참고해 주세요~)

또 노들섬 일대엔 '신초리(新草里)'로 불린 마을도 있었대요. 신초리가 처음 언급된 문헌은 (현재까지 확인된 바) 『비변사등록』(숙종 9년·1683)으로, 종합하면 "신초리는 농사도 짓고 물고기도 잡고 배를 만들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추정 인구는 300명 정도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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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2007년 하이 페스티벌 당시 배다리 위치 참고도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5&aid=0000275569 (우) 2016년 정조대왕 능 행차 배다리 정경 출처: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421&aid=0002321371


결과적으로 이 섬은 일제에 의해 섬으로 분리되었고, 그 위로 1917년 일제가 인도교를 건설하면서 진짜 섬이 됩니다. 공사 비용은 애초 74만 원에서 늘어난 83만 원으로, 당시 시세로 쌀 213만 석에 해당하는 액수였다고 해요. 모래언덕에 흙을 돋우어 석축을 쌓아 올린 33,000㎡ 규모의 원형 인공 섬인 '나카노시마(중지도, 中之島)'는 그렇게 남북 연결을 위해 생긴 거죠. 1930년대엔 노들섬까지 전찻길이 놓이고 한강 인도교 역도 생겨났는데, 주변 100만여 평의 한강 백사장이 형성되어 있어, 우거진 잡풀과 갈대숲 가운데 모래언덕과 물웅덩이 사이를 걸어 중지도(노들섬)로 강 구경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민요 ‘노들강변’에도 '노들강변 백사장 모래마다 밟은 자국'이란 가사가 있어요.) 1950년대와 60년대 ‘한강 백사장’이라 부르며 여름엔 피서지로, 겨울엔 스케이트장으로 1967년까지 애용되다가, 1차(1968년-1970년)· 2차 (1988년 서울 올림픽대회 유치를 계기로 본격화, 1982-1986) 한강 종합개발사업 당시 백사장 모래를 파내 공사 자재로 쓰면서, 이전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죠. 그야말로 '한강변의 기적'이라 불리는 천지개벽이 일어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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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 버스 정류장에서 바라본 육교. 이 육교를 건너면 도로 반대편의 노들섬으로 연결 © 네버레스 홀리다


우여곡절의 역사 끝에, 2005년부터 계획한 '문화예술의 섬' 은 2019년 현재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공개됩니다. 저는, 자라섬이 겹쳐 보이더라고요, 여길 가본 후. 자라섬은 재즈축제와 그곳만의 '무드' 그리고 나름의 소박한 유흥? 거리가 있어 근래 몇 년은 계속 갔었는데, 자라섬보다 교통과 접근이 편해서 모든 시설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면 더 자주 가게 될 거 같아요. 선유도 공원처럼 버스가 노들섬 입구에 바로 서거든요.

가기 전에 먼저 알아두셔야 할 건 이곳 대부분 시설의 개점시간은 12시라는 것.(화요일 휴무) 공원은 상시 개방이고 일부 음식점과 카페는 12시 이전에도 영업을 하지만 노들 서가나 전시장 등 주요 시설은 12시가 되어야 해요.(코로나로 변수가 많으니 꼭 홈페이지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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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경과 2층에서 바라본 1층 중정 © 네버레스 홀리다.


제가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3가지입니다. 노들서가와 갤러리 그리고 산책로가 있어서죠.

노들서가는 벽면 한쪽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2층 구조로, 1층엔 책 판매 및 구매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2층은 자율 독서가 가능하도록 장소와 책을 제공합니다. 카페도 있고요. 노들섬 갤러리와 서가에서는 QR 및 온도 체크를 마치면 파란색 손목 띠를 주는데, 이걸 차고 다니면 노들섬 내 다른 상점에서는 따로 QR 및 온도 체크를 안 해도 돼서 편해요. 노들서가는 3개월 단위로 자체 큐레이션에 따라 책을 진열 및 판매하고 있어, 독립서점이나 개인 서점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딱 둘러보기 좋을 정도의 규모로, 직원분의 코멘트를 읽을 수 있는 책들도 많고요. 성인과 아동용 도서가 두루 있을 뿐만 아니라 벽면 서가 쪽엔 독립 출판 책도 가져다 둬 같은 주제로 모인 색다른 시선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 외 대형서점에서 판매하는 책들도 큐레이션에 맞게 들여놓았는데, 4월부턴 새로운 큐레이션에 맞는 책들이 들어오니, 변화를 느끼고 싶다면 이번 달과 다음 달 연이어 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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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서가 내부 © 네버레스 홀리다


서점 안에는 체험해 볼 수 있는 소소한 활동들도 있고 책을 구매한 후에 앉아서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해, 조용한 음악과 함께 책 한 권 읽으며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싶은 분들께는 아주 좋은 장소입니다. 책 포장은 간단하지만 느낌 있고, 할인 판매는 없지만 구매 후 연필을 하나 넣어주시더라고요. (한시적 이벤트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소소한 질문에도 상냥하게 응대해 주는 직원분 덕에 기분도 좋아지고요.


1층에는 노들서가 외에도 체험과 구매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숍들이 여럿 있습니다. 다 문을 열진 않았는데 그래도 지나면서 슬쩍슬쩍 보니 젊은 취향의 공간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갤러리 방향에도 사무실 공간과 일부 숍들이 공존했는데 아쉽게도 들어가 보진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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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마이닝 《 into the forest 》전시 전경 및 작품 일부 © 네버레스 홀리다


스페이스 사사오 갤러리 1에서는 현재 아트 마이닝 artmining 서울 주제 공모전인 《 into the forest, 숲으로 》(~3.28일까지)가 진행 중입니다. 37명의 작가 170여 작품 중 시선은 물론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작품들이 여럿 있어 좋았어요. 마스크를 써도 전시장 내 풍기는 향은 쉽게 맡아지는데, 천연 공기 정화 물질과 피톤치드 향이 들어있는 프리미엄 페인트에서 나온 향기였더라고요. 와우~ 전시장엔 작가별 설명 판에 QR을 삽입해 상세 정보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고, 별도의 전시 앱을 깔면 다른 정보들도 함께 받아볼 수 있습니다. 갤러리 출품 작품은 전시와 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꾸며놓아 일반 관람객들은 무료로, 미술품 소장가들은 신진 및 중진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 전 프리뷰 하는 차원에서 봐도 좋겠더라고요.


실내 공간을 보고 나면 1층과 연결된 야외 공간으로 가보세요. 걷기 좋은 산책로엔 자전거 타고 오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설치 작품도 있고, 서울시 로고와 함께 서울의 대표 건축물을 함께 넣은 '증명사진'도 찍을 수 있고요. 근래 생긴 거 같은데 노들섬과 여의도 섬을 연결하는 야간 유람선(편도 성인 8,000)도 운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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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유람선 선착장 및 노들섬 공공 프로젝트 작품<달빛 노들> © 네버레스 홀리다


넓은 야외 정원이 있으니 친구와 오붓이 걸으며 담소를 즐겨도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겠더라고요. 낮에 가든 밤에 가든 확 트인 서울 한강 중심부의 풍광은 덤이고요. 보면서 '한강의 기적을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에 대해 곱씹어 봐도.... 이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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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 야외 공원 © 네버레스 홀리다


이밖에도 라이브 홀과 노들 생태숲도 있는데 홈페이지를 통해 연주 일정이나 개방 일정을 따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요즘은 변수가 많으니까요. 편의점과 식당 등도 있으니 적은 인원으로 가볍게 가셔서 봄 햇살 충분히 느끼고 오세요.






의궤 관련 이전 포스팅: https://blog.naver.com/neverlesshollida-1/221667689521

http://nodeul.org/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4364.html

https://uri.seoul.go.kr/surc/archive/policyView.do?bbs_master_seq=POLICY&bbs_seq=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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