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종로구 율곡로 3길 4

예술 공간 이야기

《서울공예박물관 Seoul Museum of Craft Art 》 종로구 율곡로 3길 4



2021. 7월 서울에 공예 박물관이 개관했습니다.

한국 최초 공립 공예 전문 박물관으로, 원래는 15일에 개관식을 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16일부터 쭉 시범운영 중입니다. 전망대와 카페、뮤지엄 숍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순 없지만 사전예약을 하면 제한 시간 동안 전시실 관람이 가능합니다. 위치는 인사동 입구 맞은편 옛 풍문여고 자리로, 2014년 기본 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부터 2018년 완공, 이후 개관까지 거의 8년이 걸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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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외관© 네버레스 홀리다


서울공예박물관 터는, 왕가의 저택(세종의 아들 영응 대군의 집)과 왕실 가례(순종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건축된 안(국) 동 별궁)로 사용된 곳입니다. 또 수공예품을 제작하여 관에 납품하던 조선의 장인 경공장(京工匠) 들과 약 70여 년간 학생들의 배움터로 존재했던 풍문여고 부지이기도 하죠. 주변 북촌, 인사동, 삼청동, 경복궁 등과 인접해 있어 다양한 문화 경험이 가능한 장소인 건 말할 것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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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과 옛 부지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담장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도로에서 약간 올라간 대지 위에 서있는 건축물이 하늘과 포개져 더 예뻐 보입니다. 앞뒤 어디서든 출입도 가능하고요. 기존 풍문여고 건물 5개 동을 리모델링하고 안내동과 한옥을 신축했는데, 오밀조밀하게 있는 닮은 듯 다른 건축물이 낯선 익숙함을 전해줍니다.


공예가 지닌 기술가치(工), 실용 가치(用), 예술가치(藝), 문화가치(智)를 보여주는 서울공예박물관 관람은, 입구 왼편에 길게 자리한 전시 1동에서 시작하면 편합니다. 입구에 설치된 안내도를 꼭 먼저 보세요. 전시관도 많고 전시 유물도 적지 않아 속도를 내지 않으면 시간 내에 한번 둘러보고 나오는 것도 어렵습니다. 처음 가신다면, 다시 올 생각하고 그냥 어떻게 꾸며졌는지에 중점을 두고 보면 마음이 편해요. 그래야 관람도 더 여유로워지고요.


전시동 안팎으론 공예 박물관답게 공예 작가들의 작품으로 외벽, 로비, 천장, 마당, 안내 데스크를 꾸몄어요. 공예 작가가 박물관 개관에 직접 참여하고, 작품을 시민들이 직접 사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공예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된 공예작품 설치 프로젝트'object 9' 선정작들이죠. 실용성과 심미성을 담은 작품들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아마 보면 바로 아실 거예요, 눈이 먼저 반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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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ject 9 중 일부©네버레스 홀리다


이곳에는 전통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2만 2000여 점의 공예 유물과 공예 관련 자료가 수집되어 있습니다. 전시도 공예 역사、현대공예、지역 공예、어린이 공예 등을 다루고, 공예 아카이브、공예 도서관、보이는 수장고 등을 두어 공예 자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시설들도 갖췄죠. 현재 총 6개의 상설전과 6개의 기획전을 운영 중인데, 그냥 전시 1동부터 3동까지 순서대로 보면 다 보게 됩니다. 기획전의 전시 일정은 차이가 있으니 꼭 보고 싶은 전시가 있다면 날짜는 먼저 확인해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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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트 아이 패드 pad & wal l © 서울공예박물관, 네버레스 홀리다


박물관 전시 1동에는 craft eye라는 미디어 패드와 미디어 월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박물관 소장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보조 장치들로, 기기 대여는 8월 중순부터 시작이라 날짜 확인하시고 안내 데스크에서 빌리면 됩니다. 대여 시 신분증이 필요하고요. 미디어 월은 소장 작품들을 탐색해 보는 곳으로 기획전시실 바로 앞에 있으니 오며 가며 검색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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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시 © 서울공예박물관


기획전의 전시 유물은 전통 공예와 현대 공예 작품이 고루 섞여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3층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전이 괜찮았어요. 광복 이후 현대 공예의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전시로, 한국공예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전시였죠. 천고도 가장 높고 공간도 트여있어 모르긴 해도 다른 관람객들에게도 가장 호응이 높았을 거예요. 기존 건물의 천장이 낮은 데다 유물 진열장 및 시설이 가득 차 조금 답답한 느낌을 주는 공간들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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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 작품 일부 © 네버레스 홀리다


상설전 역시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서울공예박물관 2만 2000여 점의 소장품 중에는 국가지정문화재 5점과 서울시 시정 문화재 및 지정 추진 문화재들도 있는데, 이들 중 선별된 유물들로 상설전을 가득 채우고 있죠. 6개의 상설전시관이 다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가 가장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공예 역사를 다룬 상설전시로, 조선、대한제국、일제강점기의 공예와 장인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어요. 조선 섹션에서는 왕실 공예 및 문인 취향의 공예 그리고 당시 민간 소비자의 수요와 취향이 반영되어 새롭게 등장한 물품 양식을, 개항 이후 대한제국기에는 근대화된 공예 문화와 산업 공예 、미술 공예를 다뤘고, 일제강점기의 공예가와 공예품의 면모도 엿볼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은 공간이라, 저도 곧 이 상설전을 자세히 보기 위해 다시 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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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전시©서울공예 박물관


이밖에도 상설전시실엔 기증 자수, 서울 무형문화재 보유자 중 25명의 공예 장인의 작품 이야기를 담은 전시,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체험형 상설 전시 등 구성이 다양합니다. 관람객에게 전시물을 잘 전달하기 위해 애쓴 흔적들도 많이 보이고요.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촉각 관람(tactile station)과 유도 블록을 설치한 부분도 인상적이긴 한데, 글쎄요... 일반인도 길을 찾기 쉬운 구조가 아니라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계단도 만만치 않고, 전시 3동엔 자동이 아닌 유리문도 많아서... 이 부분들은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보완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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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전©네버레스 홀리다


공예 박물관이 개관하기 전까진 기대감과 함께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었죠. '주변 박물관들과의 차별성을 지닌 유물들이 수집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일단 국립민속박물관이나 인사동 공예 진흥원과 전통 공예 갤러리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있었죠.

개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녀온 제게, 친구가 묻더라고요. 가볼 만하냐고. 그래서 '가볼 만해. 유물도 좋아'라고 말했죠. 제 주변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일한 지인들이 많아 눈높이가 남다릅니다. 유물도 보지만 다른 요소들도 종합적으로 보기 때문에, 저도 대답할 때 여러 부문으로 나눠서 이야기를 해줍니다. 가령, 전시는 어땠고, 사이니지는 어땠고, 동선과 서비스는 어땠고 하는 식으로요. ㅎㅎㅎ

그래야 시간을 들여 볼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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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전 © 네버레스 홀리다


그렇게 여러 부문으로 나눠 생각해도 꽤 괜찮게 잘 구성된 박물관입니다. 개관 전이라 앞으로 1,2년 정도 지난 후에 다시 봐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전시실을 돌다 보면 고생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아쉬운 부분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말 그대로 시범 운영이니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개선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유리창을 통해 보는 창밖 풍경인데요, 이 주변에 워낙 다양한 건축물들이 많기도 하지만 그 앞에 작품들을 놓아 보물찾기 하듯 작품이 잘 보이는 각도를 찾아 이리저리 서성이게 하더라고요. 또 실내 휴식처로 마련된 곳곳에도 의자와 함께 통창 유리가 있어, 이미 대다수 분들이 광선을 조명 삼아 멋진 사진들을 많이 찍으셨더라고요. 전시장을 돌다 보면 창문 주위에서 서성이며 인생 샷을 찍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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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 네버레스 홀리다


가장 아쉬운 점 한 가지는 개관과 함께 만든 여러 종의 리플릿들입니다. 일반 종이와 함께 코팅지도 있고, 분량도 어떤 건 소책자에 버금갑니다. 코로나 때문에 잠시 밀려있지만, 환경문제도 꽤 심각하잖아요. 게다가 전시 안내서들은 1회성으로 요즘 갤러리나 몇몇 곳에서는 벽면의 QR코드를 활용하거나 전자 파일로 대체해서 인쇄물을 줄이고 있어요. 아예 안 만든 전시들도 있고요. 서울시 역시 환경 문제에 꽤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다방면의 교육 활동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정작 공기관들에서 만드는 홍보물들은 이런 이슈에서 멀리 떨어져 있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명 기관에서 만들어내는 1회성 쓰레기들이 적지 않을 텐데 말이죠. 결국 예산을 들여 만들어서 예산을 들여 치워야 하는 반복적인 형국,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IMG_7022.JPG 서울공예박물관 리플릿들©네버레스 홀리다


서울공예 박물관에선 9종류의 리플릿을 만들었어요. 저 역시 3,4가지를 참고했으나 이 중에 꼭 인쇄물로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던 건 없었어요. 만든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나, 새로운 화두가 있는 시대에 설립된 박물관인 만큼, 콘텐츠 구성과 전시는 기본이고 환경 개선에서 이바지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범운영 기간이지만 대부분의 시설은 이용할 수 있으니,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한번 다녀오세요. 혼자 가도 좋고, 둘이어도 좋은 공간입니다.




https://craftmuseum.seoul.go.kr/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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