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후 저희 집에 방문했다가 들어오지 못하고 문 앞에서 한참 이야기했던 일요. 저는 그때의 일이 참 오랫동안 기억이 남았어요. 매일 밤 아이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며 긴긴밤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근데 며칠 전 삼촌의 사망 소식을 들었어요. 암투병을 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말에 조금 더 용기를 내 연락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암판정을 받고 수술이 가능해 모두들 괜찮을 줄 알았다가 갑자기 전이가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말에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을 떠날 때마다 멘탈이 흔들리네요.
태어나고 죽는 것은 당연한 것임을 알면서도 부고 소식을 전해 들을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왜 전화를 한번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들이 나를 자꾸만 공격하네요. 아이들은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얼마나 힘들고 혼란스러웠을지. 매일 보던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죠.
어릴 적 삼촌을 만날 때면 마냥 좋았어요. 삼촌이 예뻐하는 것을 알기에 더 많이 장난쳤어요. 명절 때 성묘 갔다가 음복 후 먹었던 오징어가 생각납니다. 서로 몸통을 먹겠다고 다투면 삼촌이 몰래 제 손에 몸통을 쥐어 주었죠. 그리곤 입에 검지손가락을 갖다 대며 눈을 찡긋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삼촌은 이처럼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성격이 급한 탓에 넘어지기 대장이었던 나를 항상 일으켜 세워 주고 무등도 태워주셨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때의 느낌을 알게 해 준 사람. 사랑이 뭔지 온 마음을 다해 알려주었던 진짜 어른이랍니다.
결혼 후, 우리에 만남의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죠. 그렇게 잊고 있다가 올해 문득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면서 삼촌이 많이 보고 싶었어요. 몇 달 만에 안타까운 소식으로 마음이 많이 무거운 하루입니다.
엄마에게 전해 들은 삼촌은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 멋진 아빠였고, 남편이었고, 아들이었다고 했어요. 이제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그곳에서는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 하면서 환하게 웃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