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보석 7
여행 중 친구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정정하시던 분이 갑자기 왜?'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국 걸지 못했다. 대신 올라온 글에 '엄마와 마무리 인사 잘하고 있어. 내일 갈게.' 댓글을 남겼다.
갑작스러운 엄마와의 이별.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죽음에 가족들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내가 겪게 된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 상상하기를 거부했다.
엄마에게 딸이 특별하듯 딸에게도 엄마는 특별하다.
여행을 마치고, 집이 아닌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고운 한복을 입고, 편안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친구와 동석했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내는 친구의 모습에 마음이 저린다.
"건강하시다가 일주일 전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이렇게 되었어. 연맹치료거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해 두셔서 엄마 뜻대로 해드리기로 했어. 언제 떠날지 모르는 길을 미리 준비하셨다는 게 놀라워. 일주일간 얼마나 울었는지 이제는 눈물도 안 나와. 지금은 괜찮아졌어."
괜찮다고 말하고 있지만, 친구는 온 힘을 다해 견디고 있을 것이다. 장례식이 끝나고 혼자 있을 때 사무치게 그리워 펑펑 소리 내 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 덕분에 15년 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들을 만났다. 모두 자신의 삶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어른이 되었다. 15년간의 대화를 나누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살아있기에 이렇게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해하며 잠시 옛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무 살에 만났던 우리들은 어느 덫 40대 후반이 되었다. 아이들은 모두 중학생이 되었다. 어머니의 부고 소식이 없었다면 잊고 살았을 우리에게 어머니는 따뜻한 온기를 전했다.
어머님의 깊은 뜻을 되새기며 앞으로 소식 전하며 살게요. 그곳에서도 많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저의 사랑스러운 친구 어머니로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다. 사람도, 직업도, 나와 인연이 되었다가 다시 떠나간다. 그 속에서 나는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간다. 삶의 끝이 좋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질문 대신 '어떻게 죽고 싶은가' 생각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삶의 방향이 보인다.
생각지도 않은 일상 속에서 누군가와의 만남이 이별이 내 삶을 다시 돌아볼 시간을 갖게 한다. 나는 잘 살고 있는지 의심하지 말고, 굳건히 믿고 앞으로 나아가본다.
딱 일주일만 아프다 가고 싶다.
우리 아이들 힘들지 않게.
내가 복이 있을까.
- 우리 엄마 김화자 씨의 말 -
엄마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언제나 자식 걱정밖에 없는 내 사랑 우리 엄마 김화자 씨. 당신의 딸로 태어나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나도 그런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사랑합니다. 왜 또 마음이 울컥할까.
#연명치료거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영정사진 #마지막인사 #죽음을준비하는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