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일 경기도 외곽에서 일어난 일이다. 작년 12월, 남편은 사고를 당했다. 팔이 부러져 수술을 했고 운전이 어려운 상태라 매일 출⋅퇴근을 시키고 있다. 저녁 5시쯤 남편 회사로 가던 중 삼거리에서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밀리는 구간이 아닌데 이상했다. 창문을 내리고 주변을 살피는데 갈색빛의 무언가 보였다. 자세히 보기 위해 목을 빼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저건 송아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송아지가 확실했다. 도로에 송아지가 출몰했다. 삼거리 중앙에 있다 보니 차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난감해하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확대해 사진을 찍었다. 그때 동네 선글라스 맨으로 불리는 사람이 작은 돌을 송아지에게 던졌다. 송아지는 놀라 도로 밖으로 나갔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차를 움직여 남편 회사로 갔다. 퇴근하는 남편에게 조금 전 사건을 이야기하자, 재미있다며 웃는다. 잠시 후 도로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송아지를 못 잡았나’ 생각하며 다시 목을 빼 창밖을 살폈지만 딱히 보이는 것은 없었다.
소방 대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잠시 후, 소방차가 도착했다. 소방차에서 4명의 소방대원들이 커다란 그물망을 들고 내린다. 누군가 119에 신고를 했나 보다. 송아지라기에는 크고 소라고 하기에는 작은 크기라 사람들도 쉽사리 잡지 못했다. 송아지도 겁이 났는지 도로를 왔다 갔다 하며 잡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이었다. 잡으려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는 송아지의 승부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잠시 송아지는 어느 건물 쪽으로 도망을 갔다.
남편은 속이 불편하다고 호소를 했다.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고 소화제를 사러 갔다. 소화제를 사서 차에 돌아왔지만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며 남편을 찾아보았다. 근데 저게 무슨 상황인가. 남편이 깁스 한 팔로 열심히 뛰어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송아지가 질주하고 있다. 송아지 뒤에는 소방대원들이 쫓아오고 있다. 어찌 된 상황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남편을 살리기 위해 시동을 걸고 남편을 태워 자리를 벗어났다.
“무슨 일이야. 송아지가 왜 당신을 쫓아와?”
“아니, 송아지가 보이지 않아서 어디 있나 찾고 있었는데. 갑자기 풀숲에서 송아지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달려드는 거야. 너무 놀라서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도망쳤지.”
남편은 놀라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진정이 된 남편은 어릴 적 사건하나를 들려줬다. 6살 때 외가댁에서 있었던 일이다. 밖에서 동네 친구들과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친구들은 남편을 찾지 못했다. 밖으로 나와 친구들을 찾아보았다. 아무 곳에도 친구들은 보이지 않았다. 골목길을 돌아서 나오는데 눈앞에 돼지 한 마리와 마주쳤다. 너무 놀란 남편은 그 자리에 얼음이 되었다. 돼지도 움직이지 않고 남편을 쳐다만 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남편은 두려움에 떨다 오줌을 쌌고 울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놀라 돼지가 달려들었다. 남편과 돼지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다행히 돼지를 잃어버렸던 어른들이 근처에 있어서 무사할 수 있었다.
이후 남편은 우리를 나온 동물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고 한다. 몇 해 전 결혼식이 있어 다시 방문한 외가댁 그 골목길은 너무 작았다. 6살 아이의 눈에는 어마어마하게 보였던 곳. 지금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하는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