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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팥떡 해주세요

생일에 꼭 먹고 싶은 음식 NO.1

by 정미숙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가 태어났다. 백 일째 되던 날 수수팥떡을 처음 만들었다. 아이가 먹을 수는 없지만 액운을 막아주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말에 10살까지 꼭 해주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매년 아이의 생일상에는 수수팥떡이 올라갔다.


5살 생일에는 많은 사람들과 나눠 먹으면 좋다는 말에 어린이집 친구들 것까지 만들었다. 아이와 함께 예쁘게 포장했다. 친구들과 함께 수수팥떡을 나눠 먹을 생각에 아이가 행복해한다.

11살이 된 아이에게 물어본다.

“생일날 어떤 음식 해줄까?”

“수수팥떡 해주세요!”

“수수팥떡? 수수팥떡은 10살까지만 하는 거야. 10살까지 해주면 앞으로 있을 액운을 다 막아 준대. 이제 11살이니깐 안 해도 돼."

“생일날만 먹을 수 있는데...” 아이가 끝말을 흐린다.

“그럼 엄마가 떡집에서 사 올까?”

“난 엄마표 수수팥떡이 좋아요.”

그 말을 하며 환하게 웃는 아이에게 거절할 수 없었다. 팥을 꺼내 씻기 시작했다. 아이에게는 수수팥떡이 엄마의 특별한 음식인가 보다. 생일날만 되면 1순위로 수수팥떡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걸 보면 말이다.




덕분에 수수팥떡을 만드는 실력이 나날이 늘고 있다. 처음 팥고물을 만들 때는 물 조절에 실패해서 너무 질었다. 다음 해엔 물을 적게 넣어서 팥고물이 너무 되직했다. 이제 11년째 하다 보니 팥고물이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씹히는 맛이 난다. 간은 조금 덜 달게 했다. 시중에 파는 수수팥떡은 유난히 단맛이 강했다. 많이 먹으면 질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도 그런 엄마의 입맛을 닮아 엄마표 수수팥떡을 좋아하는 건 아닐까.


1. 수수가루와 찰쌀가루를 1대 1로 섞는다.
2. 물 100ML와 설탕 100ML를 넣고 끓여 설탕물을 만든다.
3. 1번에 설탕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반죽한다.
4. 먹기 좋은 크기로 동그랗게 빚는다.
5. 다 빚은 떡은 끓는 물에 넣고 경단이 떠오르면 1분 있다가 불을 끈다.
6. 다 익은 경단은 찬물에 1분간 담가두었다가 물기를 뺀 후 팥고물을 입히면 끝이다.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그래도 아이가 좋아하니 매년 만든다.

올해 13살이 된 아이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생일날 어떤 음식 해줄까?"

"엄마표 수수팥떡 해주세요!"

아이는 당당히 말하고 활짝 웃는다. 아이의 볼을 꼬집으며 따라 웃는다.

언제까지 수수팥떡을 만들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아이가 행복해하니 아마도 당분간은 계속 만들게 될 듯하다. 엄마표 수수팥떡을 먹으며 엄마의 사랑을 듬뿍 느낄 아이를 생각하니 뿌듯하다.


조용히 아이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건네 본다.

"언제든 얘기하면 만들어 줄게."

아이가 고개를 저으며 손사래를 친다.

"절대 안 돼 엄마. 자주 먹으면 맛이 없단 말이야. 생일날만 먹는 엄마표 수수팥떡이라서 더 특별한 거야."

아이 대답에 언제 저렇게 컸나 싶다. 특별한 것은 어쩜 자신이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1년의 기다림을 통해 엄마의 사랑을 더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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