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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Mar 09. 2023

나이를 거꾸로 먹는 엄마

엄마의 젊은 시절이 낯설다

앨범 정리를 하자, 아이가 곁으로 다가온다. 어릴 적 엄마 모습에 아이가 환한 미소를 보인다.

“어릴 적 엄마, 너무 귀엽다. 눈은 정말 동그랗다. 중학교 때는 숏커트였네. 모자를 45도로 삐딱하게 쓴 걸로 보니 엄청 개구쟁이였지?.”

“어떻게 알았지. 엄청 개구쟁이였지. 봄 소풍 가서도 노래와 춤을 당당히 부르던 아이였어.”

“고등학교 때는 갑자기 늙었는데.”

갑자기 조숙해진 엄마를 보며 아이가 놀린다.

"공부하느라 힘들었나."


아이는 앨범을 넘기며 신기해한다.

아이가 갑자기 웃는다.

“엄마 이건 언제 때 사진이야?"

"대학 다닐 때."

"대학 때는 머리 스타일이 하나같이 왜 이래?”

“그때는 다양한 머리를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 클레오파트라 머리, 펑키머리 등. 지금 봐도 너무 웃기네. 그래도 귀엽지 않니?”

아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을 거란 생각을 했는지 엄마의 젊은 시절이 낯설다.




한참을 보던 아이가 배를 잡고 웃고 있다. 무슨 사진일지 궁금해 다가가 본다. 나의 20대 사진이다.

아이가 웃음을 멈추고 다시 묻는다.

“엄마, 머리를 하나로 묶고 빨간 립스틱 바른 이분들은 누구야?”

“너도 아는 사람들이야. 자세히 봐봐.”

“와 대박 이모들 다 왜 이래? 지금이 훨씬 젊고 예쁘다.”


“그 당시에는 저런 화장법이 유행이었어. 갈매기처럼 가는 눈썹에 눈은 키메라같이 찐한 화장을 하고 립스틱은 입술라인보다 크게 그리는 것. 지금 보니 너무 촌스럽지만”

아이와 앨범을 보면서 그때의 추억 여행을 떠난다. 당시엔 예쁘다고 생각하며 꾸몄던 것들이 세월이 지나고 보니 너무 과했다. 20대엔 화장을 하지 않은 모습이 훨씬 예뻤을 텐데.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아이가 나를 빤히 본다.

“엄마는 지금이 제일 예뻐. 나이가 들수록 점점 젊어지는 마법에 걸린 엄마. 난 지금 엄마 모습이 좋아!"

아이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얼떨떨했다.

“지금이 예쁘다고 해줘서 고마워. 우리 딸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예쁠 거야.”

아이는 엄마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함박웃음을 짓는다.


나이가 들수록 젊어지는 엄마로 살고 싶었다. 마음도 외모도 여유롭고 편안해 보이고 싶었다. 살아온 삶에 따라 얼굴에 표식이 생긴다. <원더> 이자벨 폴먼의 말처럼 얼굴은 우리가 지나온 곳을 보여주는 지도다. 절대 못생긴 게 아니다. 각자 살아온 인생인 거다.

얼굴에 나만의 편안함이 묻어나길 바라며 오늘도 나의 삶을 살아간다.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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