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미숙 May 01. 2023

엄마의 도전

시작은 또 다른 삶을 만든다

 며칠 전부터 엄마의 휴대폰에 문제가 생겼다.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더니 이제는 먹통이 되었다. 엄마는 오랫동안 쓴 휴대폰과 작별인사를 해야 했다. 휴대폰 대리점에 방문한 엄마의 표정이 어둡다.


“어머님, 이제는 폴더폰이 더 이상 출고가 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하셔야 합니다.”


나이 여든에 스마트폰 할 생각에 엄마의 표정이 침울하다. 무거운 마음을 뒤로한 채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엄마에게 스마트폰 방법을 알려 드렸다. 엄마의 손은 한 번만 누르고 싶은데 자꾸만 힘이 들어가 다른 앱을 누르게 된다. 내 뜻대로 되지 않자, 엄마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졌다. 고요함을 깨고 참았던 한 마디를 하신다.


“그만하자.”


엄마의 단호한 네 글자에 가족들은 얼음이 되었다. 조용히 폰을 내려놓았다. 이후 엄마는 전화를 걸지도 받지도 못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가족들은 다시 엄마의 눈치를 보며 말을 건넸다.


“엄마, 스마트폰으로 전화 걸기, 받기만 다시 해봐요.”


엄마는 우리 성화에 못 이겨 다시 스마트폰을 들고 따라 했다. 이상하게 스마트폰에 터치를 하려고 하면 자동으로 힘이 들어가는 엄마의 손가락.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몇 번을 시도한 끝에 드디어 전화를 걸고 받게 되었다. 엄마의 표정이 밝다.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자랑을 하신다.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에 엄마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엄마가 전화를 했다.

“통화 가능하니?"

“엄마, 무슨 일 있으세요?”

“다름이 아니라 네블라고 있다면서?”

네블 그게 뭘까. 대답을 하지 않자 답답했던 엄마가 다시 말을 하신다.

“임영웅 노래를 TV 켜지 않고 폰에서 계속 볼 수 있다고 하던데. 미스터 트롯도 휴대폰에서 볼 수 있대. 10층 사는 영자가 그러더라.”

엄마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자, 엄마는 미스터 트롯 즉 재방송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는 말씀이셨다.

“엄마 넷플릭스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 그거 네블."

엄마의 목소리에 기쁨이 가득하다. 며칠 뒤 만날 우리는 그때 설치해 드리기로 약속했다.

엄마는 행복해하시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나이를 먹으니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하루를 보내면 얼마나 좋니.”

“당연하죠. 언제든 필요한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엄마는 솔톤의 목소리로 그거면 충분하다고 말씀하시며 전화를 끊었다.

작은 것 하나에 좋아하는 엄마를 보 미리 챙겨드리지 못한 무심한 딸은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처음 스마트폰을 받고 우울해하던 엄마는 이제 신세계를 접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엄마의 삶을 응원합니다.








사진 출처.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의 꽃게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