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미숙 May 11. 2023

아빠의 꽃게사랑

밥도둑 양념 꽃게찜


 아빠 생일은 매년 4월이다. 올해는 윤달이 끼어 5월 11일 오늘이다. 지난주 미리 생일 기념 여행을 다녀온 터라 생일 아침에는 아빠에게 전화만 드렸다.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오늘 많이 행복한 날 되세요."


"고맙다."


"아빠, 드시고 싶은 것 있으세요?"


 잠깐의 고민 없이 아빠는 말씀하신다.


“양념 꽃게찜.”


 매년 아빠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 아빠는 항상 같은 대답을 하신다. 알면서도 혹여나 하는 마음에 묻는다. 아빠는 양념 꽃게, 간장 꽃게 등 모든 꽃게 요리를 좋아하신다. 결혼 후 시어머니께 배운 양념 꽃게찜을 해드렸다. 아빠는 그 맛에  반하셨고, 딸 내 집에 올 때면 꽃게찜을 주문하셨다.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레시피도 친정엄마께 적어드리고 왔다. 봄과 가을이 제철인 꽃게를 사서 붙여드리면 엄마가 요리를 해서 드렸다. 친정에 갈 일이 있으면 인천 연안부두에 들러서 꽃게를 사서 양념 꽃게찜을 만들어 가져갔다.

어떤 선물보다 꽃게찜을 좋아하시는 아빠에게는 맞춤형 선물이다.

한 번은 아빠에게 물어보았다.


“아빠, 꽃게가 그렇게 맛있으세요?”

“아주 맛있지. 꽃게 살에 국물을 부어서 비벼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수화기 너머 아빠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덩달아 나도 입맛을 다신다.  


아빠를 닮아서일까. 엄마는 나를 임신하고 게를 많이 먹었다고 했다. 꽃게는 강원도라서 없었고, 홍게를 찌거나, 간장에 조려서 먹었다고 했다. 그렇게 게를 좋아하던 나는 꽃게 요리를 잘하는 시어머니의 며느리가 되었다. 시어머니에게 배운 레시피로 꽃게가 제철인 5월과 10월에는 잊지 않고 해 먹고 있다. 지금은 연세가 있으셔서 꽃게 요리가 힘드신 시어머니를 대신해 직접 해드린다. 아빠의 말대로 먹을 때 가장 맛있다. 살의 쫄깃함과 국물의 짭조름한 맛의 조화가 일품이다. 밥도둑 양념 꽃게찜을 이번 주말에 양가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야겠다. 얼마나 좋아하실까.




양념 꽃게찜의 생명은 재료다. 모든 요리가 그렇듯 신선한 꽃게가 맛을 좌우한다.

꼭 연안부두에서 살아있는 숫게로 만든다.


꽃게 손질법

1. 솔로 구석구석 문지른 후 흐르는 물에 씻어 준다.

2. 배꼽을 열고 가운데를 눌어 이물질을 빼준다.

3. 꽃게 입과 살이 없는 다리 끝을 정리해 준다.

4. 몸통과 연결된 등딱지를 손으로 벌려 분리해 준다. (나는 가위로 벌려준다.)

5. 배 양쪽에 있는 아가미를 제거하고 물로 살살 씻어준다

6. 손질한 꽃게를 가위로 반 잘라서 냄비에 차곡차곡 담는다.


양념 만들기 (4kg 기준)

뚜껑 속에 내장을 숟가락 뒷부분으로 긁어 볼에 담는다.

간장 7t, 마늘 2t, 고춧가루 2t, 참기름 1t, 설탕 3t, 물 2컵, 멸치가루 2t


꽃게를 담을 수 있는 큰 냄비에 손질한 꽃게를 넣고 양념을 넣고 센 불에서 끓인다.

한번 끓으면 약불에서 5~7분 더 끓인다. 중간에 익은 냄새가 나면 꽃게를 뒤집어 준다.

위에 있는 꽃게는 아래로, 아래에 있는 꽃게는 위로.

다 익은 꽃게는 식은 후 통에 담아서 한 달가량 먹을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의 대물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