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생일은 매년 4월이다. 올해는 윤달이 끼어 5월 11일 오늘이다. 지난주 미리 생일 기념 여행을 다녀온 터라 생일 아침에는 아빠에게 전화만 드렸다.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오늘 많이 행복한 날 되세요."
"고맙다."
"아빠, 드시고 싶은 것 있으세요?"
잠깐의 고민 없이 아빠는 말씀하신다.
“양념 꽃게찜.”
매년 아빠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 아빠는 항상 같은 대답을 하신다. 알면서도 혹여나 하는 마음에 묻는다. 아빠는 양념 꽃게, 간장 꽃게 등 모든 꽃게 요리를 좋아하신다. 결혼 후 시어머니께 배운 양념 꽃게찜을 해드렸다. 아빠는 그 맛에 반하셨고, 딸 내 집에 올 때면 꽃게찜을 주문하셨다.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레시피도 친정엄마께 적어드리고 왔다. 봄과 가을이 제철인 꽃게를 사서 붙여드리면 엄마가 요리를 해서 드렸다. 친정에 갈 일이 있으면 인천 연안부두에 들러서 꽃게를 사서 양념 꽃게찜을 만들어 가져갔다.
어떤 선물보다 꽃게찜을 좋아하시는 아빠에게는 맞춤형 선물이다.
한 번은 아빠에게 물어보았다.
“아빠, 꽃게가 그렇게 맛있으세요?”
“아주 맛있지. 꽃게 살에 국물을 부어서 비벼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수화기 너머 아빠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덩달아 나도 입맛을 다신다.
아빠를 닮아서일까. 엄마는 나를 임신하고 게를 많이 먹었다고 했다. 꽃게는 강원도라서 없었고, 홍게를 찌거나, 간장에 조려서 먹었다고 했다. 그렇게 게를 좋아하던 나는 꽃게 요리를 잘하는 시어머니의 며느리가 되었다. 시어머니에게 배운 레시피로 꽃게가 제철인 5월과 10월에는 잊지 않고 해 먹고 있다. 지금은 연세가 있으셔서 꽃게 요리가 힘드신 시어머니를 대신해 직접 해드린다. 아빠의 말대로 먹을 때 가장 맛있다. 살의 쫄깃함과 국물의 짭조름한 맛의 조화가 일품이다. 밥도둑 양념 꽃게찜을 이번 주말에 양가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야겠다. 얼마나 좋아하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