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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Jul 03. 2023

사랑의 대물림

따뜻한 온기가 가슴에 닿다

2년 동안에 병원생활을 마쳤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똑같은 일상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집안일에 집중하며 보내던 평범한 새벽, 엄마는 복통을 호소했다. 자고 있던 아빠는 다급히 구급차를 불러 아산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한 엄마는 구토를 하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아빠는 안절부절 왔다갔다하며 간호사만 불렀다. 엄마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피검사, 엑스레이를 찍으며 원인을 찾느라 혈안이 되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의사는 담석제거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빠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형님 동생하던 동생의 사망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함께 하던 이들의 죽음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힘들까.


아빠는 엄마의 수술을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혼자서 긴긴밤을 오롯이 엄마와 함께 이겨내셨다. 의사 선생님이 나오신다.

"보호자분 수술 잘 되었으니 걱정 마십시오. 곧 병실로 이동하겠습니다."

아빠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자식들에게 전화를 해 소식을 알리셨다.

“미숙아, 엄마가 어제 담석제거수술을 했다.”

“아빠, 혼자서 힘들었죠? 연락하지 그랬어요.”

“새벽이라 다들 자고 있을 것 같아서 안했지. 수술 잘 되었으니 걱정말고.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하마."

아빠와 엄마는 그런 분들이다. 자식이 걱정할까 싶어 큰일을 다 치른 후 전화를 해서 허허 웃으시는 분들 말이다. 언제쯤 되어야 부모는 자식을 어른으로 바라볼까. 결혼 13년 차인데도 부모님 눈에는 아이 같은가 보다.




엄마를 위해 무엇을 해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아이 때문에 갈 수 없으니 반찬을 해서 보내 드리기로 결정했다. 아빠와 엄마가 드실 수 있는 반찬을 만들기 위해 장을 보았다. 체력 보강하시라고 소고기, 부드러운 메추리알, 뼈에 좋은 멸치, 혈액순환에 좋은 우엉, 우유의 13배만큼의 칼슘이 들어있는 미역줄기, 장건강에 좋은 새송이 버섯도 구입했다.



재료를 씻고 반찬을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핏기를 뺀 소고기를 썰다가 손가락을 썰어버렸다. 피가 도마에 흥건하다. 통증이 심하진 않았다. 근데  피가 멈추지 않는다. 근처 병원에 갔다. 의사가 마취를 한 후 두 바늘 꿰맨다. 이게 무슨 일이가 싶다. 아직 반찬을 다 만들지 못했는데 손가락이 이 모양이니 한심스럽다. 남편이 다가와 자신의 손을 내 보인다. 내 손을 대신해 재료를 써는 남편을 보니 웃음만 나온다. 재료에 갖은 양념을 넣고 볶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반찬통에 정갈하게 담았다. 소고기장조림, 메추리알장조림, 견과류 멸치볶음, 미역줄기볶음, 우엉채조림, 새송이버섯간장조림 반찬 6종이 완성되었다.


다음날 아침 버스 편으로 보냈다. 3시간 후 부모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뭘 이렇게 많이 보냈어? 힘들 텐데.”

"당연히 해드려야죠. 가보지도 못해서 미안해요 엄마."

“딸, 엄마가 많이 고마워.”

엄마의 목소리가 살짝 잠겼다. 엄마는 울고 있었다. 아까짓 반찬이 뭐라고.


엄마는 외동딸이다. 힘들게 사셨던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반찬을 해주실 여유가 없었다. 엄마는 언제나 여장부처럼 삶을 살아내셨다. 그런 엄마가 나이가 들고 세 번에 수술로 인해 많이 약해지셨다. 엄마가 다시 말을 건넨다.

“진짜 고맙다.”

“엄마 남기지 말고 다 드세요. 또 드시고 싶은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후다닥 만들어서 버스로 붙일게요.”

엄마가 웃는다.

“너도 바쁜데. 이만하면 충분하다. 내가 너를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을까. 고맙다.”

엄마는 연신 고맙다는 말로 진심을 표현하려고 애쓰셨다.


매번 받기만 했던 자식이 이제 어른이 되어 부모님을 조금이나마 돌아본다. 큰 것을 해드릴 수는 없지만 작은 마음이라도 전해본다. 사람은 그렇게 사랑을 주고받아야 함을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배웠다.

부모님의 가르침대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주변을 늘 살핀다. 행복한 삶은 따뜻한 온기가 가슴에 닿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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