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다음 주면 개학이다. 아이의 개학이 다가올수록 엄마도 2학기 수업을 준비한다. 더운 여름을 이겨내기 위해 길렀던 머리를 자르러 갈 생각이다. 아침을 챙겨주고, 점심을 준비해 두고 미용실로 향했다.
가려던 미용실 원장님이 하필 오늘 병원에 가셨다는 말에 급하게 검색한다. 오픈한 지 2년째며 주차도 편하다. 파스텔 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전화를 받은 디자이너가 반갑게 맞이한다.
“고객님 어떤 스타일로 하실 건가요?”
미리 준비해 온 사진 세 장 보여주며 부연 설명을 했다.
“중단발인 상태에서 굵게 파마를 하거나, 짧은 단발 스타일로 C컬 매직 세팅하려고요. 아님 숏단발을 해보려고 합니다.”
디자이너는 사진을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말을 건넨다.
“중단발과 짧은 단발은 괜찮을 것 같은데 숏단발은 금세 머리가 자라서 관리하기 힘드실 것 같아요.”
이번에도 항상 하던 머리를 선택했다. C컬 매직세팅. 삼각 김밥이 되지 않도록 반복해 부탁했다. 어깨까지 닿았던 머리가 턱선까지 짧아졌다. 그것만으로도 시원한 느낌이다.
매직 약을 바른다. 헹군 후 세팅을 한다. 두 번에 세팅을 한 후 뿌리만 매직기로 편다. 중화를 하고 10분 후 샴푸를 했다. 이번엔 뿌리염색을 할 차례다. 길고 길었던 3시간 30분이 지났다. 거울 속에 비친 상큼한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거울을 본다. 이번엔 실패가 아닌 성공이다. 근데 금액이 사악하다. 19만 9천 원. 1년에 딱 2번 미용실에 가지만 갈 때마다 금액에 놀란다.
주차 등록을 부탁드렸다.
“고객님 3시간 30분 주차하셨네요. 주차등록은 3시간까지 밖에 안되어 추가비용을 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결제를 20만 원 가까이 냈는데 추가된 주차비를 내가 정산해야 한다니.
머리는 마음에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상한다.
휴대폰이 울린다. 겨울이다.
“엄마, 올 때 공차에서 초당 옥수수 밀크티+펄 사다 주세요. 엄마는 지난번에 먹었던 사장님 추천메뉴 드시고요.”
“초당 옥수수 밀크티+펄이랑 주방장 추천메뉴 사 오라는 말이지?”
수화기 너머로 겨울에 특유 웃음소리가 들린다. 왜 웃는 걸까. 내가 뭐라고 말했지. 말을 하고도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엄마, 식당도 아닌데 무슨 주방장 추천메뉴예요. 사장님 추천메뉴지.”
나의 뇌는 가끔 오류가 발생한다.
오류가 날 때마다 아이는 이 순간을 절대 놓치지 않고 가족 단톡방에 소문을 낸다. 단톡방엔 다양한 이모티콘이 뜬다. 주문 후 음료가 나오길 기다리다 문득 생각났다. 만원 이상이면 주차등록이 된다.
“사장님, 주차등록 해 주세요.”
“번호 불러주세요.”
“0000번입니다.”
“3시간 40분이 조금 넘으셨네요. 만원에 30분 넣어드리지만 1시간 넣어드릴게요.”
비교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사장님 센스에 미용실에서 상했던 마음이 위로받는 기분이다. 기분 좋게 음료를 받고 나오는데 하늘이 미쳤다. 선명한 파란색에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떠있는 모습은 하나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가족 단톡방에 사진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