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면지술례

면지술례(麵地술禮)09

오지상노카에루

by 최리복주 박풀고갱

오지상노카에루(おじさんかえる)라는 술집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지?

자주 다니는 길목이었는데도 왜 몰랐을까?

<사진 없는 사진관>이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하드커버에 파란색 북카버를 씌운 세로쓰기 소년소년문고 시리즈 중 하나였는데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늘 지나다니던 길목에 못 보던 사진관이 생기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오지상노카에루라는 술집도 마법처럼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오지상은 아저씨, 카에루는 (집으로) 돌아오다는 뜻인데... 아저씨의 귀가라는 뜻인가?

삿포로 여행을 갔을 때 포장마차에서 만난 사케 캔이 떠올랐다.

어떤 아저씨가 야근 후 집에 돌아왔는데 현관에서 쪽지를 발견한다.

'자고 있으니 소리를 내지 말아 주세요.(寝ています. 音を立てないでください.)'

삶이 퍽퍽하다 느꼈을 아저씨는 '술이라도 마실까?(酒でも飮むか)'라고 생각한다.

광고 카피는 '남자의 매일은 드라이하다(男の每日はドライだ).'

6~7년 전이긴 해도, 21세기에 가정에서의 성역할을 고정하는 내용이라는 비판도 있겠으나, 술 캔 하나에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이 재밌어서 마시고 난 빈 술 캔을 집까지 갖고 왔었다.

오지상노카에루라는 술집 이름에 오래전 그 술 캔이 연상이 되어 투 머치 인포메이션 해본다.

이자카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 석와 테이블 석. 태권도복과 축구셔츠가 벽에 걸려 있는 게 생경하다.

오지상노카에루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장님이 예약했는지 물었다.

아니라고 했더니 예약이 꽉 차서 손님을 못 받는다고 하신다.

거리두기 4단계에 만석이라니 인기 맛집인가 보다.

아쉽게 돌아서 나가려다가, 다음 날 예약을 해두는 영특함을 발휘했다.

다음 날 예약한 시간에 맞춰 설레는 마음으로 바 석에 앉았다.

역시나 전석 예약이라 중간중간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은 쓸쓸히 돌아갔다.

기본 안주로 미역줄기무침이 나왔는데 마요네즈를 섞어 부드러웠다.

메뉴판 맨 앞에는 추천 메뉴와 술이 포스트잇에 쓰여 있다.

추천 메뉴를 과감히 건너뛰고 카에루 가라아게(개구리를 일본식 간장에 재워 튀겨냄)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주인장이 개구리가 다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오지상노카에루의 카에루(カエル)는 개구리인가 보다.

가게 앞에 개구리가 생선을 들고 가는 그림도 있었으니 오지상노카에루는 아저씨의 개구리가 맞나 보다.

앞서 언급한 소설 <사진 없는 사진관>처럼 '개구리 없는 개구리 술집'이 된 셈.

아쉽지만 아귀짬뽕과 멘타이코 호타테 덴뿌라(명란을 가리비살에 채워 튀긴 요리)를 주문.

술은 소주와 맥주.

멘타이코 호타테 덴뿌라의 가리비살은 어묵에 가까웠고 명란이 김에 싸여 있어서 김맛이 많이 났다.

가리비살의 크기를 조금 줄이고 명란의 양을 늘였다면 더 풍미가 좋았을 거 같다.

아귀짬뽕은 기대 이상이었다.

국물은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담백했다.

숟가락질을 부르는 국물은 충분히 뜨거워서 에어컨이 빵빵했음에도 쉽게 식지 않았다.

아귀짬뽕이 거의 비워질 무렵 술도 비워졌다.

바 석 위 쪽에 마츠(松)라는 나무됫박잔이 보인다.

그냥 장식용인지 잔술을 시키면 됫박잔에 주는 건지 주인장에게 여쭈니 당연히 됫박잔에 준다고 해서 바로 시켰다.

안주도 하나 더 시킨다.

카이센 빠다야끼(전복, 오징어, 새우, 야채를 버터로 볶아낸 요리).

사케는 찰랑대며 입술을 부르고, 카이센 빠다야끼의 버터맛은 배신을 몰랐다.

사케는 유리잔의 술을 다 마신 후, 아래 마츠잔에 고인 술을 유리잔에 부으니 한 잔이 더 나온다.

한 잔을 시켰는데 두 잔을 마실 수 있으니 기쁘다.

안주와 술이 동나갈 무렵, 주인장이 닭껍질을 피로 쓴 만두, 토리가와 교자를 서비스한다.

이런, 술이 모자라네?

마무리는 역시 산토리 가쿠 하이볼이다.

토리가와 교자는 예상했겠지만, 겉바속촉이다.

메뉴에는 없는 것 같은데, 주인장이 서비스로 줄 때까지 술을 마셔야 맛볼 수 있는 걸까?

공짜라서 그런지 본 안주보다 더 그리워질 거 같다.

오늘도 디시 클리어.


♧ 평점 8


오지상노카에루(おじさんのかえる)

서울 양천구 신정중앙로 7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면지술례(麵地술禮)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