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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Jan 11. 2018

도구로서 존재하는 당신


도움이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가족들에게 희생하고 헌신만 했는데, 뒤돌아 보니 나의 인생이 불쌍하고 안쓰럽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거나, 착한 딸이 되어야지만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의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어 했다. 공부를 잘하거나 착하지 않으면 내게 웃어주거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끊임없이 분주하게 노력한다. 도구로서 자신의 가치가 상실될까봐 두려워하며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워 파악하고 충족시켜 주려고 노력한다.
 
능력적인 면을 부각시키거나, 자신의 감정은 일절 표현하지 않고 상대방의 욕구와 감정에만 충실한 사람이 된다.
     
이들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도구화 시키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상대방과의 정서적인 교류를 통해 상대방에게 의지도 하고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한 줄기 빛이 되는 존재로서 존재해야 하는데, 이들은 이 과정이 빠져있기 때문에 마음의 안식처가 없이 이곳저곳 표류하는 중이다. 이는 편안하게 몸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집이 없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불안정한 상태이지 않은가. 내 몸이 쉴 수 있는 집이 없다는 것 말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이 쉴 수 있는 안식처, 보금자리가 없다면 허공에 부유하는 불안정한 상태일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기 위해, 안정감을 찾기 위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오늘도 그렇게 끔찍이도 열심히 무엇인가 하는가보다.
     
바쁘게 살지 않아도, 열심히 살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그냥 있는 그대로 너와 내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든다면 그곳이 바로 내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부 잘하지 못해도, 착하지 않아도 애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맺어보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 기쁜가요?
도움이 될 때만 인정 받고 애정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해원 박지선

상시상담소에서 개인상담 및 집단상담 운영 중. 

홈페이지: 상시상담소(상담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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