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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Feb 11. 2018

사랑받지 못하는 건, 자책할 일이 아니다

‘내가 너무 바보 같아.’ 
‘내가 너무 한심해 보여.’
‘나는 너무 차가운 사람인 것 같아.’

상대방으로부터 애정을 받지 못한 자신을 탓한다. 그리고 곰곰이 자신의 생각 속에 빠져든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왜 이렇게 말을 못 하지?’
  
상대방으로부터 호감을 얻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었을 때, 우리는 손쉽게 자책을 하며 그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제스처를 취하다가 거절당하느니 자신의 탓이라고 단정 짓는 것이 더 손쉽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제시하는 기준을 통과해야지만 얻어낼 수 있었던 애정이나 인정. 이런 경험들이 반복되고 누적됐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방의 구미에 맞추며 살아왔다. 그런 사랑방식이 잘못된 거라고, 틀린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고 반박하지도 못했다. 
  
나의 개입은 그 장면에서도 일어난다. 
  
당신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지 않는 상대방을 탓해야 하는 거라고. 소리쳐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 사람에게 ‘내 모습을 그냥 이해해달라! 이런 나라도 사랑해 달라!’고 말하기에, 되돌아올 거부적인 피드백이 감당 안 되니까. 도저히 말을 꺼낼 수 없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것이고,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나의 모습 중 어떤 모습이라도 싫어하고 비난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좋아하고 사랑받고 싶을 것이다하지만 세상이나 상대방이 그렇게 해주지 않으니 나를 고쳐서라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결국 나를 사랑하지 않는 쪽으로 향하게 한다
  

사랑받고 싶은데, 내가 멍청해서 사랑 못 받잖아. 
나는 왜 이 모양이야. 
정말 마음에 안 든다. 
그러니까 사랑받지 못하지. 
  
아니라고. 당신이 생각하는 방식의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사랑은 결코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애정이 아니라고. 간곡히 이야기해주고 싶다.  
  
관심을 구걸하지 말자. 
사랑받지 못하도록 생겨먹은 나를 비난하지 말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지 않는 상대방의 인성을 아쉬워하자. 
  

그리고 당신 자신부터당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고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그런 다음옆 사람도 그렇게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해원 박지선
상시상담소에서 개인상담 및 집단상담 운영 중
홈페이지: 상시상담소(상담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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