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상태
“천천히 뛰라는 게 무슨 말이야!! 어떻게 그게 가능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초등학생이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내 옆을 지나쳐갔다. 누구와 통화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상대 쪽에서 “천천히 조심히 뛰어와.”라고 했던 것 같다.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맞다. 그건 말이 안 되는 말이다. 동시에 얼마 전에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는데 내가 검사 지침을 설명하자 앞에 앉아 있던 내담자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빠르고 정확하게는 제일 불가능한 말이에요. 회사에서도 항상 그 불가능을 요구하죠.”
그 말에 나는 맞는 말이라며 웃었다.
그러고 보면 양립할 수 없는 상태를 요구하는 일들이 참 많은 것 같다. 힘들다고 말하면 힘내라고 하고, 우울하다고 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하고, 화가 나는데 화내지 말라고 하고, 무기력한데 움직여 보라고 하고, 불안한데 마음 편안하게 가지라고 한다. 이 상황들로 한바닥을 자 채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쓰면서 놀라웠다. 너무 어렵지 않게 많은 상황이 생각나서 말이다.
힘들면 쉬어도 된다. 우울하면 울어도 되고 잠시 우울해도 된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무기력하면 좀 늘어져 있어도 되고, 불안하고 무서우면 도망가도 된다.
삶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옳은 행동과 옳은 반응이 있는 것처럼.
삶을 강요하거나 나 스스로 팍팍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
어떤 삶도 “틀린 삶”은 없으니까.
사실 우리가 뭐. 노벨상 탈것도 아닌데 그냥 편안하게 대충 살아도 되지 않겠는가?
심리상담센터 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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