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취당하는 부모

by 박지선

아기가 10킬로가 넘어가니 아기를 안고 있으면 온몸에 관절들이 시큰거린다. 요즘 부쩍 안아달라고 해서 오랫동안 안고 있었더니 안 좋았던 무릎에 탈이 났다.

엄마 상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 없는 아기는 아랑곳 않고 계속 안아달라고 한다. 이렇게까지 자기밖에 모르다니. 아기를 키워보지 않았다면 자기중심적인 인간의 끝판을 경험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날은 밤새 칭얼거리더니 기상도 새벽같이 했다. 혼자 놀면 좋겠고만 나를 꼭 깨운다. 아직 캄캄한 밤이라 코~ 자야 한다고 설명을 해줘도 역시나 듣지 않았다. 뭔소리냐며 빨리 방 밖으로 나가서 놀잔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나가서 놀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계속 징징 거리며 내 몸에 이리 치대고 저리 치대며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고 떼를 썼다.

‘아. 진짜. 어쩌라고.’ 속으로 열불이 올라왔다. 정말 힘들다. 확! 그냥!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겨우 참았다.

지 딴에도 크느라 힘들고 잠 못자서 힘들겠지, 네가 뭘 알고 그러겠냐, 뭐 일부로 엄마 엿 먹으라고 한 건 아닐 듯 싶어서 우스갯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봐봐?! 내가 일찍 깨운 것도 아닌데?! 네가 푹 자고 일어나면 될 것을 왜 나한테 그래?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그려? 나야말로 잠도 못자고 너가 일찍 깨워서 졸려 죽겠는데?! 아이고~ 죽갔다!!!”

어깨를 들썩이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아기가 웃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웃겨주고 주위를 환기시켜줘야, 그리고 재밌게 놀아줘야 아기 기분이 좋아져서 좀 더 협조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니 한 숨 크게 쉬고 애썼다.

다행히 힘든 고비 한 번 더 잘 넘겼다.

너무 어렵다. 정말 쉽지 않다. 화가 치솟는 상황에서 아기 상태를 파악해서 그에 맞는 적절한 설명을 제공하고 기분 전환을 시켜주는 것. 교과서에나, 아기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이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다.

착취당하는 기분. 그 말이 딱이다. 남아 있지도 않은 내 에너지를 싹싹 긁어 수족이 되어 움직이게 하고, 하지 말라는 일들만 죄다 갖다 만들어 내가 어디까지 견디고 참을 수 있는지 시험에 들게 한다.

어렵고 정말 힘들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지루한 기나긴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