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뭐가 떠오르는가?
프로이트? 상담? 카우치? 정신과 의사? 마음? 치유?
지금 당장 심리학에 대한 마인드맵을 그려보라고 한다면, 그와 연관된 단어들은 내가 추구하고 바라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서 ‘심리학’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유명한 대학의 심리학 전공 교수들/강사들, 베스트셀러 도서들, 혹은 OO대 심리학과 등 진로와 관련된 단어들이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심리학이라고 하면 대부분 지식적이고 고급스러운 인상이 짙게 풍겨져 나온다. 적어도 내게는 그러했다. 나 또한 심리학을 처음 공부할 때, 무엇인가 ‘있어 보이는 듯’한 매력에 사로잡혀 있었고, 심리학 전공 서적이나 원서들을 들고 다니는 것에 뭔지 모를 으쓱함을 즐기기도 했었다. 허나, 이러한 부질없는 자부심은 학생으로서 공부할 때까지만 존재했다.
비록 시작은 불순했으나, 학교를 졸업한 후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예전의 나와 다른 내가 되어갔고, 그래야만 했었다.
석사를 졸업한 후, 여전히 존재했던 자부심과 우쭐거리는 마음은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거북함을 들게 하였다. 우쭐거리는 마음을 나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적도 있었고, 어떤 경우는 교묘하게 잘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이 직감적으로 알아채기도 하였다. 내가 똑똑하고 잘나서 도움을 주는 사람인 양 거만하게 아는 척하는 모습도 가차 없이 들키게 되었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무시 받는 감정을 느꼈고 오히려 반발심을 일으키게 하였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며, 내 안에서도 부대끼는 마음들이 올라왔다. 나와 만나는 사람들이 오히려 나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니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귀를 열고, 앞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나 자신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을 하며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분야를 세분화해서 연구도 하고 공부도 더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다시 학교를 돌아가서 연구 방법에 대한 수업을 듣고 연구를 진행을 하면서 이전과는 다르게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 연구가 사회에 어떠한 기여를 하는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가?
위와 같은 질문들이 계속해서 내 사고 과정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다시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이 연구가 나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가 아는 것을 뽐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연구 참여자들이나 그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인가? 혹은 그 주변 사람들과 이 사회에 어떠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진행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이 없다면, 그 연구의 시작은 다시 한번 재고해봐야 할 것이다(물론, 석사과정에서는 논문을 형식에 맞춰 써보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도 중요하다. 내 말은 석사 이상의 과정생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심리학을 시작할 때 처음으로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자 지금은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우리 센터의 대장님은 내가 20대 중반에 처음 만났다. 그런데, 참~~ 한결같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훈계 아닌 훈계(?)를 하고 있다. 그분의 훈계(?) 덕분에 내가 변해가고 있는 것을 나도 느낀다.
일례로, 나 자신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내가 유능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애쓰던 노력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그 노력을 쓸 수 있도록 에너지의 방향을 바꾸게 도와주었다. 나의 에너지의 소비 방향이 전환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도 잔소리를 하셨다.
아래의 글은 우리 센터 대장님께서 12년 전에 쓰신 글이란다. 오늘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상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으나, 조금이라도 이 세상이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공유한다.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나,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미래에 심리학을 전공할 사람들은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우리가 왜 이 공부를 하는 것이고,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내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부디, 일할 곳이 없다고 속상해하지 말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에 심리학과 상담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움직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유한다.
http://nudasim.blog.me/220891347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