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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Jan 30. 2017

나를 움직이는 positive mother-talk

'대박이의 우렁찬 외침이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라고 하기에는 좀 과장된 얘기고, 대박이의 외침이 본인 스스로에게는 큰 격려가 되며 용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이전에는 바닷가에 높은 모래사장을 한 걸음씩 올라갈 때 '할 수 이따!'라고 외치며 오르더니, 오늘 밤에는 계단을 한 계단씩 내려오면서 '화팅!', '할 수 이따!'라고 스스로에게 외친다. 이는 아마도 아빠 이동국의 가르침으로 따라 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 모습은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개인 결승전, 박상영 선수가 13-9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쉬는 시간에 혼자 중얼거리던 말과 같다. 박상영 선수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 듯 이야기를 했었다. 그 결과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게 되었다.  

이처럼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혼잣말(self-talk) 혹은 자기-대화(self-statement)라고 하는데, 심리학자 Donald Meichenbaum은 부정적인 자기 대화 내용을 긍정적인 내용으로 이야기하도록 수정하는데 초점을 두기도 하였다. Meichenbaum은 자신의 어머니를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변환시키는데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고 언급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본인 삶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대처할 때, '내게 지금 A라는 사건이 벌어졌고, B라는 감정을 느끼고, C라는 생각을 하고 있네, 그런데 왜 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지?'라는 사고 과정을 통해, 자신이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벗어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말들을 많이 하며, 목표-지향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갔다고 한다. Meichenbaum 또한 그러한 어머니를 보고 자라면서 자신도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성을 갖게 되었다고 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치료 이론을 세우게 되었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나 또한 이런 상황에서 우리 어머니가 내게 하셨던 말들이 생각이 난다. 생각보다 나에 대해 잘 파악하시고는 내가 정상 범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붙잡아 두려고 노력하셨던 것 같다.


나는
생각보다 새로운 자극에 호기심이 많았고,
생각보다 겁도 많았으며
생각보다 포기도 빨랐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적에는 교육열이 그렇게 뜨겁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학원을 5-6개는 족히 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이 모두가 내가 하고 싶어서 무작정 시켜달라고 했던 것들이 많았다. 게다가, 5-6학년 때는 원어민이 있는 영어학원에 다니고 싶어서 엄마를 졸라댔고, 그때마다 엄마의 조건이 '1년 이상은 다녀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무엇이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시켜주려고 하셨지만, 내가 새로운 것에만 흥미를 갖고, 흥미가 떨어지면 금방 포기한다는 것을 알고 계신 엄마는 내가 뭔가를 시작하려고 하면, 무조건 기간을 정하셨다. 초반에 시작할 때는 '그까짓 것 못 지키랴.' 생각했지만 역시나였다. 금방 지루해하고, 재미없어했다. 하지만, 약속한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둘 수도 없었다. 덕분에 꾸준히 다니게 되면서 어떤 분야에 지식을 쌓거나, 기술을 배우게 되는 이점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추억으로만, 흔적만 남아있는..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잊지 않고 하나 남는 것이 있었다.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꾸준히 하고 난 후의 성취감이나 뿌듯함이라는 긍정적인 경험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전히 그 '냄비 근성'이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ㅎㅎㅎ.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기질적인 특성이 있는 듯하다.  


겁 없이 무엇이든 도전할 수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 걱정도 많고 겁도 많다. 심지어 수업 시간에 아는 문제가 나와서 손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정답이 아니었을 때. 집에 돌아오는 내내 그 쪽팔림과 아쉬운 감정(정답을 맞히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아쉬움)은 내가 혼자서 처리할 수가 없었다. 으레 나는 엄마에게 이야기를 했다. 이때 엄마가 해줬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많이 준다.


친구들 앞에서 창피하긴 했겠다. 그런데 웃기게도 그런 문제는 절대로 안 잊히더라. 엄마도 예전에 그런 적 있는데, 그 답은 절대로 안 잊히더라고. 오히려 기억에 더 잘 남더라. 그렇게 해서 하나 더 배웠네. 손 안 들었으면 못 배웠을 거야.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우리 엄마의 장점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본인의 삶에서는 복잡 미묘한 여러 가지 감정에 빠져 계실 때도 있지만, 딸내미는 좀 더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도록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엄마의 명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엄마도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힘들어하셨던 시절에 내가 첫 직장에 취직을 했다. '옷 또한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며 나에게 비싼 가방과 재킷을 사주셨다. 옷과 가방을 사는 동안에는 신나서 정신없이 골랐지만 집에 돌아와서 그 물건들을 보니 미안한 마음과 죄송스러운 마음이 울컥 올라왔다. 그래서 나는 '나만 이렇게 좋은 거 사고,, 엄마 힘들게 버는데 내가 이렇게 다 써버리네.'라고 했더니, 그때 우리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엄마가 돈을 버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한테 쓰려고 버는 거야. 그래서 괜찮아.


속도 없이 그 말에 내 죄책감은 눈 녹듯 씻어져 내려갔고, 눈치 없이 그냥 해맑게 웃었다. 생각보다 엄마의 말 한마디가 내게 크게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되었다.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기억 남는 말들이 많이 있고, 여전히 지금도 내게 이야기를 해주신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큰일을 결정해야 할 때, 나는 엄마의 말 한마디에 쉽게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무슨 믿음인지 그냥 엄마의 말대로 될 것 같다.


'괜찮아.', '일단 해보지 뭐.', '뭐든 경험이 될 거야. 그게 중요해.'


여전히 나는 걱정이 많고, 겁도 많다. 그래서 계속해서 부모님이나 옆에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묻는다. 그렇게 위안을 받아야 안심도 되고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주변 사람들이 귀찮아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그들 또한 내게 기대는 것을 나는 즐겨하기 때문에 그렇게 얽히고설켜서 살아가고 싶다.

나의 요지는 어떤 이의 삶이 행복하고 어떤 이의 삶은 불행하다고 규정짓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삶이든, 그 삶 속에서 작은 긍정의 씨앗을 발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우리 엄마의 예시를 들어봤다. 어떤 이는 삶의 무게를 비교하며 '나는 더 힘든 삶을 살고 있으니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 또한 우여곡절 많은 삶을 살았고, 지금도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 계신다. 나는 삶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 비교를 하는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 각자 처한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에서 조금이라도 삐져나와있는 긍정의 끈을 놓지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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