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슬픔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진도 팽목항에는 지금도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가을볕에 바래가는 백일홍 꽃잎처럼 색 바랜 리본들이 세월을 말하고 있다.
이태원 폭 4m 남짓의 좁은 골목에 젊고 어여쁜 이들의 영혼이 갇혔다. 노란 리본의 슬픔이 재연되었다. 저 통곡의 바다에서 들었던 울부짖음을 이태원 거리에서 다시 듣게 되었다. 한없이 서글픈 시절에 맞이한 아픈 계절이다.
성과 위주로 존재가 평가되는 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일이 만만치 않았을 젊은 영혼들이 그날 하루쯤은 세상 사 잊어버리고 즐겁게 놀고 싶은 마음에 찾아간 것이 잘못인가. 쓰고 싶은 돈 아끼고 모았다가 치장하고 간 것이 잘못인가.
거기서 싸움질을 한 것도 아니고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하필 그때 그 길을 걸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들의 죽음 앞에서 왜 하필 지금 외래문화의 무분별한 유입을 거론하는가. 왜 그들을 개념 없고 방탕한 젊은이들로 매도하는가.
SNS를 끊어야 하는 것인가. 세월호 때 무수히 보고 분노했던 극악스러운 표현들을 나는 왜 다시 또 보고 있는가. 어째서 이 사회는 세월호에서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그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안전에 대해 아무런 개념이 없는 이를 관계부처 수장으로 둔 것뿐이고 그를 수장의 자리에 앉힌 이를 지도자로 둔 것뿐이다. 책임 소재를 따지자면 거론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니 제발,
꽃다운 나이에 스러진 이 가엾은 영혼들을 향한
어처구니없는 비난을 거두시라.
비난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희생자들의 명복과 부상당한 이들의 쾌유를 빌어주시라. 싫으면 차라리 침묵하시라. 그것이 가족을 잃고 애통함으로 절규하는 유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