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던히 행복하도록

쉽지는 않겠지만,

by 나이현


겨우 스물두 살인데 사는 게 퍽 재미가 없다. 왜? 라고 묻는다면 나도 무어라 할 말이 없다. 근본적인 무언가가 고장 난 느낌이 든다. 어딘가 녹슬었는데 어디인지 모르겠다. 살기 싫은 건 아닌데, 버겁달까. 대부분의 내 나이대가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며 살아간다는 건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누구는 공모전에 나가고, 누구는 토익 학원에 다니고, 누구는 등록금 갚는다고 주 5일 알바를 뛰고. 나도 그런 이들 중 하나이다. 그러니 너무 안 좋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쉬는 날 침대에 누워 ‘[playlist] 고민 따위 던져버리고 리듬 타게 되는 팝송 모음’을 들으면서 아무 곳에도 소속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고민을 어떻게 한순간에 던지라는 건가. 나는 엠비티아이 NF인 사람인데.


번아웃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 무언가를 혼자서 곱씹다 보면 하루 이틀이 지난다. 이전에는 인간관계에서든 학업에서든 삶에 무슨 일이 생겨서 힘이 들면 그래도 이겨내야지, 사는 게 원래 이런 거다 했다. 그런데 이제는 하나를 이겨내면 또 하나가 굴러들어 오는 무한의 굴레가 버겁게 느껴진다. 행복은 잠깐일 뿐 사실 삶은 고통이 더 많다. 희한하게 나 지금 행복하다고 입으로 말하면 꼭 행복을 잊어야 할 일이 찾아온다. 누군가가 나를 훔쳐보는 것처럼 타이밍 좋게, 넌 행복할 자격이 없다는 듯이. 요상한 세상이다. 이게 여러 번 반복되니 사람이 미친다. 태어나길 예민한 사람이라 고통을 잘 참는 성격은 못 되는데 사는 게 그렇게 되더라. ‘이 고통을 다 감내하면서 사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는 게 내 결론이다. 철학적인 생각으로 포장한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 병에 걸리는 걸 알면서도 의문이 든다. 나는 도대체, 무얼 위해 이 모든 걸 견뎌야 하는 걸까? 모두 견디면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 거길래. 삶을 산다기보다 살아낸다는 감각. 이러다 어느 순간 내가 땅으로 푹 꺼질 것만 같다.


마음이 맞는 친구와 만나면 생맥주 한 잔씩 시켜놓고 한 번씩 이런 얘기를 뱉어내듯이 한다. 그 친구는 내 뇌를 붙여넣기 했나 싶을 정도로 느끼는 감정과 하는 생각이 잘 맞는 친구인데, 시시콜콜하게 얘기를 늘어놓다 보면 친구는 그런 소릴 한다.


“우리가 이러는 것도 다 잘살아 보겠다고 그러는 거야. 잘 살고 싶으니까 이런 생각도 하지. 근데, 이런 복잡한 고민 안 해도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들 많아. 삶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 지금의 목표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어.”


“그렇긴 해.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나를 잃지 않는 거지. 나로 못 사는데 잘 살든 어떻든 뭔 의미겠어.”


나는 이런 때 말의 힘을 믿게 된다. 말만 들어도 마음이 놓이는 때.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그날따라 목구멍으로 넘어간 맥주가 더 시원했던 것 같다. 맞는 말이다. 내가 이런 고통을 견뎌내고 있는 것도, 견뎌내기 싫은 것도 내 삶을 아끼기 때문이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삶에 고통이 이렇게 많을 줄 누가 알았겠나. 생각해 보면 참 사는 게 마냥 좋기만 한 부분만으로 살기에는 무리가 있다. 삶이라는 건 살아볼수록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투성이에다, 행복하다가도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고.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가정사도 생기고. 내가 잘못하는 관계도 생긴다. 나를 안 좋게 보는 사람도 생긴다. 이것도 다 사는 거겠지, 무던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살아질 때도 있다.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렵기 마련이다. 낙관보단 비관이 쉽고, 한 걸음 내딛는 것보다 멈추어 있는 것이 쉽다. 시도하는 것보단 포기하는 것이 편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삶이 까마득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진 사는 게 좋다. 내가 인간이 아니었다면, 살아있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소중한 것들도 있으니까. 삶이라는 건 결국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다음을 살게 하는 것임을 종종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이라던가, 아침에 일어나 물 한잔 마시며 하는 독서, 마음 맞는 사람과의 풍부한 대화 등등.


쉽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아낄 줄 아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금 나와 내 삶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건 그만큼 잘 살고 싶은 거다. 그것만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너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시나 몸과 마음을 혹사하고 있다면 조금 쉬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쉬운 건 아니다. 내가 멈춘다고 이 세상도 같이 멈춰주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내가 가장 편했던 때는 약한 나도, 못하는 나도, 이 정도인 나도 받아들인 때였다. 그러니 당신,

조금은 쉬면서 하길.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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