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 읽고 싶은 책을 대하는 마음

아껴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소설을 좋아한다

by 나이현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면, '아, 아까워. 아껴읽고 싶다. 아직 다 읽고 싶지 않아. 조금 더 경건한 마음으로, 교양을 더 쌓고, 감성 타는 상태에서 적절한 온도, 조명, 분위기 아래에서 읽고 싶어.'라는 마음이 드는 때가 가끔씩 온다. 내게 처음 그런 생각이 들게 했던 책은 구병모의 <파과>였다. 고등학생 때 처음 도서관에서 접했는데, 조금 읽다가 이건 돈 주고 사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설의 문체가 긴 문장보단 짧은 문장을 주로 쓰는 추세였는데 묘사를 포함해 한 문장이 3~4 문장까지 가는데도 영화처럼 연상이 되는 소설이기에 신선함을 맛봤다. 그리고 사놓고도 한참 뒤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조금 더 온전히 이 책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때 나는 다독가라고 하기엔 읽은 책이 별로 없긴 했다. 아끼다가 똥 되겠지 생각이 들 정도로 아끼다가 읽었고 필사도 여러 번 한 책으로 남았다.


두 번째 책은 박상영의 <1차원이 되고 싶어>였다. 우울하면서도 유쾌하고,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특유의 개그로 한 번씩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청소년인 그들을 응원하게 됐던 소설. 박상영 작가를 좋아한 지는 꽤 오래됐는데 최근 대도시의 사랑법이 영화로 개봉해 인기를 얻는 것을 보고 알아볼 사람을 알아본 거구나 싶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며, 돈을 모아놓고 박상영의 책을 한 번에 사서 집에 들고 오는 게 내 오랜 꿈이라 아직 안 읽은 책이 많다.(오직 한 번에 왕창 사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내가 생각하기에 소설에 대한 최고의 칭찬은 '아껴읽음'인 것 같다. 그것은 빨리 읽고 싶지만서도 다 읽어버리기 싫은 참으로 오묘한 마음이다. 마치 어릴 적 가장 좋아하는 반찬을 많이 남겨놓고 마지막 입에 먹듯이. 그 기쁨은 한 번 맛보면 그만두기 어려운 황홀함이다. 좋은 식습관이 아니라 고쳐짐 당했지만. 나는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아껴서 맛보는 것이 내재되어 있다. 정말 책덕후 같은 글 같지만 나는 이러고 산다.

(내 마음에 공감하는 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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