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찻잎향기 Nov 14. 2018

[이런 영화 어때]  코미디 "바람 바람 바람 "

What a Man Wants, 2017

[영화/ 코미디] 바람 바람 바람

What a Man Wants, 2017




블랙 코미디라기 보다는 "새빨간 코미디"라는 수식이 적절할까?

요즘 흥행 바람을 일으킨 영화 <완벽한 타인>은 완벽한 블랙코미디라면 말이다.

(완벽한 타인에 대한 리뷰는 바로 다음 글에 올리겠습니다)

이 영화는, 바람 난 가족들을 봐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불편하지만,

그들의 웃음 코드는 너무나 가볍기만 하다.

마치 바람에 정처없이 날리는 빨간 스카프처럼 말이다.



     

영화 기본 정보

    

개봉: 2018.04.05.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코미디

러닝타임: 100분

감독: 이병헌(대표작- 스물(2014))

출연: 이성민(석근), 신하균(봉수), 송지요(미영), 이엘(제니)

     

     

이 영화, 누구에게 추천하지???

     

모르겠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차라리 영화 제목을 영어 제목 그대로 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남자가 원하는 것은?” 이게 더 낫다 싶다.

     

영화를 재밌게 보았다. 그런데 답을 못하겠다. 이거저거 가리지 않고, 이렇다 저렇다 잘 따지지 않는, 그냥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해야 할까?

청소년 관람 불가인데. 불륜을 소재로 했는데. 그렇다고 질퍽한 성인영화는 아니라서. 그냥 소재만 불륜(바람)이지 표현 방식은 코미디극이다. 아예 대놓고 웃기자고 하는 듯한.

그럼에도 대사 사이사이 진지함이 너무 많다.

     

참으로 애매한 경계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블랙코미디는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풍자가 있다. 아마도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리메이크 하면서. 우리나라 정서와 관습에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좀 얼개가 엉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배우들이 던지는 개인기 같은 개그감과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이 웃었다.

불륜을 다룬 영화가 이렇게 가볍게 웃어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다



     

@ 영화 속으로 깊숙하게 @

     

석근(이성민)은 자신의 불륜(바람)에 대해 논리적(?)으로 합리화시키는 바람 베테랑이다. 반면 봉수(신하균)는 어설프게 막 바람에 노출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 둘의 바람에는 별 차이가 없다. 아내에게 인정받지 못한, 또는 소통하지 못한 어떤 부분을, 다른 이(바람의 대상)들이 들어주고 인정해 준다고 여긴다.

늘 함께 집에 있는 사람이 아닌 ‘다른 것’을 보는 이유를 대변이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바람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런 윤리적인 답이 두 사람의 대사 곳곳에서 후회하듯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결말도 그런 지점을 지향하고 있다.

     

석근의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떠난 순간부터 석근은 그녀와의 시간을 돌이켜 본다. 아내가 자신을 사랑했다고 믿는다. 그런데 자신이 그런 아내에 대해 얼마나 알고, 또 어떻게 사랑했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것에 대해 더 이상 돌이킬 수도, 어쩔 수도 없는, 과거의 시간이라는 것도 알지만. 이제 뭘 어떻게 할 수도 없다.

꽃을 좋아한 아내를 위해 무덤 앞에 장미꽃을 갖다 바치지만. 아내는 노란 튤립을 좋아했고, 또한 명품 가방을 더 좋아했다. 어쩌면 부부는 그렇게 죽은 뒤에서야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봉수는 적당한 선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관계’인 자신의 바람을 끝내려고 한다. 그러나 그 상대인 제니는 그게 그렇게 억울하고 화가 난다.

한편 석근의 아내인 담덕도 봉수의 아내인 미영도 평범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들 모두는 지키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탐내는 것, 어쩔 수 없는 것 등을 분명하게 구별할 줄 알며, 나름 남편과의 관계에서 견뎌내기 위해서 애쓰는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의도는 무거운 스토리(소재)를 가지고 농담으로 가득 찬 표현 방식이나 연출로 극을 이끌어 가고. 그 모든 게 가볍고 코믹할 수밖에 없는 요소로 점철된다. 그것이 어쩌면 현실에서는 대면하기 싫은 속살이며 한계점이라는 듯이. 그렇게 풍자적으로만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감독의 고민이 많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불륜’이라는 소재를 무겁고 진지하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고 에로틱하게 다룰 수 없었던 영화적인 고민이. 결국 경계가 애매한 영화가 되고 만 것 같다.

     

     

@ 이 영화, 영화관에서 보기에는 단점이 더 크게 느껴지겠지만, 그래도. @

     

집에서 혼자 웃으면서, 그리고 또 나름 생각하면서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또한 오늘 같이 날씨가 꾸물꾸물할 때. 결혼한 사람이라면 옆지기와 같이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웃음이 있어서 나쁘지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런 영화 어때] 완벽한 타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