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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Mar 04. 2020

도서 추천 [우물과 탄광] 묵묵히 서로를 배려하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마음으로 읽는 책!

도서 리뷰 [우물과 탄광] 묵묵히 서로를 배려하면서...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온다던 3월인데 

2020년도의 3월은 바이러스 천지가 되어 

몸도 마음도 춥게만 느껴지게 합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우물과 탄광, 그것은 곧 우리 현실 속 삶의 터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아닐지. 


이런 시절에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운 카본힐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를, 가족들 중심의 증언과 서사로 펼쳐 낸 소설 - 우물과 탄광 -을, 함께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서로(가족, 또는 타인들)를 배려하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가족 각자의 시선에서 어떤 사건과 세상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까요.


:: 이야기 속으로 :: 

우물과 탄광은 1930년대의 앨라배마의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가족의 서사, 탄광과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처음은 약간 공포 스릴러처럼 시작했지만, 결국은 가족 드라마 같은 따스한 소시민적인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총 아홉 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지만, 각 장마다 테스, 버지, 앨버트, 리타가 번갈아 가며 '나' 서술자(시점)가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꽤 치밀하게 내면적인 심리 상태가 묘사된다. 그렇기에 각자의 생각을 들여다 보는 '미로 게임'처럼 여겨져서, 오히려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될 수 있다. 독특한 서사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작은 공간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을 마주한 여러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추리하는 소설이나 영화를 만나는 것 같다. 


어느 여름밤, 홀로 테라스에 앉아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던 테스는 한 여자가 우물 쪽으로 다가가 그 안으로 무언가를 던져 버리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분명 갓난아기였다. 테스는 너무 놀란 나머지 식구들에게 말해보지만 누구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다. 상상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 테스이지만, 가족들은 각자의 이유로 테스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날 우물 속에서 정말로 갓난아기의 시신이 발견되고 만다. 


이렇게 시작된, 꽤나 충격적인 공포, 스릴러처럼 시작된 이야기. 결국 이 소설은 우물에 버려진 아기를 둘러싼 사건으로 시작되며. 테스와 버지는 아기를 버린 여자를 찾기 위해 카본힐 곳곳을 조사하며 다닌다. 뿐만 아니라 앨버트(아버지)가 탄광 안으로 내려가는 과정에서도. 그들의(그 지역의) 삶 속 깊숙하게 들어서는 기분이 들게 한다. 


177쪽에서. 

그러니까 언니의 얘기는 우물에 아기를 버린 여자가 사악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악한 게 아니면 결국 미친 것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나는 다른 이유를 생각해낼 수 없었다. 엄마 같은 사람이라면 절대 그런 짓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계속 언니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라면 왜 지금껏 그녀가 눈에 띄지 않았을까? 사악하거나 미친 사람들은 분명 우리 생각과 다를 수 있다. 


또한 가족을 생각하는 아버지 앨버트는 가장으로서, 가난한 살림이지만 서로의 평안을 위하고 자신들보다 더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배려한다. 


이 2020년도 3월, 지난 겨울부터 시작된 엄청난 코로나 19사태는, 어떤 모델로서의 앨버트와 가족들을 대입시키게 한다. 풍족하지 않지만 언제나 자신보다 더 힘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고개 숙이게 한다. 

천진난만하지만 사태를 주의깊게 관찰할 줄 아는 테스와 버지와 잭의 모습. 

책임감이 강한 앨버트와 우리들의 엄마 같은 모습의 리타. 


우리 주변에서 벌어졌을 것 같은 이야기, 또는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어느 소박한 가족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소설의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절대 공포를 체험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어쩌면 전체 이야기와 테스의 가족들을 찬찬히 따라 가다 보면 오히려 훈훈한 온기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25-27쪽에서. 테스는, 

"나는 우물이 그리웠다. 우리집은 아무리 잭이 아직 꼬맹이라고 해도 다섯 식구가 살기에는 넓은 공간은 아니었다. 집 전면에는 테라스로 향하는 문이 나 있는 거실과 나와 버지 언니가 함께 쓰는 침실이 있었고..."

"우물을 보면 왕풍뎅이를 실에 묶어 관찰하듯 개울을 작은 나무 구멍 안에 가두어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하에서 졸졸 흐르는 작은 개울은 우물 안에 잠시 머물렀다 다시 흘러갔고, 우리는 원할때면 언제든지 그 개울물을 양동이로 떠올릴 수 있었다."


우물은 삶의 터전이자, 때로는 공포스런, 그리고 회한이 어린, 다양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그 우물에서 시작된 사건과 그 사건을 바라보는 가족들 각자의 시선과 아버지가 다니는 탄광의 어둠과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어둡고 깊은 어떤 속을 보여주면서도 결고 무겁고 두렵지만은 않으니. 

그것이 곧 가족들이 함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묵묵히 서로를 배려하는 좋은 가족들이 있어서 말이다. 


이 시절에 읽으면 참 좋을 내용이라 여기고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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