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 운명이다
:: 노무현 자서전 ::
노무현재단에서 엮음, 작가 유시민이 정리함.
그리고 이 책은 2010년 (주)돌베개에서 처음 출간되었으며, 여기 이 책은 2019년 5월 3일 초판으로 발행된 <노무현 전집> 중 5권에 해당되는 책입니다.
이 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후 자서전'으로 대통령의 서거 1주년 기념으로 발행된 것이다. 생전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 집필을 희망했던 유시민 작가가 결국은 그 일을 마무리하게 된 셈이다.
2009년 9월에 '노무현 대통령 일대기' 편찬의 첫 번째 작업으로 시작된, 자전적 기록을 토대로 자서전을 쓰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며, 2010년 4월에 마무리가 되었으니. 아주 짧은 시간에 어마한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완성할 수 있었던 까닭은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 "자신의 삶에 대한 중요한 자전적 기록을 많이 남겨 두었기"때문이다.
아울러 이 책에 중요 자료로 쓰인 기록들과 기록의 보완은 이렇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미공개 자필 기록 "오! 민주여! 사람 사는 세상이여!" 이 글은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총선에 통일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직접 쓴 글이다. (이때부터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꿈을 직접 쓰고 실천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시작한 셈이지요.)
두 번째, 자전적 기록으로 1994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 이다. (이것은 지난 번에 저도 리뷰를 올린 바 있지요)
세 번째, 2001년 작성한 미공개 구술 기록 "통합의 정치를 향한 고단한 도전"이다. 1990년 이후 10년 동안 정치를 겪었던 일들이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다.
네 번째, 2007년부터 2008년 1월 18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청와대에서 구술한 "나의 정치 역정과 참여정부 5년"이다.
마지막으로, 2008년 2월 고향으로 돌아온 후부터 서거하시기 전까지 1년 3개월 동안 쓴 다양한 자필 기록과 구술 기록이다. 또한 쓰다 만 회록까지.
그외 언론과 책들에 노출된 기록들, 그리고 새롭게 발굴한 자료들, 노무현 대통령 참모들의 취재 기록들이다.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적성하거나 구술한 자전적 기록을 재구성하여 집필하였으며, 취재 기록과 다른 사람이 쓴 책은 그 기록을 수정 보완하는 데 활용하였다.
책의 본문은 4부로 구성되었으며, 앞뒤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다. 나는 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두세 번씩 읽고 또 읽었다. 프롤로그는 이 회고록을 써야 하는 이유를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에서 가정하여 쓴 것이며. 에필로그는 서거 이후 상황과 인간 노무현의 생애에 관한 (이 책의 정리) 작가 유시민의 주관적 소감이 담겨 있다. 슬펐다. 프롤로그만 읽어도 애틋하다. 읽어 보시라...
이 책의 본문 구성은 이렇다.
1부 : 출세 : 노무현 대통령의 출생에서 부림 사건 변론을 맡기 전까지 변호사 노무현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였다.
2부 : 꿈 : 부림사건 변론을 맡은 때부터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마칠 때까지. 인권 변호사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의 도전과 시련이 기술되어 있다.
(1부와 2부는 다른 책 "여보, 나 좀 도와줘"와 함께 읽으면 더욱 생생한 입체적인 독서가 될 것 같다)
3부 : 권력의 정상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국민 경선에 출마한 시점부터 대통령직을 마치고 청와대를 떠난 때까지. 국정 운영과 대통령 노무현의 고뇌가 담겨 있다. (가장 치열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한편으로는 그의 겉에 드러난 이미지가 심하게 왜곡되던 시절이기도 하지요...)
4부 : 작별 : 고향 봉하로 돌아온 후부터 서거 시점까지. 전직 대통령 노무현의 희망과 좌절을 기록함.
본문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이 '나'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나'는 "모든 것이 다 타 버리고 켜켜이 쌓인 잿더미 아래 마지막 불씨가 숨어 있는 화로와 비슷한" 두터운 회한과 슬픔을 안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문장의 곳곳에서 그와 동일한 '슬픔과 회한'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의 프롤로그와 본문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9년 4월 22일부터 2009년 5월 23일 새벽까지 직접 회고록을 작성했을 것이라 상황을 가정하고 재구성되었다. 그래서 그 시점의 그가 안고 있는 깊은 어둠과 절망과 회한이 서려있는 것 같아서 읽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두드린다. 어찌하여 그 당시 아무도 제대로 온전하게 지켜드리지 못했을까. 죄책감이 심하게 밀려 든다. 그러나,
그는 원치 않을 것이다. 복수도, 미움도, 죄책감도... 갖지 마라. 그래서 또 그의 유서를 다시 복기한다. 그 새벽 늘 쓰던 거실 컴퓨터를 켜고 여러 날 간직해 왔던 생각을 가만가만 자판을 눌러 가며 한 줄 씩 적었을 그 마음을 그 문장을 다시 읽는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1단락은 그가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2단락은 그를 사랑하는 모든 남겨진 이들에게 당부를
3단락은 그의 죽음에 대한 뒷마무리마저 겸손하게 부탁한다.
그는 유서 속에서마저 철저하게 겸손한 사람이다. 배려를 실천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유시민 작가의 에필로그. "청년의 죽음"으로 정리한 글이다. 그가 왜 청년인지. 그리고 그의 죽음이 정말 그다운 방식의 죽음이라는 이유를 설득하고 있다. 나는 이미 그렇게 그의 죽음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아주 격렬하게 공감했다.
"연민의 실타래와 분노의 불덩이를 지니고 살았던 그는, 반칙하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대한민국을 그런 믿음 위에 올려놓으려고 했다. 그 믿음이 국민의 마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한, 노무현이 대통령일지라도 그 시대는 '노무현 시대'일 수 없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다 이루지 못했던 꿈을 마저 이루기 위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시민으로서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그런데 자신의 존재가 그 꿈을 모욕하고 짓밟는 수단이 되고 말았다.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에 그는 생명을 버렸다. 그가 생명을 던진 그 자리에, 이제 '사람 사는 세상'의 꿈만 혼자 남았다.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이 그렇게 살아 있는 한, 그를 영영 떠나보내지는 못할 것 같다. (350쪽)
그리고 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에 의해서 '존경받는 대통령'이 된 사람 노무현을 조금이라도 알고자 하는 보통의 상식을 지닌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를 왜 영원히 떠나 보내지 못할 것 같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을 가만가만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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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자전거... 그리고 저 따뜻하고 듬직해 보이는 뒷모습... 그립습니다... 저 손녀딸은 할아버지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부디..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추억으로 가득 기억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