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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May 19. 2020

도서 리뷰 [여보, 나 좀 도와줘]

:: 노무현 고백 에세이 ::

도서 리뷰 [여보, 나 좀 도와줘]  


:: 노무현 고백 에세이 :: 


이 책은 1994년에 새터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되었으며. 현재 읽고 있는 이 책은 2019년 5월 3일, 돌베개에서 초판으로 발행된 <노무현 전집> 중에서 1권에 해당되는 책이다.  


[책 표지1] 


[책표지2]


[책 속 표지] 


이 책은, (출파사 소개 발췌)


1994년 9월 25일, 젊은 정치인 노무현은 에세이집 한 권을 세상에 내놓는다. 1988년에 13대 국회의원으로 정치 무대에 데뷔한 이래 ‘청문회 스타’라는 뜻밖의 행운을 얻었지만, 1992년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낙선’이라는 좌절을 경험한 그 시기이다. 6년의 정치 생활을 차분히 정리하면서 그 과정에서 있었던 잘잘못을 가리고 반성하는 내용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책이다.  



책 속의 시기 (1992-1994년)에 나는 무엇을 했을까. 


1992년 가을에 첫째 사내 아이를 출산했고, 1994년 둘째 딸 아이를 출산했다. 그래서 1992년, 1994년은 내 개인사적으로도 의미있는 해이다. 내가 죽을 때까지 십자가처럼 지고 이고 부담을 안고 살아야 할 큰 책임이 생긴 시점이다.  그런 시점에 노무현 전 대통령 그는 "여보, 나 좀 도와줘" 하면서 아내에게, "나는 꿈이 있어. 나는 꼭 그 꿈을 실현하고 싶어. 정치를 하려면 미쳐야 된대. 여보 양숙 씨, 우리 같이 한 번 미쳐 보자. 응?"(120쪽) 졸랐던 시절이다. 부부의 세계란 무엇일까. (최근 드라마 제목으로 워낙 회자가 되었기에, 이대로 쓰려니 어쩐지 차용하는 느낌이 들고 만다;;) 부부란 가장 가까운 동지이자, 연인이자, 벗이 될 수 있다. 그러니 그는 아내에게 그의 꿈을 말하고, 절박한 입장에서 도움을 구하는 일이 우선이어야 했을 것이다. 

이 책을 쓴 이후로도 노무현은 1995년 부산시장 선거 낙선,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 낙선, 2000년 16대 국회의원 낙선, 이렇게 내리 세 번의 낙선을 더했으니, 정치인을 남편으로 둔 아내에게 늘 미안하고, 그러면서도 버릴 수 없는 꿈을 위해 면목없지만 한마디 툭 내뱉었을 터이다. “여보, 나 좀 도와주라!”   



책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가 보자.  



"나만 가난했던 것은 아닌데도 ..." (또 울컥하고 말았다. 정말 나만 가난했던 것은 아닌데... 그 절대적 가난 앞에서 내가 무기력을 느끼곤 했던. 중학교 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 이런 문장을 만나면 그 시절이 울컥울컥 올라오곤 한다.)


"어린 시절의 나는 유독 가난을 심각하게 여기며 자라났다. 그리고 그 상처는 나의 잠재의식 속에 어떻게 해서라도 나만은 가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열망과 함께 모두가 가난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동시에 심어졌던 것 같다. 어찌 보면 상반된 이 두 가지 생각이야말로 지금까지 지칠 줄 모르며 나의 삶을 오늘까지 몰로 온 내 마음속의 풍차였는지도 모르지만..." (171쪽)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할 때 "서민을 생각하는 대통령"과 함께 "친근함"이 먼저 떠오른다. 늘 사람들의 가난과 인권과 노동 현장을 걱정했던 사람. 

그의 삶과 생애를 통틀어 한마디로 말할 수 있는 꿈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성찰과 집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그가 (절대적) 가난을 직접 체험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그가 낙선과 방황, 표류를 거듭하면서도 "모두가 가난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고, 그것을 실천하며 살아야 했던 이유. 아주 잘나가던 세법 변호사를 그만 두고. 험난하고 외로운 길을 걸어야했던 이유.  

어쩌면 그는 가난하고 꿈 많은 청년들에게 '희망'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고등학교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생활보호 대상자에게 주는 배급쌀만 안 받아도' 나는 성공한 삶이 될 것이라고. 명절마다 동네 사람들로부터 '흰 쌀'을 얻어 먹지만 않아도 나는 이미 성공한 삶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그런 나에게 노무현 대통령 그의 의지와 열망과 생애는 이미 나의 '우상'이며 '희망'이었다. 그가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은 '모두가 가난하지 않은 세상'이었다. 그런 꿈을 꾸고, 그것을 실천하고자 했던 그를 나는 하염없이 존경한다. 사랑한다.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그리워할 일이다.   



이 책에는 돈 잘 벌던 변호사가 어떻게 변화의 과정을 겪는지, 투박하지만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판사직을 그만두고 1978년 5월 드디어 변호사 개업을 했다. 나의 꿈은 물론 전문 변호사가 되는 것이었다. 여러 전문 변호사와 함께 법률사무소를 차려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하는, 그런 사무실을 해 보고 싶었다." (205쪽) 

그러나...  


"변호사는 본래 그렇게 먹고삽니까?" (16쪽)  



어쩌면 이 한마디에 그의 삶이 험난한 항해에 오르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을지도.  



변호사 개업하고 얼마 안 되어 아주머니 한 분이 남편이 사기 혐의로 구속되었다며. 변호를 의뢰했고. 수임료 60만원을 먼저 받았다. 바로 피의자 접견을 바로 강행했고. 당시 변호사 사무실 사정이 급해 돈을 이미 써 버렸고. 그러나 아주머니는 합의를 했고 해약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돌려 줄 계약금이 없었다. 이후 아주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눈물을 흘리며 "변호사는 본래 그렇게 먹고삽니까?" 하는 말 한마디를 가슴 속에 던져 놓고 가셨다. (17쪽) 


그 한마디가. 그의 가슴에 회한을 남겼고. 그는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도 이제는 할머니로 백발이 되었을 그 아주머니에게 들려주고 싶어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 온 그의 삶의 영욕과 진실을 담보로 하여 따뜻한 용서를 받고 싶어했다.  


용서하셨으리라. 믿고 싶다. 그렇게 기대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건 '부림사건'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말았다.  


'부림사건'은 내게 있어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때까지 나는 독재와 고문에 대해서만 분개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부림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학생들은 나에게 독점자본에 의한 노동 착취와 빈부 격차의 모순 같은 문제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읽다 붙잡혀 온 그 책들을 읽기를 권했다. (213쪽) 


'부림사건'은 내가 재야 운동에 뛰어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리고 내 삶에서의 가장 큰 전환점이기도 했다. (209쪽) 


문득 참담한 느낌이 들었다. 자기도 똑같은 산재 피해자인데 동료의 반대편에 서서 거짓말을 해야 하는 노동자의 처지, 그런 걸 방치하고 있는 이 사회... 나는 가해자가 아닌가 하는 고민 속에서 스스로의 삶이 죄스럽고 미안하기만 했다. (219쪽) 


그럼에도 내가 사회주의에 결국 승복을 못한 것은 아마 법률을 공부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배운 법률 체계가 헌법에서부터 일반법까지 모두 상대주의 철학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주의에 마음이 좀 끌리다가도 권력 구조에 부닥치면 그만 '이건 아니다'로 돌아서곤 했다. (221쪽) 


내가 국회의원이 된 것은 행운이었다. 금배지를 달기 위해 수십년을 고생하며 가산까지 탕진하는 경우도 많은 데 비해 난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때로는 격려의 박수도 받아 가며 큰 명예도 얻었다. 어떤 이는 그게 다 민권운동을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운동과 정치를 단지 '보답'이라는 차원에서 생각하면 난 참 미안해진다. (229쪽)  



이 책은 누가,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특히 현재 우리 나라에서) 정치가 무엇일까, 원론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현재 우리 나라에서) 정치는 어떤 사람이 하면 좋을까,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원칙, 인권, 균형을 신념으로 삼으면서 '겸손한 권력'으로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려고 했던 한 젊은 생애의 고단하고 부단한 노력을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서 조금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의도전
#노무현전집읽기_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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