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의 숨겨진 리더십 코드 5049
예스24 서평단 도서 리뷰 [리더라면 정조처럼]
=: 리더십 코드 5049
=: 신궁으로서 활의 50발 중에서 49발을 명중시키고, 마지막 한 발은 과녁을 향해 쏘지 않고 허공으로 날리는 것.
=: 주역에서 50개의 산가지 중에서 1개는 태극을 상징, 49개의 산가지로 세상의 이치와 변화의 숨은 뜻을 찾아내는 것.
=: 정조는 그랬다, 한 개의 산가지는 태극점으로 남겨 두고, 나머지 것으로 세상의 이치를 보는 것. 하나를 쓰지 않는 것은 겸양이 아니라, 언제나 중심을 두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늘 중심을 두고자 하는 인물이었다.
이 책은 정조 시리즈 3부작의 완결편. 1부 <화성, 정조와 다산의 꿈이 어우러진 대동의 도시>, 2부 <정조가 만든 조선의 최강 군대-장용영> 그리고 3부<리더라면 정조처럼>.
그래서 이 책은 정조 대왕의 왕으로서, 인간으로서, 남자로서의 많은 덕목들이 49개의 작은 제목으로 엮어져 있다. 저자의 정조에 대한 공부가 방대하다는 것을 각각의 에피소드 등을 통해서 여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문체는, 정조의 생애를 순차적으로 따라가면서, 번득 깨달음을 담아, 현 시대의 리더들에게 일침을 놓아주는 방식을 표방하고 있다. 또한 연표와 역사적 기록이 주를 이루는 역사서 같은 딱딱한 방식이 아닌, 한 생애를 알아가도록 쉽게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이루어진, 수월한 에세이 방식이 주를 이룬다.
1- 공부하는 군주 => 사부의 경지에 이르다!!
2- 변화를 읽는 군주 => 민주주의 제도를 마련하다!!
3- 새로운 시대를 여는 군주 => 탁월한 인재 등용의 안목, 평등을 실천하다!!
4- 강력한 군주 => 치밀한 준비성, 군사훈련을 진두지휘하다!!
5-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 => 참된 효, 참된 사랑을 실천하다!!
6- 포용의 정치 => 자주의식, 학문의 정통성을 드러내다!!
7- 조선의 진경문화시대 =>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다!!
여기서 원론적인 질문을 던져 보자. 오늘날 진정한 리더란 어떤 사람을 의미할까?
저자는 말한다. 어떤 의미보다도 '한 차원 더 높은 일을 하려면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상과 문화를 마들고, 그러한 문화와 사상을 통해 우리(우리 나라)를 널리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354쪽)'라고.
그런 맥락에서 정조는 그 시대에 이미 우리의 것을 새롭게 만들고 널리 세상에 알리기 위해 앞서간 인물이라고. 그 대표적인 문화가 '진경문화'라 한다. 단원과 혜원의 풍속화, 화성행궁의 건축물 등. 조선의 문화 예술꽃으로 찬란하게 역사의 시간을 완성하고 오늘날 그 가치를 보존하고 있는 것들.
다시 한 번 정리하자. 우리 시대에 진정한 리더란 - 우리(우리 민족, 우리 나라)의 힘을 믿는, 우리의 역사와 우리의 문화적 가치를 스스로 믿는 사람이다.
조선시대의 정조로 다시 돌아가 보자.
기타 여타의 이야기보다 나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온 부분이 있다. 32번째 에피소드(230쪽)- 사랑하는 여인에게 최선을 다하는 정조의 모습이다. 일편단심 민들레가 따로 없다. 정조는 평생 한 사람을 온전하게 사랑했을 뿐만이 아니라, 왕의 신분으로서 사랑하는 사람(의빈)의 비문을 직접 작성하다니. 희대의 사랑꾼 로맨티스트였다. 의빈은 누구인가. 궁녀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왕의 사랑을 몇 차례 거절하였지만 끝내는 왕의 사랑을 평생 온전하게 받은 사람이 아닌가. 그녀를 위해 남긴 비문의 한 자락 여기 옮겨 보자.
"저 고요한 율곡의 언덕은 문효세자가 잠든 곳이니 영원토록 서로를 지켜줄 것이다. 생각하건대 멀고 오랜 세월 동안 배회하며 탄식하고 근심할 것이다."(236쪽)
이 책의 저자는 정조를 사랑하는 역사학자, 연구자들 중에서 일등이 아닌가 싶다. 30년 가까이 정조와 정조의 시간, 정조의 화성, 정조의 사람들을 연구한 과정과 그 결과가 문장 곳곳에 눅진하게 담겨있다. 저자는 참으로 무서운 사람이다. 한 생애에 대해 이렇게 오래도록, 질리지 않도록 연구할 수가 있다니. 부럽다. 문장이 즐겁게 춤을 추는 것 같다. 한 문장 한 문장 생동감있는 시간과 호흡 속에서 작성된 게 분명하다.
정조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사도)를 잃은 아픔과 슬픔이 깊은 인물이다.
정조는 두려움(정적들)과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를 독하게 단련한 훌륭한 인물이다.
정조는 자신의 사람들에게 신뢰와 온정을 고스란히 내어 준 아주 의롭고 큰 인물이다.
이렇게 내면에 아프고 깊은 상처가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생애 뿐만 아니라 온 나라를 정성껏 힘있게 꾸려나간, 나름의 역사를 이룩한 멋진 인물, 정조!!
정조를 소재로 다룬 영화 <역린> 등을 아주 오래오래 정성스럽게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 또한 함께 소중하게 기억하리라.
하늘 문에 구름 해치는 저녁이요 / 함지에 해 떠받드는 가을이로다
백년을 이 모임 길이 한다면 / 덕을 함께하고 복도 함께하리라
(228쪽)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하여, 정조는 동덕회 모임을 자주 하였다 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사람들과 조직을 탄탄하게 이꿀어가기 위한 리더십. 정조는 '온정을 필요로 하는 인간다운 덕목을 내세워 군주의 리더십으로 승화한' 인물이다. 참으로 연민을 이끌어내는 멋진 사람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