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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Nov 13. 2018

[이런 영화 어때]  멜로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Yourself and Yours, 2016

[영화/ 멜로]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Yourself and Yours, 2016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 그리고 ‘당신’이 보여주는 모든 것들. 그것은 단지 그때 그때 사람들을 만났을 그 순간의 상황과 맥락에서 전달되는 어떤 이미지와 내가 받아들인(또는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의미의 ‘당신’ 일뿐이다. 내가 아는 ‘당신’은 내가 보고 느끼는 그 순간의 것일 뿐이다. 그러니 당신이 “저 아세요” 질문했을 때, 나는 “모릅니다”라고 답변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영화는 이런 맥락의 질문을, 마치 기억 상실증 환자처럼 또는 거짓말쟁이처럼 수시로 ‘변신’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여자 주인공 민정의 매력적이고 복잡한 캐릭터  구축을 통해서, 그리고 현장감 넘치는 배경 속 현실적인 대화로 설득해 나간다.      



영화 기본 정보     

감독: 홍상수

출연: 고 김주혁(영수), 이유영(민정)

개봉: 2016년 11월 [청소년 관람불가]     



이야기의 흐름     


화가인 영수(김주혁)는 오늘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영수는 (아는, 또는 친한) 형으로부터 여자 친구인 민정이 어느 남자와 술을 마시다 크게 싸움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날 밤 그 일로 두 사람은 격렬한 말다툼을 - 민정은 자신은 그런 일이 없다고, 영수는 그런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서로 전혀 다른 입장에서 - 하고 민정은 당분간 서로 보지 말자며 나가버린다.      


다음날부터 영수는 다친 다리로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며, 민정의 집이며 직장이며 갈 만한 곳으로 찾아다니지만 민정을 만날 수 없다. 그러는 사이, 그가 사는 연남동의 여기저기를 민정 혹은 민정을 꼭 닮은 여자들이 돌아다니면서 몇 명의 남자들을 만나고 있다. 영수는 민정을 찾아 헤매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데, 그게 세상하고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민정 혹은 민정을 닮은 여자는 영수가 두렵게 상상하는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그 좋은 남자”를 찾아 헤매고 있다.      


둘이 다시 만나는 날, 두 사람은 다시 격렬한 말다툼을 벌이지만, 영수가 민정을 ‘민정’이 아닌 ‘당신’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경어체’를 사용하며 그녀가 하자는 대로 “당신을 잘 모른다”며 사랑을 얻는다. 그렇게 다시 부드럽고 자연스럽고 편하게 된 그들을 ‘술’을 함께 마시게 되고. 결국 모든 싸움을 멈춘다.      


다시 영수의 작은 (침대)방에서 시작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감동받으며 몸 궁합이 좋았다며 행복해 한다. 그리고 한숨 자고 난 뒤 ‘수박’을 함께 먹으며 ‘수박이 시원하다’, ‘자주 수박 먹자’며 아주 달콤하고 행복한 시간을 가지며 밝고 경쾌한 결말을 맞이한다.           


배우 & 캐릭터     


배우

(고) 김주혁. 김 배우의 현실감이 넘치는 연기가 자연스럽다. 정말 남자가 사랑에 빠지면,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싶지 않으면 저렇게 해서라도 함께 하고 싶은가,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사랑에 눈이 멀어 버린 남자(캐릭터)의 찌질한 연기를 실감나게 잘 표현하였다.     


이유영 배우. 표정, 말투, 분위기,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고 섹시하다. 특히 “저 아세요” 할 때의 말투와 눈빛과 표정은 압권이다. 순진하면서도 의뭉스럽고. 섹시하면서도 소박하다.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하면서도 의심스럽다. 극의 흐름을 집중력 있게 잘 이끌고 간다. 신선한 이미지다. 좋은 배우, 캐릭터 소화를 잘하는 배우를 만나는 기쁨을 느끼게 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김주혁과의 케미가 아주 좋다. 수박을 먹여 주고 먹으며 주고받는 말과 표정과 눈빛과 몸짓이 너무나 예쁘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다.          


주제가 무엇일까?     


알 듯 모를 듯하지만. 그리고 마치 처음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시작과 끝이 바뀐 것처럼도 보이지만. 어찌 보면 그 시작과 끝은, 서로 사랑하는 남녀 사이(또는 모든 사람 관계)에서는 “또 그러는 거야, 또 그럴 거야?”라는 대사처럼 반복되는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시작도 끝도 어쩌면 같은 개념일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 ‘당신’에 대한,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은, 어쩌면 오만일지도 모르겠다. “모릅니다”라고 시작할 때, 제대로 사랑이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당신을 얼마나 알까?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당신의 것’이긴 하지만 ‘당신 자신’의 모든 모습이라고 섣불리 아는 척해서는 안 되는 일일 것 같다.

그리고 당신 자체든 당신의 것이든 그것을 알고 모르고는 크게 중요한 것 같지 않다. 그저 내 옆에서, 현재 나랑 사랑하고 있는 당신의 모습만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일인 것 같다.           



영화의 흐름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남녀 사이의 관계, 그리고 장면들이다. 그런데 여자가 말하는 “저 아세요” 대사가 등장하는 장면 장면들은, 그녀를 ‘의심’하게 하기에 충분히 의뭉스러움(엉큼함)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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