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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Dec 17. 2018

55번 마을버스

55번 마을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나의 일상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다

55번 마을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나의 일상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다




우리 동네 55번 마을버스. 영통역에서 출발하여 서천마을을 한바퀴 휘돌아 나오는 회귀의 버스. 마을버스. 12분 간격으로 정확한 출발시간과 노선을 알 수 있는 버스. 어쩌다 눈앞에서 버스를 놓쳤다 해도 12분만 기다리면. 보란 듯이 등장하는 샛노란 55번 마을버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숫자 5가 나란히 두 개나 있고. 그리고 좋아하는 색과 디자인으로, 노란색으로 둥글게 모나지 않은 정감 가는 모양으로 디자인 된 작은 버스. 마을버스. 


현재 나는 4년차 마을버스 고객이다. 


91년 면허증을 취득하고. 97년인가부터 20년 가까이 자가용을 몰고 다녔다. 나에게 차는 출퇴근용 다리와 같았다. 그러나 최근 2014년 즈음에 차를 없애 버렸다. 어깨와 무릎이 약해지고. 몸에 근력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는 제일 처음 결단한 일이 차를 없애는 것이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돌아가고 천천히 기다리고 조금 걸어 보자’라는 마음으로 차를 없앴다. 그리고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일명 BMW족이 되었다. 버스(B), 지하철(M), 걷기(W)로 출퇴근을 시작하였다. 만족스럽다. 물론 기다리고 돌아가고 멈추는 일이 많아서 답답하고 짜증나고 불편한 경우도 생기지만. 오히려 시간의 여유가 생겨서 좋다. 자세히 보고 듣고 관찰하고. 오래 생각하고 상상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여러모로 좋다. 천천히 가는 것도 좋고. 아침 저녁 퇴근길에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일도 즐겁다. 세상이 보이고 이야기가 들린다. 일상의 시작과 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실마리가 제공되기도 한다. 글감도 얻고 유쾌한 웃음도 생긴다. 그야말로 소확행(작은 것으로 확실한 행복을 얻는 일)이 따로 없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중교통을 죽 애용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우리 동네 마을버스는 애정하는 교통수단이 될 것이다. 내가 출퇴근을 하는 그날까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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