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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아 Jul 09. 2023

로켓 공학이 아니야

언니에게 보내는 열다섯 번째 편지

언니의 솔직한 감정이 담긴 편지가 정말 뭉클했어. 그래 우리 그렇게 솔직하고 담백하게 살아보자. 서로의 존재를 마음의 담보와 위로삼아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한국에서 뉴저지로 돌아온 지 오늘로써 딱 일주일이 됐어. 시간 참 잘 간다! 이사 온 뒤로 남편이 바빠져서 집에 없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늘 둘이던 시간을 정말 오롯이 혼자 잘 보낼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을 좀 했었어. 자취 경력이 10년 이상인 내가 혼자 일 것을 걱정하다니 생각해 보면 좀 아이러니해.


내가 생각하는 홀로서기는 ‘운전’과 비슷한 것 같아. 운전도 몇 년을 안 하다가 새로운 장소에서 막상 하려면 시작하기도 전에 긴장부터 되잖아. 몸에 벤 감각만 돌아와도 그 안도감이 자신감으로 바뀌는데, 막상 그러기까지 머리로 걱정과 불안을 키우는 게 참 비슷한 거 같아. 그리고 정확히 그게 내가 그만해야 할 것: 불안 금지


그래서 이번주는 크게 욕심 내지 않고 먼 미래보다 현재에 이룰 수 있는 작은 성취에 집중 해보기로 했어.


내 하루는 남편이 아침 일찍 집을 나서고부터 시작돼. 어떤 날은 남편을 보내고 침대에 다시 누워 몇 시간이고 의미 없이 핸드폰만 들여보다, 배가 고파져서 정말 대충 허기를 달랬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괜히 막막해서 낮잠도 잤는데, 그렇게 하루를 보낸 날 밤은 왠지 모를 아쉬움에 쉽게 잠에 들지 못하겠더라. 하루를 낭비해 버렸다는 죄책감과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무력감 같았어. 그래서 이번 주 목표를 세웠어.

이번 주 내 목표:
1. 혼자서도 밥 정성스럽게 차려먹기
2. 하루 인상 깊었던 순간 그림 그리기
3. 일주일 세 번 이상 외출하기


엄청 쉬워 보이는데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

나 스스로를 대접해 주고, 루틴을 만들어 가고, 긴장을 설렘으로 전환시키는 일이었거든. ‘삼시 세끼 지중해 식 요리하기’라든가 ‘그림책 구상하기’ 같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어려운 큰 일들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마음을 조급히 먹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지금 할 수 있는 쉬운 것부터 하나씩 쌓아 단단한 일상과 루틴을 우선적으로 만들어 가려해.


흔히 쓰는 영어 표현 중에 이런 게 있어.

It's not a rocket science


로켓 공학 같이 고도의 지능이 요구되는 일이 아닌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유쾌하게 표현할 때 쓰는 말이야. 맞아 지금 내가 당장 로켓 공학을 연구해서 우주로 갈 것도 아니고 그저 내 하루하루를 잘 살아보자는 건데! 도대체 뭣하러 그렇게 초긴장 상태로 미리 사서 걱정을 했나 몰라.


다음 주는 뉴욕에 나가볼 예정이야. 우리 집에서 맨해튼으로 가려면 버스 타고 다리를 건너고 지하철로 갈아타서 가야 해. 내가 대도시 대중교통이 익숙하지 않아서 긴장되긴 하는데, it's not a rocket science, 할 수 있다!


다시 다가올 일주일도 작은 성취와 행복들이 소소히 쌓이는 시간 되길 바라며, 이번 한 주도 잘 사느라 수고했어. 즐거운 주말보내!!

단새우가 올라간 소바를 먹었던 어떤 날의 1일 1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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