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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랭 Oct 23. 2020

장마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아기는 잠투정으로 한 시간을 내리 울어놓고는 얄미울 정도로 편히 잠들었다. 평온하게 들숨날숨이 부지런히 오가는 아기의 배를 가만히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3월의 추운 날 아기를 낳았다. 그 후로 집 밖에 제대로 나가보지도 못하고 안에만 있었다. 병원-조리원-집으로 공간만 바뀌었을 뿐 나의 시간은 아기를 낳던 그날에 멈춰있었다. 짧은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온 것도 몰랐다. 때맞춰 코로나 사태가 터져 나는 집안에만 사는 집요정이 되어 시간도 잊은 채 들어갔다.


비가 창문을 두들겼다. 폭포 밑에 있는 것처럼 비가 쏟아져 내린다. 창문을 괜히 열어보곤 화들짝 놀랬다. 덥고 습한 기운이 훅 밀려들어온다. 언제 여름이 왔가. 자기 서글퍼졌다.


장마다. 비바람이 몰아쳐 서늘하다. 아직도 찬바람이 분다고 착각할 만큼 축축하고 눅진한 바람이 불었다. 습기만 없었다면 3월로 착각할 만했다. 봄을 잃어버린 나를 위로하는 빗방울이 퍼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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