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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랭 Oct 23. 2020

아기 똥

일상

아기는 엄청난 변비에 시달렸다. 200일 즈음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만 겨우 똥을 쌌다. 내가 아기 똥에 집착하게 된 것도 이것 때문이다. 살다 살다 똥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게 될 줄이야. 남편과 카톡에는 아기 똥 이야기만 잔뜩이었다. 똥 횟수, 똥 색깔, 똥 질감 등등. 다양한 똥의 세계에서 신생아 변비에 관한 내용을 엄청나게 검색하며 똥 정보를 수집했다.


모유를 먹는 아기는 열흘에 한번 똥을 싸도 괜찮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괜찮지 않은 것 같았다. 5일쯤 되면 아기 배가 빵빵해지는데, 본인도 똥을 싸고 싶은지 낑낑거리며 용을 썼다. 시중에 파는 제품 중에서 안 먹여 본 유산균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조리원에서부터 좋다는 유산균을 죄다 구입해서 먹였는데도 소용없었다. 예방접종 때마다 소아과 의사에게 똥에 대해서 물어보면 모유 수유하는 아기는 그럴 수도 있다는 말만 했다. 분유를 진하게 먹여보라는 맘 카페 글을 보고 그렇게 했다가 애가 밤새 속이 부글부글한지 낑낑대서 정말 고생했다.


아기가 똥을 5일 넘게 못 싸면 배가 엄청나게 빵빵해졌다. 배를 눌러보면 딱딱한 게 느껴졌다.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다 싶으면 겨우겨우 염소똥만큼 새까만 흙변을 누었다. 육아 대백과를 보면 모유 아기들은 황금똥을 싼다는데 이 녀석은 뭐가 문제인지 매일매일 고민했다. 드디어 똥을 찔끔 싸고 나면 어마 무시할 정도로 황금똥을 쏟아내었다. 딱딱한 똥이 출구를 막고 있으니 이렇게나 많은 양이 뱃속에 들어차 있던 것이다. 우리 아기는 변비가 정말로 심했었다.


뱃속에 가득 들었던 것들을 내보내고 나면 아기 배가 얼마나 말랑말랑한지 모른다. 갓 구워낸 식빵 속이 부드럽게 푹푹 들어가는 것처럼 아기 배가 부드럽다. 푹신하고 말랑거리는 배를 보면 내 속이 다 시원하고 행복해졌다. 설마 엄마가 변비가 심해서 이런 것도 유전이 되는 건가 싶은 불안함부터 어떻게든 내 새끼에게 맞는 유산균을 찾아내겠다는 의지가 더해져 잠 못 드는 밤이면 매일같이 핸드폰 검색을 했다.




아기의 변비는 중기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사라졌다. 내가 자체적으로 내린 판단으로는 먹는 양이 많아지면서 배출해야 하는 양도 늘어나게 된 듯했다. 특히나 중기 이유식부터는 시판 이유식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아기에게 좀 더 균형 잡힌 영양이 정량으로 제공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기가 모유만 먹고 있을 때에는 충분히 배불리 먹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차라리 분유를 먹는다면 눈금이라도 볼 텐데 모유가 얼마나 나오는지, 아기는 배불리 먹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너무나 답답했다. 나는 이유식을 시작하고 굉장히 편해졌다. 아기는 내가 만든 이유식보다는 시판 이유식을 확실히 잘 먹어주었다.


이유식을 사서 먹이고 혹시나 부족할 수도 있는 소고기는 소금간을 하지 않고 구워 아기가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잘게 다지듯이 썰어 어른 밥을 준비하면서 같이 먹였다. 삶의 질도 높아졌고 만족감도 컸다.


아기가 똥을 싸는 순간의 표정이 너무나 귀엽다. 그 작은 녀석이 끙하고 힘을 주면 옆에서 열심히 응원을 하게 된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라

아기를 키우면서 매일 같이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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