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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브랭 Oct 26. 2020

출근길에 퇴근을 생각한다

워킹맘 21

아기는 부쩍 의사표현이 늘었다. 뭐라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목소리를 내어 아바부부 따위의 소리들을 조합했다. 아침에 부지런히 출근을 준비하는데 유난스럽게도 아기가 울어댄다. 부리나케 뛰어가 아기를 안아 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는다. 내려놓으면 울고 안으면 웃었다.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남편이 6시 반에 출근 준비를 하면 아기도 깨서 아빠를 쳐다보고 운다. 7시에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아기는 나만 보고 운다. 7시 반에 시어머니가 와서 교대해 줄 때까지 나는 출근 준비와 아기 돌봄을 동시에 해내야 했다. 아기는 곧 엄마가 나갈 것을 아는지 계속 품에만 있으려고 매달렸다. 7시 반이 되면 시어머니가 도착했다. 아기는 그래도 나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내려놓을라 치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자신을 안아줄 때까지 애타게 울어댔다.


엄마를 애타게 찾는 젖먹이를 떼놓고 나는 무엇을 위해 출근을 하는 것일까. 아기발달에 가장 중요하다는 초기 2년간의 애착 형성기를 이렇게 보내는 게 맞는걸일까. 매일 아침마다 고민하고 또 주저한다. 발걸음이 도저히 떨어지지를 않는다. 단호하게 돌아서서 집을 나서야 하는데 발걸음마다 아기 울음이 따라붙는다.


나는 워킹맘 중에서도 대단히 좋은 환경에 있음을 안다. 믿을만한 가족이 매일같이 으로 직접 와서 아기를 돌봐주는 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직 해도 뜨지 않는 시간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 놓고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에 비할 바 못 되는 걸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아침이 매번 힘겹다. 조금만 더 아기를 안고 있고 싶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기가 크는 매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게 슬프다. 돈 벌어서 너를 잘 되게 하는 것이라 핑계를 대지만, 사실 이 순간 너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엄마의 존재 그 자체라는 사실을 나는 애써 모른 체했다.


아기의 울음 끝이 유난히도 길었다. 눈에 눈물을 방울방울 달고 할머니에게 폭 안겨있던 아기는 엄마한테 가겠다고 팔을 계속 뻗쳐댔다. 아침의 5분은 30분의 지각을 초래한다는 걸 수년간의 직장생활을 통해 알고 있음에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출근시간을 늦추어 보았다. 정말로 이제는 출근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되고야 말았다. 아기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방울이 블라우스에 뚝뚝 떨어져 있다. 정신없이 달려 출근하면서 퇴근을 생각한다. 하루가 너무나 아득하게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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