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33
퇴사 다음날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서류 미비로 몇 번을 다시 발걸음을 하고 난 후에야 구직급여 수급자가 될 수 있었다. 고용센터에서도 몇 번을 망설였고 두려웠다. 코로나 시국의 고용센터는 너무나 바빴고, 기대했던 취업상담은 없었다.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터라 고용센터의 담당자와 전화연결조차 어려웠다. 하필이면 이런 시국에 퇴사를 해서 얼떨떨했다. 나만 빼고 세상이 바쁘게 흘러가서 생뚱맞은 느낌뿐이었다.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감과 퇴사로 인한 스트레스, 육아로 인한 피로가 한데 섞여 괴로웠다. 매일매일이 무의미하고 스쳐 지나가는데 나만 시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퇴사도 상황에 휩쓸려 진행되었는데, 얼떨결에 재취업을 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변했다. 시어머니의 직장이 코로나의 대 혼란 속에서 폐업했고, 퇴사한 김에 시어머니가 아예 육아를 전담해주시기로 했다. 갑작스럽게 내가 재취업시장에 뛰어들게 되었다. 시어머니의 나이가 있으니 재취업이 무리였고, 그렇다고 아이 하나에 어른 두 명이 붙어서 돌보는 것도 마음이 불편했다. 시어머니는 좋으신 분이긴 했지만, 하루 종일 집안에서 아이 양육을 함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러저러한 일들이 겹쳐 젊은 내가 재취업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경력을 살려 같은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경력단절 기간이랄 것도 없는 시간이라 퇴사 후 무엇을 했냐는 질문에도 가족일을 도왔다는 답변으로 무난히 대처할 수 있었던 게 장점이었다. (출산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난 지 딱 120일 되는 날 다시 출근했다. 모든 것이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이루어졌다. 매 순간의 선택에서 조언을 얻고 싶었다. 재취업한 회사에서 임신한 직원을 만났을 때 꼭 아는 척을 하고 싶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티끌만큼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꼭 전하고 싶다. 나는 어려서부터 오지랖이 넓어서 온 동네에 다 참견하길 좋아했다. 타고나길 이러니 이왕이면 다정한 오지라퍼가 되어야겠다. 힘들고 지친 임산부 직장인과 워킹맘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