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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짬뽕 못 먹어요?

폭설에 배달이 안된다니!!

지난밤에 폭설이 내렸다. 2019년엔 눈 구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이나 힘들었는데, 2020년 12월은 간간히 눈이 내려 아이고 어른이고 눈을 바라보는 설렘이 있다. 2021년 신년부터 이상기후 때문인지 하늘의 축복인지 갑자기 많은 양의 눈으로 도로 상황이 비상사태를 맞았다. 거북이 걸음에 멈춰진 차까지 폭설의 후폭풍이 이어졌다.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은 급히 배달앱을 켜고 주문을 눌러본다. 하지만 폭설에 사고도 속출하고, 폭주하는 배달 주문을 견디지 못해 배달의 민족에서는 "현재 눈이 많이 와서 배달이 지연될 수 있다" 쿠팡 이츠 앱에서는 "기상악화로 배달 서비스가 중단됐다. 많은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이 게재되었다.


함께 뉴스를 보던 아이가 걱정스레 묻는다.

"엄마! 우리 이제 짬뽕 못 먹어요? 자장면도? 눈길에 배달이 안된대요"  


우린 배달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배달 이래 봐야 1년에 3~4번 할까 말까 싶을 정도다. 그중 한번은 난로에 불을 피우기 위한 장작을 주문하고, 그 외는 내가 정신없이 바쁠 때 어쩌다 한번 중국음식 주문하는 것이 전부다. 그나마도 가급적 중식당에 가서 먹는 것을 더 좋아하기에 배달이라는 것은 가히 먼 나라 얘기다. 이렇게 된 데는 집이 전원마을에 있다 보니 음식이 오는 동안 불거나 식는 것이 싫어서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위험 앞에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는 건 모험을 해야 할 때도 있기에 자연스레 배달을 한 번씩 이용했는데, 폭설로 배달이 안된다는 뉴스가 아이에겐 걱정을 가져다주었나 보다.


"짬뽕 먹고 싶어?"

"응"

"알았어. 엄마가 누구니. 푸드 라이터 고 작가잖아. 조금만 기다려봐. 엄마가 연구해 볼게"


짬뽕은 요리하지 마세유~
사드세유~ 

아이에게 큰소리쳤지만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요리가 '짬뽕'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백 셰프도 오죽하면 짬뽕은 사먹으라고 했을까? 2인이 먹을 짬뽕을 만들기 위해 재료비가 더 많이 들고, 중국집처럼 맛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 또한 2년 전 도전한 짬뽕국물을 성공하긴 했으나 면에 간이 제대로 베지 않았고, 면을 삶아 헹궜더니 짬뽕이 따뜻하지 않았다. 더 큰 이유는 4인 가족이 먹기 위해 재료비만 3만 원이 들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그렇게 포기한 짬뽕을 다시금 도전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일까? 실패일까?

당연히 성공이다. 실패했으면 여기서 이렇게 주저리 쓰지 않았을 거다. '못하는 것 말고 더 잘하는 걸 하자'가 내 지론이다.


'방구석 요리로 짬뽕이 가능하다니!' 그것도 냉장고 깊숙이 들어있는 재료로 냉파 요리를 했다. 마치 냉파 요리대회에서 금메달이라도 딴것 마냥 뿌듯함에 입이 간지러울 정도다. 입이 간지러우니 브런치에도 널리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졸린 눈을 부릅뜨고 이 글을 쓴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 뻔한 집밥은 가라.
냉동실에 잠든 해물,
해방시켜 줄 절호의 기회.
삼.선.짬.뽕. 


참고로 냉파(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요리)요리다.

- 재료는 집에 있는 것으로 사용했다.

- 닭고기는 가슴살 냉동, 쭈꾸미 냉동, 어린새송이버섯, 새우 냉동.(돼지고기가 있다면 넣으면 된다)

- 버섯은 집에 있는것을 사용해도 좋고 구입해야 한다면 짬뽕엔 목이버섯이다.

- 삼선짬뽕이므로 해물은 2가지 이상 넣을것을 추천한다.(예. 오징어, 홍합, 새우, 쭈꾸미, 낙지, 바지락살, 굴, 해삼...)

- 자장면용 칼국수는 구입했다.


<삼선짬뽕 2인분 기준>
#기본재료:양파 80g, 파 1/2대, 버섯 50g, 청경채 3개(크기가 작다면 5개), 피망 80g(1/2개), 새우 50g, 주꾸미 4마리
#육수용: 닭고기 100g, 대파 1/2대
#고추기름: 식용유 150ml, 파 1대, 슬라이스 마늘 2쪽, 고춧가루 2큰술
#자장면 용(일반 칼국수보다 가늘다) 칼국수 400g
#양념:고춧가루 2큰술, 치킨스톡 1큰술, 간장 2큰술, 청주, 소금, 설탕, 후추, 마늘 약간씩
(스푼은 계량스푼 사용)

물 1.2L에 대파, 고기를 넣고 삶아 육수를 준비하고 고기는 작게 찢어놓는다.

팬에 식용유, 대파, 마늘, 고춧가루를 넣고 5분 정도 끓여 고추기름을 만든다. 고춧가루가 타므로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저어 주어야 타지 않는다. 기름이 식으면 커피필터에 걸러 유리병에 담아둔다. 약 120~130g 정도 나온다.

양파는 슬라이스, 피망은 깍둑썰기, 버섯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기, 청경채, 새우, 주꾸미 등 기본재료들을 썰거나 씻어 그릇에 담는다.

팬에 고추기름 3큰술, 고춧가루 2큰술, 치킨스톡 1큰술, 간장 2큰술, 소금, 설탕, 후추 약간과 양파, 파, 버섯, 피망을 넣고 센 불에 볶는다. 불맛을 내기 위해 양파 얇은 부분이 살짝 타는 느낌으로 볶으면 된다. 채소가 살짝 익으면 새우, 주꾸미를 넣고 볶는다. 여기에 1L의 육수를 넣고 한소끔 끓인 후 청경채를 넣어준다.

끓는 물에 자장면용 칼국수를 삶아 건진다. (칼국수는 찬물에 헹구지 않는다.)

넓은 그릇에 국수를 담고 짬뽕국물을 담아낸다.

고추기름 / 재료들 / photo by. 요리하고꿈꾸고 경애

영하 19도까지 내려간 날,

따끈따끈한 국물에 불맛 나는 삼선짬뽕이 완성됐다. 후루룩 마신 짬뽕국물은 가슴까지 시원했고, 춥기는 커녕 매콤한 맛에 걸쳐 입은 옷을 벗을 정도다. 제대로 된 짬뽕을 만든다고 고춧가루를 더 넣었더니 아이들 입맛에는 맵다고 했다. 각 가정의 고춧가루에 따라 맛은 차이가 날 수 있다. 원하는 매운맛에 따라 고춧가루를 가감하면 된다.


맛을 평가해 달라는 엄마의 말에 아이들은 엄지 척! 이다.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라고 했다. 중국집에서 파는 짬뽕같다고 했다. 다만 1% 뭔가 약간 다르다는 말을 했다.

그럴 수밖에 MSG를 넣지 않았으니 당연한 얘기다. MSG의 달짝지근한 맛은 아니다. 하지만 불맛이 제대로 나는 최고의 짬뽕이다. 먹으면서 "맛있다"를 외치며 '이제 나도 짬뽕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어깨뽕 제대로 올라간다.


"이제 짬뽕도 방구석에서 가능하다고!!"


아침엔 당면넣은 짬뽕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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