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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갑은 어디로 갔을까?

그날 이후, 
돈을 챙길 줄 모르는 못난이가 돼버렸다.

내가 국민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그때만 해도 부모님이 용돈을 주시는 일은 흔하지 않은 때라 용돈을 받을 기회라고 하면 친척이 방문하거나, 명절 때 외엔 거의 기억이 없다.      


9월 추석 무렵 내 생일이 돌아왔다. 언니들은 내게 분홍색 예쁜 동전 지갑을 사주며 용돈을 담아 보관하라고 했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분홍색 지갑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 당시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만화 주인공 ‘캔디’가 그려져 있는 동전 지갑이었다. 어찌나 좋았던지 추석 친지에게서 받은 3,500원을 넣어 엄마, 언니랑 읍내 시장에 갔다.


딸만 넷인 집안에 셋째인 나는 위로부터 내려오는 옷을 물려받아 입었다. 옷 살 일이 거의 없지만 속옷이며 가끔 필요한 옷도 엄마가 대신 사주셨기에 시장 구경은 별난 세상이었다. 어찌나 신기하던지, 알록달록 색깔 과자며, 도넛, 찐빵이 내게 유혹하듯이 달콤한 냄새를 풍겼다. 그 맛있는 먹거리에도 눈을 질끈 감았건만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은 머리끈이며 머리핀, 거울 등이 즐비한 곳이었다. 나는 머리띠도 해 보고, 머리핀도 꼽아보며 이것저것 구경에 정신이 나갈 정도였다. 생전 구경조차 못 했던 세련된 모자들도 많았다. 

    

예쁜 장신구에 정신을 놓고 한참을 고민하다 마음에 드는 머리띠 하나를 골라 계산하려는데……

뭔가 이상하다. 


금방 물건 위에 올려놓았던 내 분홍색 캔디 지갑이 사라진 것이다. 웃옷 주머니에 손도 넣어보고, 바지 주머니도 찾아봤지만, 생일선물로 받은 분홍색 지갑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제야 장신구에 마음을 빼앗겼던 정신이 돌아왔다. 내가 정신없이 장신구들을 보고 있는 사이 누군가 내 지갑을 가져가 버린 것이다. 3,500원이나 들어 있던 내 지갑을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3,500원 적은 돈이지만, 1980년대 그 당시 자장면 1그릇이 600~700원이라 했으니 13살 아이에게는 큰돈이었다. 생전 용돈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는 귀한 돈이었는데 말이다.


그날 이후 나는 돈을 챙길 줄도 모르는 못난이가 돼버렸다.


도둑이라는 건 텔레비전에서 보거나 말로만 들었지 내 돈을 훔쳐 갈 것이라는 건 꿈에도 모를 이 억울함을 하소연할 길이 없었다. 물건을 사는 것도 미숙했고, 도둑이 바로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조차도 몰랐다.

“엄마 잘 따라다녀” 

“돈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라는 막연한 말만 들었을 뿐이다.     


어렸을 때 경제교육을 경험하지 못한 나는 돈 관리를 미리 경험해 볼 기회조차 없었으니 돈은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몰랐던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결혼생활 초기에도 돈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경제적 자립심이 강했던 남편과 돈 관리를 엄격히 시작했고, 힘들게 경제 독립시기를 겪다 보니 내 자녀만큼은 경제교육을 잘하고 싶었다.


큰아이에게 용돈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때 제1회 ‘씨앗과 나무 어린이 경제학교’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은 상점 주인으로 쿠키를 판매해 보는 경험을 갖게 된다. 구연동화 ‘세 개의 잔’을 들으며 경제 자극을 받게 되었고 7년째 꾸준히 쓰기, 모으기, 나누기 통장을 실천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프리마켓을 만나보기는 어렵지만 온라인 프리마켓도 있고, 경제활동이 조금 더 자유로울 때 아이들에게 프리마켓의 경험을 해보길 추천한다.)  

 

올바른 용돈 교육은 어린이들의 바람직한 경제 습관이 되고, 삶의 활력과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경험은 산 공부라고 했던가? 어릴 때부터 모으기, 쓰기, 나누기 경험은 습관이 되었다. 습관이 된 후에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몸으로 체득된 경제적 안목을 갖게 된다. 용돈 교육은 거창하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모으기쓰기나누기 기본만 잘해도 99%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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