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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피자 말고 파전!!

비가 온다. 파전을 부친다.

아침부터 비가 온다.

작년 가을, 텃밭에 심어 둔 쪽파가 제법 실하게 자라서 일요일에 파전을 부쳐먹자고 했는데 내일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비 오는 소리에 파전이 몹시 그리워진다. 대파값 고공행진에 쪽파를 심어 놓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반갑기만 하다.


쪽파를 뽑으러 마당에 간다. 쪽파를 뽑으려니 송골송골 맺힌 빗방울이 어찌나 어여쁜지, 사진이라도 찍어달라고 뽐내는 듯하다. 빗방울 대롱대롱 달린 쪽파를 보고 있노라니 어디서 놀러 왔는지 달팽이 한 마리 쪽파에 매달려 있다. 지난겨울을 이겨내고 나온 달팽이 녀석이 대견하기만 하다.

"그래 너도 한컷 찍어주마!!"


쪽파를 뽑아 물에 흔들어 흙을 씻어낸다. 흙이 후두둑 떨어지니 쪽파 뿌리가 여실히 드러나는구나. 흙속에 꼿꼿이 지탱하며 세상 보기를 기다렸을 테지.


이제 쪽파를 다듬어야 한다. 쪽파 다듬고, 반죽 만들고, 해물 씻으려니 일이 너무 많다. 곧 배고프다고 아우성일 텐데 혼자 하려니 안되겠싶어 아이들을 부른다. 큰 아이는 짐 옮긴 것을 정리해야 한다고 해서 패스하고, 딸내미에게 말했더니 후룩 잘도 까진다며 뚝딱 손질해 놓았다. 역시 말하길 잘했다. 아마도 하루 종일 비를 맞으니 촉촉이 껍질에 물기가 베어 더 잘 까진 것 같다.


이제 파전 재료를 준비해 보자.

간장, 쪽파, 양파, 청양고추, 깨, 후추, 들기름을 섞어 간장 양념을 만들어 놓는다.

부침가루에 찹쌀가루 1큰술, 달걀을 넣어 반죽을 만든다.

쪽파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털고 길게 한 번만 자른다.

해물 모둠은 물에 한번 헹구어 체에 밭쳐 놓는다.

본격적으로 파전 전문점 흉내 좀 내어보자.

프라이팬에 기름을 과하다 싶을 만큼 넉넉히 두르고 파를 한 움큼 잡아 펼친다.

여기에 해물을 넣고 반죽을 국자로 떠서 둘러준다.

불은 타지 않을 정도로만 조금 세게 올린다.

지글지글 파전을 익힌다.

가장자리가 보글보글 기름이 올라오며 바삭하니 익으면 파전을 뒤집어 준다.

파가 타지 않을까? 살짝 의심이 들 정도로 놓아둔다.

한번 더 뒤집어 구워준 다음 큰 접시에 올린다.

드디어 파전 완성!

만들어 놓은 양념간장을 접시에 담고 앞접시를 하나씩 준비한다. 주욱 찢어 양념간장을 올려 먹는다.


"와~ 진짜, 이 맛이야!!"


둘째가 감탄을 내놓는다.

해물을 빼고 한 장 만들어 달래더니 그 말은 쏙 들어갔다. 해물이 모둠으로 들어간 파전을 우걱우걱 잘만 먹는다. 파를 다듬은 수고가 크니 더 맛있을 테지. 뜨끈한 파전이 너무 맛있어서 큰아이는 입안 가득 먹고, 또 한 조각 입으로 들어가니 말을 잇지 못한다. 켁!!


파를 안 사도 되니 파테크 대박이다. 지난가을 심은 보람이 제대로다. 내일은 남편이 좋아하는 파김치 담아야겠다. 그나마 대파 값도 조금은 안정을 찾는 듯하고, 쪽파는 비싸지는 않다.


남편이 도서관 다녀오다 파전한다는 말에 막걸리를 한 병 사 왔다. 막걸리도 대박이다.

맛있게 먹고 스트레스 확~~

나는 파전만 열심히...


봄비 오는 날,

빗소리 들으며 역시 파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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