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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게 감사해!!

생명이 살아나는 봄, 텃밭 이야기

식물이 싹을 틔우고,

꽃이 피는 건 왜 유독 봄일까?


가을도 겨울도 아닌 봄에 말이다. 새싹과 꽃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건 아마도 가을, 겨울 스산하게 부는 바람과 혹독한 동장군을 이겨내고 움츠렸던 생명이 싹을 틔웠기 때문일 거다. 그 자연을 겪으며 사람살이도 혹독한 동장군을 이겨내야만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것처럼 말이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 곁에는 항상 잡초가 자란다.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도록 영양분을 빼앗기도 하고, 열매가 익지 못하도록 잡초 그늘을 만들어 해를 가려버리기도 한다. 미우나 고우나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줄기차게 뽑아야 내가 키우는 작물은 안전하게 잘 자란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주인공 김태리는 잡초를 뽑으며 중얼거린다.

'이놈의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마음의 잡초처럼 다시 자라냐!'

인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잡초는 밭에서나 영화 속에서나 인생에서나 잘 자라도 너무 잘 자라서 밉기는 매 한 가지다.


봄날,

비가 하루 종일 내리고, 물을 머금은 생명력은 강력하게 뻗어나갔다. 뒤뜰에 심어놓은 두릅은 고사리 손 만 하던 것이 어느새 어른 손을 넘어 훌쩍 자랐고, 머위는 바비인형 치맛자락 만들어도 될 만큼 넓어져갔다. 이때를 놓칠세라 더 자라기 전 팔을 걷어 부치고 수확했다. 텃밭에 자라던 명이, 부지깽이, 갓 잎까지 함께 거둬들였다.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명이나물 절임 할 간장물도 끓여야 하고, 부지깽이, 두릅, 머위 잎은 무르지 않도록 잘 삶아야 한다. 작년 머위잎 맛을 알아버린 남편이 그새 머위잎을 한 움큼 따왔다. 호박잎을 좋아하는 남편은 호박잎 심기도 전에 머위라는 걸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신기방기해 했다. 생긴 것도 비슷한 것이 쌉싸래한 맛까지 머금고 있으니 이것이 도대체 뭘까? 놀라워했다.


머위잎이나 부지깽이는 쓴맛이 강하다. 입에 쓴 것이 몸에는 약이 된다고는 하나 쓴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냥 먹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땐 쓴맛을 없애기 위해 삶은 후 찬물에 담가 두면 쓴맛을 조금 제거하고 먹을 수 있다. 머위는 쌈으로도 먹고, 살짝 데쳐서 간장절임을 한 후 숙성하여 삼겹살이나 편육에 싸 먹어도 맛있다.


두릅을 손질해 보자.

먼저 밑동을 잘라 손질하고 단단한 부분에 칼집을 한번 넣어주자.

소금을 넣은 물이 끓으면 두릅의 밑동부터 넣어 삶는다.

밑동이 살짝 익으면 잎도 함께 잠기도록 넣어 삶는다. 줄기를 먼저 익히는 것은 잎보다 단단하기 때문에 줄기가 익기를 기다리다 보면 잎은 흐물 해진다.

두릅을 삶아낸 물은 사진과 같이 검푸르다.

삶아진 두릅은 잘 씻어서 채반에 받쳐 물기를 뺀다.

초고추장, 된장 어떤 것에 찍어먹어도 맛있다.

들기름, 소금,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먹어도 맛있다.


머위, 부지깽이도 소금을 살짝 넣고 삶는다. 소금을 넣으면 초록색이 선명함을 유지할 수 있다.

청갓의 어린잎과 당귀 잎사귀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큰 접시에 준비한 봄나물을 담아보자. 눈으로 보기만 해도 싱그럽고 건강함이 가득 올라오는 것 같다. 뿌듯하게 밥상을 바라보는 내게 큰아이가 한마디 한다.


아들: 엄마, 오늘 저녁은 풀밭이네~ 풀이 아닌 건 메추리알 조림이구나!

엄마: 글치, 그래서 싫어?

아들: 아니, 그냥 나물이 많다고

엄마: 메추리알에 고기 있으니까 그거 쌈 싸 먹어봐 맛있어.


아들 입에서 고기 없다며 한마디 더 나올까 싶었는데 별말 없이 수저를 든다. 둘째는 풀을 좋아하다 보니 벌써 당귀며 머위잎에 밥을 싸서 먹기 시작한다. 두릅을 넣어 끓인 된장국도 맛있다며 두 그릇씩 들이킨다. 사실 비밀인데, 된장국에 굼벵이 가루와 멸치가루가 들어갔다. 두릅 맛과 어우러져 아무런 느낌이 없다. 그냥 맛있게 먹을 뿐이다. 눈을 찡긋하니, 남편은 모르는 척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게 먹는다.

밥상이 봄나물로 풍성해졌다. 된장에 쌈을 싸서 한 그릇 뚝딱 비웠다. 남편은 밥을 더 먹고 싶지만 저녁이라 참는다며 침을 꿀꺽 삼킨다. 나 같으면 맛있다고 밥 한 그릇 더 먹을 만 한데 역시 체중 관리하는 사람은 다르구나. 봄나물로 풍성해진 밥상을 마주하고 나니 먹을 것 귀했다는 옛날에는 얼마나 봄이 반갑고 고마웠을지 이해가 된다.


봄에게 감사해.




봄나물의 효능을 알아보자.


두릅

단백질이 많다. 지방, 당질, 섬유질, 인, 칼슘, 철분, 비타민이 들어있다.

피로 해소, 춘곤증 해소 소에 도움이 된다.

사포닌 성분이 들어있어 당뇨, 신장, 위장에 좋다고 한다.

쑥부쟁이(부지깽이)

비타민 A, C가 풍부하다.

식이섬유소가 많다.

사포닌 성분이 함유되어있다.

머위

비타민 A, 섬유질 풍부하다.

뼈에 좋아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마른기침이나 가래에도 좋다.

쓴맛은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위가 약한 사람은 주의하여 섭취한다.

당귀

기침, 오한, 학질, 부스럼 등에 좋다.

속을 따뜻하게 한다. 통증을 멎게 한다.

피를 맑게 해 주고 혈액순환, 피부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준다.

주의: 당귀잎은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설사할 수 있으니 조금씩 먹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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