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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연애 괜찮으신가요?

설렘 시즌 2가 시작되었다!!

중년의 연애는 어떨까?

선남선녀는 몽우리가 단단한 만개 직전의 꽃이라면, 중년의 연애는 만개한 꽃이 떨어지기 전 마지막 설렘을 안고 너울거리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일탈은 아니지만, 각자 기대하는 중년의 연애가 있으리라.


지난 주말,

달달했지만 아쉬웠던 남편과의 주말 데이트 시간이 떠오른다.


날씨도 좋고, 꽃도 만발하여 꽃구경 가고 싶다만 남편은 내게 땅 구경 가자고 했다.

'아니, 이렇게 좋은 날에는 데이트를 해야지 땅 구경이 뭐람' 하는 반사신경의 목소리가 튀어나오려고 한다. 남편 민망할까 싶어 얼른 아이들을 불렀다.

"소리야, 율아~~~ 드라이브 가자" 하니 "싫어요"하는 대답만 메아리처럼 돌아왔다. 무슨 영문인가 싶어 한 명씩 차례대로 접견을 했다.


큰아이는 도안 그려놓은 것이 있다고, 오늘은 계속 만들어야 해서 시간이 없단다.

사춘기인 둘째는 오랜만에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오랜만이라니... 매일 방구석에서 뭘 하는지 방문이 열리는 걸 본 적이 없건만 신기하다. 딸아이의 말에 그럼 아빠랑 맛있는 거 먹고 늦게 와도 되냐고 물으니 잠시 망설이다가 그러라고, 자기는 라면 먹겠다고 했다. 먹을 계획까지 세우는 걸 보니 잡아끌어도 절대 따라오지 않을게 뻔하다. 에잇! 그럼 이참에 아빠랑 데이트하고 오겠다고 큰소리치고 집을 나왔다.


운전대를 잡은 남편은 목적지라며 내비게이션을 맞추라고 내게 목록을 줬다. 땅 구경이래봐야 열심히 찾아 본 지역의 향후 발전계획들을 그려보는 게 고작이다. 어차피 내 땅도 아니구만. 코스를 보니 바닷가 쪽도 슬쩍 들려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날씨가 좋아 창문을 빼꼼히 열고 달렸다. 오래간만에 아이들이 없으니 조금 허전한 듯 하지만 기분은 괜찮았다.


달리고 또 달리고,

어느새 배가 고파 오는데도 달린다.

달려도 끝없이 펼쳐지는 습지에 '여긴 어디? 난 누구? 우린 왜 여기?' 하며 갈대를 바라본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차를 세우고 멋진 풍경을 셀폰에 담아본다. 코로나 19로 방구석이 지루한 상춘객들이 여기저기 차박이다. 우리도 컵라면 싣고 올걸 그랬다며 옛날 일을 떠올려본다.


벌써 10년 전, 저렴한 땅을 구한다며 헤집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주말이면 차에 돗자리, 컵라면, 물, 버너를 싣고 정착할 땅이 어디일지 헤매고 다녔었다. 대한민국이 좁다고는 하지만 내가 살 땅을 찾기까지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땅 구경 나왔지만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 부모를 따라다니지 않는 사춘기를 지나고 있다.


결혼 전 연애시절이 떠올라 슬쩍 남편의 팔짱을 껴본다.

"여보, 애들이 없으니까 우리 연애할 때 생각난다."

"그렇지."

"그때 당신 감기걸렸을 때 내가 죽 쑤어 보온병에 담아가지고 한강 간 적 있잖아"

"그러네"

"지금이 꼭 그때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세월이 참 많이 흘렀네. 벌써 머리카락만 봐도 그래"

"그렇지, 난 거울에 비친 내 뒷모습만 봐도 벌써 중년이라는 걸 느껴"

"세월 많이 지났다"

세월 많이 지났다는 남편의 말 끝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숨이 길게 뻗어 나왔다.


"이제 우리도 아이들 독립시키고, 직장에서 밀려날 날이 멀지 않았어. 바짝 정신 차려야지"

먼 곳을 응시하며 바라보는 남편의 옆모습은 비장하면서도, 쓸쓸해 보인다. 나는 환기라도 시킬 요량으로 있는 힘껏 남편의 팔짱을 끼며 물었다.


"여보, 내가 이렇게 팔짱 끼면 어때? 간지럽다거나 뭐 그런 거 없어?"

"그런 거 없지 가족인데 뭐"

그렇다. 가족이 맞다.

내가 예상한 답은 이게 아닌데, 연애감정 느껴보려니 참 빙빙 돌려가며 말이 꼬인다.

꼬인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고, 멀찌감치 차박을 즐기는 젊은이들만 속절없이 바라본다. 저녁 준비를 하는지 솔솔 맛있는 냄새와 함께 깨 볶는 냄새가 눈과 코를 간지럽힌다.


"여보, 애들 배고프겠다. 얼른 갑시다"

...

 우리의 설렘 시즌 2 데이트는 찐한 포옹조차 없이 그렇게 싱겁게 끝나버렸다.

아이 어릴 때는 엄마 치맛자락 붙들며 껌딱지처럼 붙어 다녀 부부 데이트가 웬 말이냐, 꿈도 못 꿨는데 이제 중년의 나이가 들어 데이트하려고 하니 설렘은 어디로 갔는지 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도 어색하다.


댁의 중년의 연애는 괜찮으신가요?

우린 집 나간 연애감정 불러오려면 한참을 헤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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