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얘들아, 놀면 뭐하니?

나랑 글 써 볼까?

집에서 '뒹굴' 거리는 
아이를 찾습니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좋은 문장을 보아야 한다. 좋은 문장이란? 오래전 이어온 작가들의 책 속 한 문장은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글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이다. 요즘은 집콕으로 인해 어른이나 아이나 손에 손잡고 있는 것이 핸드폰이다. 핸드폰을 뺏자니 싸움 날것이 뻔하고, 심심한 아이에게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은데 배우러 나가는 일도 쉽지 않다. 결국 지난겨울 방학부터 둘째 아이와 함께 책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신청자가 3명이나 되어 총 4명의 아이들과 함께 온라인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글쓰기라고 하면 거창하게 문법과 논술, 글쓰기 기술을 가르치는지 물어보는 이도 있는데, 이건 내가 좋아하는 방법이 아니므로 무조건 패스다. 그럼 어떻게 수업을 해야 지속할 수 있을까?


수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은 책 읽기다.

먼저 주중에 읽은 책을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중엔 책을 읽지 않았거나, 웹툰을 읽은 친구도 있다. 이 또한 괜찮다. 웹툰에서도 아이들이 느끼는 것이 있으므로. 대신 어떤 것이든 자신이 읽은 책을, 느낀 대로 소개해 보는 거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한 아이는 소설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아이는 철학책을 들고 온다. 자연스럽게 아주 쉬운 책이나 웹툰 책을 소개하는 일은 줄어들고 뭔가 멋진 책을 소개하고 싶어 일부러 책을 읽기 시작한다.


두 번째는 선생님이 소개하는 책이다. 책 속 멋진 한 문장을 소개하고,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자극을 준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분야를 소개해 주기도 하고, 멋진 고전 소설의 한 문장을 읽어주기도 한다.

수업 초기 흥미를 위해 읽었던 책

세 번째는 선생님이 소개한 이야기를 토대로 자기만의 상상이야기를 쓴다.

온라인 수업이라 활동에 제한이 있지만, 이렇게 던져진 질문과 자극은 아이가 또 새로운 세상을 펼칠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황당한 이야기도 무조건 OK를 외친다. 아이들의 작품을 수정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존중하려 애쓴다. 이런 자극으로 딸아이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주중에도 언제나 노트북을 열어 소설을 쓴다. 자기만의 이야기 속 세계관이 뚜렷하여 어떤 때는 "엄마보다 낫다"를 외치며 폭풍 칭찬을 한다.

오*선 학생의 작품


이렇게 이어진 수업에서 뭔가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쓴 글 중 하나씩 골라 공모전에 응모했다. 공모전은 아이들의 눈높이를 특히 중요시 여기는 수리 청소년 문학공모전이다. 올해로 벌써 18회 개최된 긴 역사를 자랑하기도 한다. 경기헤럴드에서 주관하고 군포, 안양 시청과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전국대회다. 딸아이가 3년 연속 우수, 최우수, 장려를 수상한 바 있어 매년 가르치는 아이들의 작품을 여럿 응모하는데, 매년 수상을 하는 기쁨을 내게 안겨다 주었다.


올해도 아이들은 수상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런 날이면 그동안의 힘들었던 순간들이 눈 녹듯 흘러내린다.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글럼프가 온다. 이건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다. 글럼프가 올 때 이런 수상 소식은 글을 즐길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쁨에 겨워 상장을 받아 들고 엄마에게 바로 전화하는 아이들의 감격이 전해져 온다. 

매 순간 오늘은 어떤 문장을 전할까 고민하지만, 이런 소식은 그 고민의 시름이 보람됨을 느끼게 된다.


열심히 글 쓴 얘들아, 고맙다.

샘이 이곳에 꼭꼭 적어두고 너희들의 수고를 잊지 않을게.

<청소년 수리 문학 공모전 수상>

서울 오*선 / 서울 이*우 / 화성 장*원 / 군포 이시* / 군포 김*별

<화성시 청소년 종합예술제 시 부문 수상>

화성 최*율



 

매거진의 이전글 내 꿈에서 가수 이승윤이 왜 나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