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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에서 가수 이승윤이 왜 나와?

꿈속에서 가수 이승윤을 만나고 생긴 일.

당신은 어젯밤 무슨 꿈을 꾸었나요?
꿈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꿈을 꾸고 싶은가요?

아이들과 아침식사를 하며 간밤에 꾼 꿈 이야기를 꺼냈다.

나: 얘들아, 엄마가 꿈을 꿨는데, 꿈에 누가 나타났는지 알아?

아들: 몰라요.

딸: 모르죠, 내가 꾼 게 아니니까.

나: ㅋㅋ 그렇지. 네가 꾼 꿈이 아니니까 모르지. 그럼 엄마가 말해볼까?

두 아이: 네.


나: 너희들 이승윤 알아?

딸: 그게 누군데?

딸: 글쎄요. 우리가 TV를 안 보니까.

아들: 가수?

나: 그렇지. 이승윤이 가수야. 싱어 게인이라는 대회에서 우승한 가순데, 그 이승윤이가 엄마 꿈에 나타난 거야.

아들: 엄마 꿈에 나타나서 뭐라 했는데?

나: 엄마 꿈에 나타나서 CD를 줬어. 자기가 만든 노래 앨범이라면서 CD에 엄마 이름 쓰고 자기 사인해서 주더라고. 어떻게 엄마 이름을 알고 썼을까? 정말 깜짝 놀랐어.

딸: 진짜요?

나: 그럼 혹시, 오늘 엄마한테 좋은 일 있는 거 아닐까? 이번에 브런치에 발행한 글이 메인에라도 올라갔으면 좋겠다.


아들이 갑자기 밥 먹다 말고 핸드폰에서 네이버 삼촌에게 묻는다.


아들: 엄마, 가수랑 악수했어?

나: 아니, 악수는 안 했어. 그냥 CD만 받았어.

아들: 엄마, 꿈에서 가수가 나오면 귀인을 만난대.

나: 그래? 와~ 진짜 오늘 좋은 일 생기면 좋겠다.


꿈속에서 가수 이승윤을 만나고 생긴 에피소드 1.


아이들과 아침 식사하며 가볍게 나눈 대화지만 마음만은 은근히 즐거운 일이 생기길 바랐다. 코로나 4단계로 강의가 멈춘지도 벌써 2주가 되었는데, 또다시 2주 연기다 보니 다소 다운되는 기분도 한몫했으리라. 살짝 기대하는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무심결에 열어본 브런치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나: 앗싸, 얘들아 엄마 글이 메인에 올라갔어.

두 아이: 정말요? 와, 축하해요. 오랜만이네.


그렇다.

원고 쓰는 동안 집중한다고 브런치 연재를 두 달 쉰 탓에 내 글이 메인에 오르는 재미를 망각했다. 글이 꼭 메인에 올라야 좋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글을 쓸 때 청량제 역할을 하니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이후 카카오 sns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금요일에 올린 글 '먹고 남은 옥수수 200% 활용법' 조회수가 하루 종일 가파르게 올라갔다. 우연이겠지만 이승윤 가수 꿈꾸던 날 생긴 첫 번째 즐거운 일이 되었다.

https://brunch.co.kr/@naarya/260


첫 번째 즐거운 일에 한참 만끽하며 남편에게도 캡처한 사진을 보냈다. 남편 역시 오랜만에 글 썼는데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그래서 이승윤 가수가 내 꿈에 나타났었다는 얘기를 했더니, 역시나 모른다.

남편: 이승윤이 누구?

할 수 없이 또 장황하게 이승윤의 싱어 게인 업적에 대해 구구절절 얘기하며 노래를 보내줬다. 유튜브로 이승윤의 노래를 보내주고 나니 본의 아니게 하루 종일 그의 노래에 빠지게 되었다.


꿈속에서 가수 이승윤을 만나고 생긴 에피소드 2.


그렇게 이승윤을 외치며 흥얼거리다,

무더위에 고생하고 있을 편집팀이 걱정되어 팀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용돈 교육 고**입니다.
이 더운 날 작업을 맡기게 되어 송구합니다.
폭염과 코로나 4단계로 에너지가 다운되기 쉬운데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이 더운 날 내 글을 살펴주니 마음 같아서는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서 달려가고 싶지만, 코로나 4단계가 내 발목을 붙잡는다. 그냥 얌전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겠거니 생각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역시 편집 팀장님이다^^


반갑게 인사하며 그동안 궁금했던 말을 꺼냈다.

나: 팀장님, 더운데 고생이 많으세요.

편집팀장: 작가님, 날씨가 너무 더워서 힘드시죠? (아, 전문가에게 듣는 작가라는 말은 역시 기분이 묘하다.)

나: 저는 일단 원고를 넘기고 나니 마음은 편한데 편집하시느힘들지요?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요.

편집팀장: 어우, 무슨 말씀이세요. 너무 글을 잘 써주셔서 제가 특혜를 보고 있어요. 작가님 글 보면서 그래, 맞아 맞아하고 있었거든요. 전 아직 아이는 없는데 조카들이 많아요. 그래서 작가님 쓰신 거 해보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나: 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편집팀장: 작가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원고에 들어가는 일러스트가 혹시 작가님이 그리 신 건가요?

나: 그거는 딸이 그렸어요.

편집팀장: 어머, 대단하다. 그림 너무 잘 그리네요.

나: 아이코 감사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조금씩 그렸는데, 그림 스타일이 자꾸 변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작년부터 비슷한 패턴이 나와서 책에 넣고 싶었어요.

편집팀장: 와우, 저는 너무 잘 그려서 전문 일러스트인 줄 알았어요.

편집자의 칭찬에 작가는 춤을 춘다는 말이 맞나 보다. 글을 잘 써주어 감사하다는 말에 이어 딸아이의 손그림을 폭풍 칭찬해주니 내 글이 칭찬받은 것보다 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편집팀장과는 그렇게 서로 궁금한 의견을 나누었다. 추가로 더 준비할 것은 딸아이의 그림을 조금 더 넣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뭔가 부족한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오탈자랑 고칠 것 투성이라 죄송하다고 하니 작가라면 누구나 듣고 싶었던 말을 들려주며 대화가 끝났다.


"많은 책을 작업한 중에 작가님의 글이 많이 고치지 않는 원고 중 하나예요."

"너무 잘 써 주셔서 제가 혜택을 보고 있어요."

"글을 잘 다듬어주셔서 너무 좋아요"

 

편집자의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칭찬을 들으니 원고를 보내고 고구마 1,000개는 먹은 것 같은 불편한 마음이 이제야 뻥! 뚫리는 기분이다. 물론 편집자의 역할은 작가를 칭찬하며 글을 잘 쓰게 만드는 마법을 갖고 있지만 내 경우는 원고 탈고 후 편집자 매칭이었던 터라 편집자의 칭찬이 너무 고팠나 보다.


편집자와 기분 좋은 랜선 회의를 마치고 나니(안부에서 시작해서 의도치 않게 회의가 되었다.) 내 귓가에 흐르는 가수 이승윤의 감미로운 노래가 들렸다.


꿈속에서 가수 이승윤을 만나고 들은 편집자 칭찬이 두 번째 즐거운 일이라니...

오늘 밤 꿈에도 가수 이승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를 만나면 오늘 있었던 즐거운 일을 말해줘야지. ㅋㅋ


사실 나는 가수 이승윤을 잘 모른다. 그저 싱어 게인에 나온 30호 가수라는 것 밖에... 내가 더 자주 들었던 노래는 63호 가수 이무진이었다. 이무진과 함께 나온 것을 잠시 봤을 뿐 TV가 없는 우리 집에서 굳이 그의 음악을 찾지 않는 한 들을 기회는 없었다. 내 꿈에 이승윤이 나온 날 그의 노래를 찾아들었다. 그러다 가수 이선희가 이승윤에 대해 느낀 것을 말하는데... 내 마음속 깊이 찡하게 와닿았다.


* 이승윤의 노래를 부른 후 이선희가 한 말

이 노래를 듣고, 또 듣고, 마음속에 담으면서
승윤이란 사람과 승윤의 우주를 내가 담게 된 것 같아.
음악에 대한 생각들이 깊고, 또 많고
말 한마디 표현하고자 하는 말조차도 기존에 쓰지 않았던 말들,
그런 말들을 많이 담고 싶어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음악을 준비하면서 충분히 승윤이의 세계에 한 걸음 가게 된 것 같아.
너무 좋은 음악이야.


국민가수 이선희가 이렇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승윤의 삶의 모토 같은 노래'라는 고백과 함께

그의 삶의 신조가 담긴 소중한 곡이기 때문이다.


죽어서 이름을 어딘가 남기기보단
살아서 그들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러 볼래.
('달이 참 예쁘다고' 가사 중...)
 

가수 이승윤처럼,

독자가 느낄 수 있도록 나의 세계를 글에 담아낼 수 있을까?

그가 내 꿈에 나타났던 것을 기념 삼아 그런 날이 오길 바래본다.


https://youtu.be/BKL_IWwiL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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